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색채] 파랑공간·빨간공간,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공간색채와 시간인식 '마법'

  • 등록 2024.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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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리스트 노정민의 ‘색채 공간(Color Space)’이야기 (5)

 

해마다 가을은 독감(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이 가장 많은 시기로 동네 병, 의원과 보건소 등은 예방 접종 주사를 맞기 위한 환자들로 붐빈다. 독감 예방을 위해 병원 방문객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병원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 병원에서 기다리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아픈 환자들 속에서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보면 금방 지치기도 한다. 


대기 시간과 기다림에 지친 마음을 색으로 달래보는건 어떨까. 공간의 색상에 따라 대기 시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짧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색채학자 파버 비렌(Faber Birren)에 따르면 단파장인 파란색 계열의 색상은 시간을 짧게 인식하게 하고, 장파장인 빨간색 계열의 색상은 상대적으로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한다. 같은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한색 계열의 파란색 공간이 난색 계열의 빨간색 공간보다 머무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공간의 색채에 따른 시간 인지에 대한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는데, 빨간 공간과 파란 공간에 동일한 사람을 들어가게 하였다. 1시간 후에 각각의 방에서 나오라고 했는데, 빨간 방에서는 40여분 만에 나온 반면, 파란 방에서는 1시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았다.

 

즉, 파란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공간의 색채에 따라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파란색과 초록색 계열의 색상은 심리적으로 이완을 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피로감을 풀어주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색상은 긴장을 풀어주고 여유롭게 느긋하게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어 대기실뿐만 아니라 회의실에 사용해도 좋은 사용하는 색상이다.

 

 

파란색의 회의실은 긴장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빨강이나 주황 등 장파장의 색상은 강렬한 색상으로 흥분과 긴장을 유발할 수 있어 회의실이나 대합실 등에는 적합하지 않은 색이다.

 

병원이나 대합실 등은 대기 시간이 항상 존재하는 곳으로 공간의 색채는 한색 또는 중성색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즉, 파랑이나 초록 계열의 색상을 사용하면 실제 머무는 시간보다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지루함을 덜 느끼게 된다.

 

공간의 색상에 따라 시간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색채를 잘 활용하면 심리적인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다. 평온함과 안정감 그리고 시간을 짧게 느끼고 싶다면 공간으로 파란 색상으로 꾸며보는건 어떨까. 

김혜주 기자 newsspace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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