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궁내정] “담배불씨 하나로 36개 매장 전소” 화재의 잠재폭탄 '꽁초'…담배업체들 '꽁초처리 국민 캠페인' 시급

  • 등록 2025.06.1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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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고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인천 부평구의 한 대형 상가에서 50대 여성이 튕긴 담배꽁초 불씨로 36개 매장이 피해를 입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담배꽁초 화재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각종 통계와 실험, 논문은 담배꽁초가 화재의 주요 원인임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담배꽁초, 화재의 ‘숨은 주범’…국내 연평균 5000건 이상 "화재 원인, 사실상 1위"


KBS 보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한민국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연평균 5600건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원인만으로는 전체 화재의 15%가량이 담배꽁초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국내 전체 화재 41만2573건 중, 부주의가 원인인 화재가 50%를 차지했고, 그중 ‘담배꽁초’가 30.5%로 부주의 화재 원인 1위를 차지했음을 볼때 사실상 담배꽁초가 화재원인인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센 봄철에 전체 담배꽁초 화재의 40%가 집중된다. 산불의 경우도 담배꽁초가 주요 원인(31%)으로 꼽힌다. 10년간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2만2869명(사망 3172명, 부상 1만9697명), 재산피해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실험 결과, 담배꽁초의 불씨는 200~600도까지 유지되며, 종이·마른 낙엽·박스 등 가연성 물질에 닿으면 단 몇 분 만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글로벌 통계도 ‘담배꽁초 화재’ 위험성 경고…‘습관적 무심함’이 화재 원인

 

방글라데시 소방청은 2024년 한 해 동안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4139건 발생해 전체 화재 원인 2위(15.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기누전(33.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랭포드시에서는 한 주 동안만 7건의 화재가 담배꽁초로 발생했다. 현지 소방당국은 “담배꽁초는 완전히 꺼졌다고 확신할 수 없으며, 작은 바람이나 온도 변화만으로도 화재가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국제 학술지 및 공공 보고서는 흡연자들의 ‘담배꽁초 방치’, ‘침대나 집 안에서 흡연 후 방치’가 화재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특히 실내 흡연, 침대 흡연, 꽁초 미확인 방치 등은 화재 발생률을 크게 높이는 주요 행동으로 꼽힌다.

 

 

담배꽁초가 화재를 일으키는 과학적 원리

 

호주 NSW 소방청의 실험에 따르면, 담배꽁초를 마른 풀이나 건초에 던졌을 때 33% 확률로 발화가 일어났으며, 바람이 강하거나 연료(풀·낙엽)가 건조할수록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제주도 소방본부 실험 결과, 불씨가 남은 꽁초를 폐지 뭉치에 던지자 3분 만에 연기가, 10분 뒤에는 거센 불길이 솟구쳤다. 버려진 꽁초의 표면 온도는 200도, 내부는 500도 이상까지 올라가며, 15분 이상 불씨가 남아 있을 수 있다.


담배꽁초가 화재를 일으키는 과학적 원리는 ‘잔존 불씨의 고온 유지’와 ‘가연성 물질과의 직접 접촉’에 있다. 


담배꽁초를 버릴 때 남아 있는 불씨는 표면 온도가 약 200도에서 최대 600도까지 유지될 수 있다. 이 온도는 종이, 마른 낙엽, 천, 플라스틱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연성 물질의 발화점(보통 150~300도)을 충분히 넘는 수준이다. 담배꽁초의 불씨는 겉으로 볼 때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 남아 있는 열이 수 분에서 길게는 10분 이상 유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완전히 꺼졌다고 착각하기 쉽다.

 

가연성 물질과의 접촉 또한 화재의 원인이다. 불씨가 남아 있는 담배꽁초가 마른 풀, 종이, 천, 쓰레기, 플라스틱 등 가연성 물질과 접촉하면, 열이 전달되어 해당 물질이 가열되고, 발화점에 도달하면 연소가 시작된다. 실제 실험에서는 담배꽁초를 폐지 뭉치에 던졌을 때 3분 만에 연기가 올라오고, 10분이 지나면 불길이 크게 번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환경적 요인(습도·바람 등)도 화재 확률을 높인다.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 낮은 습도는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위험을 크게 높인다. 바람은 불씨를 더 넓은 면적으로 확산시키고, 건조한 환경은 가연성 물질의 발화점을 더 쉽게 넘게 만든다.

 

 

담배꽁초는 ‘작은 불씨’ 아닌 대형 참사의 시작점


국내외 통계와 실험, 논문은 담배꽁초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언제든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불씨’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담배꽁초는 ‘작은 불씨’가 아니라, 언제든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이다. 실제로 상가, 주택, 도로, 자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꽁초는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무심코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여름 장마철마다 도시를 위협하는 ‘침수 재앙’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담배꽁초는 화재 뿐 아니라, 하수구와 배수구를 막아 집중호우시 도로와 주택가, 상가 일대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장마철 전후로 수천명의 인력을 투입해 하수구를 집중 청소하지만, 약 55만개에 달하는 배수구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담배꽁초 무단투척시 ▲고액의 과태료 부과 ▲저발화성(Low Ignition Propensity, LIP) 담배 도입 및 의무화 논의와 함께 담배업체(KT&G, 필립모리스, BAT코리아, JTI 등)들의 적극적인 담배꽁초 뒷처리 캠페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인천 상가 화재처럼 한 순간의 부주의가 수십 개 점포, 수억 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흡연자와 사회 모두의 경각심과 책임 있는 행동이 절실하다.

 

국내 소방분야 한 전문가는 "금연구역 지정, 꽁초 무단투기 금지 등의 계도만으로는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서 "꽁초 미처리 흡연자 대상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담배업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꽁초처리 국민 캠페인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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