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 압박에 직면하며, 2145명에 달하는 고위직 기술자 및 관리자들이 조기 퇴직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이스닷컴과 폴리티코 등의 매체보도에 따르면, 이는 NASA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력 이탈로, 미국 우주개발의 핵심 역량이 심각하게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60년 만의 ‘최대 예산 삭감’…과학예산 반토막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르면 NASA의 예산은 전년도 248억 달러(약 34조1000억원)에서 188억 달러(약 25조8000억원)로 24~25% 삭감된다. 이는 1961년 이후 최저 수준의 NASA 예산으로, 우주 시대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규모다.
NASA 과학 프로그램 예산은 73억3000만 달러에서 39억 달러로 약 47% 감소해, 40개 이상의 과학 임무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기후변화 관측, 행성 탐사, 국제협력 프로젝트 등이 대거 중단될 전망이다.
NASA 전체 인력(약 1만8000명) 중 5000명 이상 감원이 요구됐으며, 현재까지 2694명이 퇴직에 동의했다. 이 중 2145명은 GS-13~GS-15 등 고위직으로, 과학 및 유인 우주비행 등 핵심 임무 담당자 1818명이 포함된다.

NASA 10개 센터 ‘동시 타격’…케네디·존슨센터 인력 대거 이탈
인력 손실은 NASA의 10개 지역 센터 전반에 걸쳐 발생했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는 311명, 존슨 우주센터에서는 366명이 퇴사한다. 이 두 센터는 각각 주요 로켓 발사 및 유인 우주비행의 핵심 거점이다.
NASA는 조기 퇴직 패키지, 퇴직 보상금, 유예 사직 프로그램 등으로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고 있으나, 백악관이 요구한 감원 목표(5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쳐 추가 강제 해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멸종 수준의 사건”…NASA 과학계·정책권 일제히 ‘비상’
미국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는 “NASA가 핵심 전문 인력과 관리자들을 잃고 있다”며 “이는 NASA 과학 임무 역사상 ‘멸종 수준의 사건(extinction-level event)’”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NASA 전직 과학임무국 국장 7명도 의회에 공동서한을 보내 "이번 예산 삭감은 NASA의 생산성과 미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역대 최대 위기’”라며 “수십 개의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과학 임무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NASA 예산안 삭감 조치는 미국 우주정책의 리더십을 포기하고, 달·화성 탐사 등 장기 목표를 좌초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더십 공백·민간 유출…NASA 미래 ‘안갯속’
인력 감축은 NASA가 공식 임명된 행정관 없이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던 재러드 아이작맨(머스크 측근)은 최근 후보에서 철회됐고, 임시 행정관으로 교통부 장관이 임명되는 등 리더십 공백이 심화됐다.
NASA를 떠나는 고급 인력 다수는 민간 우주기업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아, NASA의 ‘브레인 드레인’(두뇌 유출)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NASA의 과학·기술 역량 저하로 달 및 화성 유인 탐사, 심해 탐사 등 야심찬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NASA의 ‘브레인 드레인’은 단기간 내 복구가 어려워, 미국 우주정책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와 민간 우주산업으로의 인력 이동 가속화가 예상된다.
미 의회가 백악관 예산안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미 퇴직한 인력의 복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NASA 대규모 인력 이탈 사태는 단순한 예산 삭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우주정책의 미래와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도전으로 평가된다. 향후 미 의회와 백악관, 그리고 국제 우주 커뮤니티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