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신세계 정유경 총괄 사장이 10월 30일 회장으로 승진한 것과 관련해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오일선 소장)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 중에서는 1호 여성이라고 밝혔다.
CXO연구소는 9월에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을 조사한 결과 31명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된 31명의 회장은 모두 남성이었다. 이번에 1972년 출생한 정유경 총괄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자 중 여성(女性) 회장 1호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 정유경 회장이 독립하면 재계 서열 27위 내외 그룹으로 예상
향후 2~3년 후쯤 지금의 신세계 그룹이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그룹과 정유경 회장이 지배하는 그룹으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공정위에서 정유경 회장을 그룹 총수(摠帥)로 지정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2024년 5월 기준 기존 신세계 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62조원 수준으로 재계 서열 11위다. 향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계열 분리가 현실화되면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기존 그룹은 40조원 수준으로 자산 규모가 다소 줄어든다. 이럴 경우 재계 서열은 12위 정도로 한 계단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대신 정유경 회장이 지배하는 새로운 위성그룹은 공정자산 규모가 19조원 수준이다. 올해 공정위에서 발표한 재계 서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27위 정도다. 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는 18곳 내외인 것으로 파악됐다.
◆ 정유경 회장, 다른 사촌 회장과 달리 ‘대표이사 회장’ 오를지도 관심
단기적으로 현재 미등기임원인 정유경 회장이 향후 등기임원에 오를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로 모아진다. 향후 ‘대표이사 회장’ 타이틀을 받게 될지 아니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CJ 이재현 회장, 신세계 정용진 회장처럼 범(凡) 삼성가의 사촌들처럼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그룹을 지배할 지도 주요 이슈다.
◆ 새로운 대기업집단으로 독립하면 정유경 회장 경영 능력 입증해야
정유경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독립된 그룹으로 떨어져 나올 경우 기존 삼성과 신세계를 거쳐 새로운 위성그룹으로 분파되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그룹 경영의 전형적인 모습을 이어가게 된다. 새로운 위성그룹으로 독립할 경우 기존보다 더 성장할지 아니면 꼬마그룹 내지 몰락의 길로 갈 지는 온전히 정유경 회장의 경영 능력에 달려있다.
과거 창업주의 뒤를 이어가면서 위성그룹으로 분파했지만 실패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이창희 회장이 이끄는 새한그룹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또 정주영 회장에 이은 현대그룹도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회장을 거치면서 지금은 대기업집단에도 들지 못하는 꼬마 그룹으로 기존보다 위상이 작아졌다.
때문에 향후 정유경 회장이 독립된 그룹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경우, 그룹 수장으로서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따라 경영 시실적은 물론 주가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선 소장은 “신세계 그룹의 경우 이명희 총괄 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 순차적으로 지분 등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룹 분리 단계까지 이르렀다”며 “이는 이명희 총괄 회장이 그동안 재계의 승계 과정에 나왔던 불협화음을 지켜본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두 자녀 간 분쟁을 사전에 없애고 그룹 분리에 대한 교통정리를 명확히 함으로 승계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1943년생으로 올해 81세인 이명희 총괄 회장이 고령으로 이미 접어든 데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 모두 경영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인 50대여서 적절한 시점을 찾다 보니 정유경 회장을 승진시키면서 그룹 분리에 대한 큰 그림도 함께 내보인 게 아닌지 추측된다.
◆ 삼성 이부진·이서현 사장, 올 연말 승진 카드 고민 깊어져
정유경 회장의 승진은 범 삼성 그룹 내 사촌지간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삼성물산 이서현 사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CXO연구소 측은 전망했다.
삼성, 신세계, CJ그룹 등 범 삼성가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은 모두 회장 타이틀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경 회장까지 합류함에 따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이들과 격을 맞추기 위해 가까운 시점에 승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기존에 CJ 이재현 회장이 먼저 회장에 오른 후,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랐고, 이어 정용진 부회장도 회장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1~2년 후에 부회장급 이상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사촌지간 중 범삼성가 여성 부회장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활약 중이다.
◆ 정유경 회장, 10월 30일 기준 주식재산은 3459억원 수준
정유경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재산 규모는 300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CX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정 회장은 ㈜신세계 주식을 182만7521주 보유하고 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540만4820주를 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주식에 대한 이달 30일 기준 주식평가액은 3459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명희 총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98만4518주)와 이마트(278만7582주)주식은 계속 쥐고 있다가 증여 혹은 상속을 통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에게 각각 넘어가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명희 총괄 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은 두 자녀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어서 마지막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