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SK브로드밴드가 2024년 3월 주주총회에서 결산배당과 중간배당을 합쳐 순이익(2557억원)을 훌쩍 넘는 3342억원을 배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순이익의 130%를 넘어서는 ‘초과 배당’으로, SK그룹의 배당정책에 대한 이중적 행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SK브로드밴드는 2023년 정관을 개정해 중간배당 제도를 도입해 1334억원을 태광산업(16.75%)과 미래에셋 계열 펀드(8.01%) 등 소수주주에게 지급했다. SK텔레콤(74.38%)은 중간배당을 받지 않았다. 이후 2024년 3월 결산배당으로 2008억원이 추가 지급됐다.
심지어 순이익만으로 배당 재원을 감당하지 못해 이익잉여금까지 끌어다 썼다. SK브로드밴드의 이익잉여금은 2023년 말 4437억원에서 2024년 말 3578억원으로 859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이익잉여금까지 끌어서 배당을 강행함으로써 최대 수혜자는 태광산업과 미래에셋 등 소수주주들이다. 이들이 독점적으로 배당금을 수령, 사실상 ‘퇴장 보상금’ 성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IPO가 무산된 태광산업·미래에셋의 투자금 회수 대안으로 현금배당을 활용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의 자체 재원이 대규모로 소진됐고,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벌어들인 돈이상으로 퍼준 대가를 회사 재원이 고스란히 치른 셈. 성장둔화로 투자여력도 줄어든 유선통신·미디어업계 불황속에서 미래 투자자금까지 끌어와 소수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히 채워준 꼴이다.

SK그룹은 공식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ESG 경영을 타그룹에 비래 유독 강조하면서 이번 사례 뿐만 아니라 실제 배당·자본정책은 총수 일가와 전략적 투자자 중심의 ‘총수친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이같은 SK그룹의 이중적인 배당잣대에 시장의 불신은 물론 소액주주들의 배신감도이 높아지고 있다.
상장사에서는 구색 맞추기 수준의 배당만 유지하며, 비상장사에서는 필요에 따라 거액의 현금을 소수 주주에게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이중적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같은 핵심 상장사들은 대외적으로 “주주친화 경영”을 내세우지만, 정작 배당성향은 낮게 유지하는 것이 관행이다. SK브로드밴드는 순이익을 넘는 배당으로 이익잉여금을 까먹은 반면, SK텔레콤은 절반가량, SK하이닉스는 10~30% 수준만 배당으로 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K㈜는 이러한 자회사 배당수익에 크게 의존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고 있으며, 최 회장은 SK㈜를 통해 거둔 배당금으로 개인 몫의 현금을 확보한다 . 최근 최태원 회장이 이혼소송으로 막대한 재산 분할 압박을 받게 되자 증권가에서 “SK텔레콤을 필두로 자회사들이 배당 확대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기업 재무회계 전문가는 "SK그룹이 진정한 ‘주주가치 경영’을 실천하려면, 상장 계열사의 배당성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고 일관된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비상장 계열사의 자금이 총수 일가나 전략적 투자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계열사를 총수 일가의 금고처럼 활용하는 관행에 과감히 혁파하는 등 주주와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실질적 실행에서 비롯된다"면서 "현재의 이중적 배당정책이 지속된다면, ‘주주친화 경영’ 구호는 공허한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