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덴마크가 AI 딥페이크 확산에 맞서 유럽 최초로 ‘개인 신체·음성·얼굴’에 대한 저작권을 부여하는 혁신적 법안을 추진한다고 Euronews, New York Post, CNN 등의 해외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 법안은 단순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넘어, 개인의 외형과 목소리를 지적재산권(IP)으로 간주해 무단 사용시 삭제 요구 및 금전적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덴마크가 제시한 이 ‘디지털 정체성 보호’ 모델은 유럽연합(EU)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 글로벌 AI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야콥 엥겔-슈미트, 덴마크 문화부 장관은 “누구나 자신의 신체, 목소리, 얼굴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는 AI 시대에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권이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현실과 허구의 경계 허문다
딥페이크는 AI가 사람의 얼굴, 목소리, 몸짓을 정교하게 합성해 실제와 구분이 어려운 가짜 영상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교황 프란치스코 등 유명 인사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이미지와 영상이 사람들의 잠재의식에 빠르게 각인되기 때문에, 조작된 딥페이크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 의심과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적 프레임워크…‘신체·목소리’에 저작권 부여
덴마크 문화부는 2025년 6월, 여야를 아우르는 초당적 합의 하에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개인이 자신의 외모, 목소리, 신체적 특징에 대한 저작권을 갖도록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 생성·유포된 딥페이크 영상·음성·이미지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고, 플랫폼이 이를 거부할 경우 ‘중대한 벌금’이 부과된다.
문화부 장관 야콥 엥겔-슈미트는 “기술이 법을 앞질렀다. 누구든 ‘디지털 복사기’를 통해 악용될 수 있는 시대에,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외적으로 패러디와 풍자에는 적용하지 않으며, 예술가(뮤지션, 배우 등)의 공연을 AI가 무단 복제한 경우에도 보호가 적용된다.

정치권 합의, ‘정치 딥페이크’ 선제 대응
이번 법안은 2024년 6월, 덴마크 정당 9곳이 ‘정치 딥페이크’의 악용을 막기 위해 사전 동의 없는 딥페이크 사용 금지와 명확한 표시 의무를 도입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는 실제로 극우정당이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논란이 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글로벌 규제 동향과 차별점
미국은 2025년 5월 ‘TAKE IT DOWN Act’를 도입, 비동의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시 48시간 내 삭제 및 최대 3년 징역을 규정했다.
한국은 2024년 말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를 중범죄로 규정, 최대 7년형까지 부과한다.
EU는 AI법(AI Act)에서 딥페이크 ‘라벨링’(명확한 표시)만 의무화했으나, 유포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덴마크는 이번 법안을 EU 전체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2023년부터 딥페이크 제작·유포시 명확한 라벨링, 정부 등록, 불법 딥페이크 신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기술-규제 간 ‘무한 경쟁’…실효성 논란도
AI 딥페이크 탐지 기술과 생성 기술의 ‘무한 경쟁’ 속에, 규제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덴마크 공대 AI 전문가 모르텐 뫼룹은 “기술이 규제를 앞서가고 있어, 시민들은 정보 출처 비판적 사고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전체로 확산될까 '관심'
덴마크 정부는 2025년 가을 의회 통과를 목표로, 여름 동안 법안 의견수렴에 나선다. 덴마크는 내년 EU 순회의장국을 맡아, 이번 모델을 유럽 전체로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디지털 자아 보호’의 글로벌 표준될까
덴마크의 이번 입법은 AI 딥페이크 시대 ‘디지털 자아’의 권리와 보호를 본격적으로 지적재산권(IP) 프레임으로 확장한 첫 사례다.
기존의 사생활·명예훼손 중심 규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개인의 신체·목소리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방식은 향후 글로벌 규제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기술 발전 속도와 실효적 집행, 국제적 조화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