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국내 담배 3사(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가 최근 5년간 국내에서 33조7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조1000억원을 넘으며, 영업이익률은 21%를 상회했다.
이처럼 담배산업의 막대한 이익과 달리, 흡연으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와 사회적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이들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최종 변론이 5월 22일 열린다. 이번 판결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담배 3사, 5년간 33조7000억원 매출…KT&G, 80% 차지하며 압도적 1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2023년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의 누적 매출은 33조7263억원, 영업이익은 7조1366억원에 달했다.
KT&G가 26조8054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3조3162억원, BAT코리아는 2조7064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렸다.
KT&G의 2023년 담배사업 영업이익률은 27%에 달했다. 담배 한 갑(4500원 기준)에는 약 3330원(73%)의 제세부담금이 포함되지만, 담배회사는 한 갑당 800~900원의 이윤을 남긴다. 2023년 담배부담금은 1조8208억원으로 집계됐다.
12년째 이어진 ‘국민건강보험공단 vs 담배회사’ 소송
건보공단은 2014년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3사를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갑년 이상, 30년 이상 흡연 후 폐암·후두암에 걸린 환자 3465명에게 지급한 진료비를 담배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2020년 1심에서 법원은 “흡연 외에도 질병 발생 요인이 있고, 담배회사가 중독성·유해성을 은폐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담배회사 손을 들어줬다. 건보공단은 즉시 항소, 5년 넘는 법정공방 끝에 5월 22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최종 변론이 열린다.
“흡연 피해, 담배회사 책임 묻자” 의료기관·시민단체 등 각계 지지 확산
항소심을 앞두고 의료·시민단체, 암 관련 학회, 노인·요양기관까지 건보공단의 법적 대응에 힘을 실었다.
대한폐암학회, 대한암학회 등 26개 학회와 국립암센터 등 17개 기관은 “흡연은 폐암·후두암의 주요 원인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정의로운 판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예방의학회, 금연학회 등은 “담배회사는 유해성을 알면서도 은폐·축소했고, 저타르·저니코틴 제품을 덜 해로운 것처럼 홍보했다”며 기업윤리에 입각한 책임을 촉구했다.
노인·요양기관 단체는 “흡연 피해가 장기요양 수요 증가 등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은 “담배회사가 흡연 관련 질환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쟁점은 ‘흡연-질병 인과관계’와 기업의 책임
이번 2심 법정에서의 쟁점은 ▲흡연과 폐암 등 질병의 직접적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고의적 은폐·기만 여부 ▲개인의 자유의지와 기업 책임 사이의 균형 등이다.
1심 재판부는 “흡연 외에도 유전·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며 담배회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건보공단과 의료계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 흡연이 폐암의 85%, 후두암의 90% 원인임이 입증됐다”고 반박한다.
미국에서는 1998년 50개 주 정부가 담배회사와 2460억 달러(약 330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받아낸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대법원이 “흡연 피해는 개인 책임”이라며 흡연자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전례가 있다.
판결에 따라 국내 담배규제·공중보건 정책 ‘분수령’
이번 판결은 국내 담배규제 정책과 금연지원 사업, 공중보건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항소심에서 건보공단이 승소할 경우, 담배회사는 대규모 손해배상 책임과 함께 제품 마케팅·광고·가격 정책 등에서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패소 시, 건강보험 재정의 흡연 관련 손실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과 유해성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로 은폐해 온 담배회사가 일부나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