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스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서울에서 강남이 강북보다 집값이 비싸다. 왜 비쌀까?
서울 강남과 강북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경제학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흔히 강남을 '3교', 즉 교통(交通), 교육(敎育), 교류(交流)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공간, 탁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격방어선이 탄탄하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가격의 대원칙외에 왜 강남이 비싼지, 왜 다른 곳마다 가격저항선이 탄탄한 지를 경제학측면과 학술적 개념(이론)으로 알아봤다.
일반적으로 강남 부동산이 비싼 이유는 우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강남은 오랫동안 학군, 인프라, 일자리 접근성 등에서 뛰어난 입지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요소들은 강남 아파트에 대한 강한 수요를 창출하지만, 반면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둘째는 '기대이론과 자산 가격 결정' 이론이다. 기대이론에 따르면, 부동산은 미래의 가치 상승 기대가 클수록 현재의 가격이 높아진다. 강남은 높은 교육 수준, 문화시설, 교통 편의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향후 자산 가치의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러한 기대가 강남 아파트의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셋째는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 외부성'이다. 강남 지역은 자산 가치 상승의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즉 부유층이 밀집한 지역으로서 입주자들간 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이 자산 가치를 더욱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즉 부유층이 모여 있는 환경 자체가 강남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강남의 아파트는 단순 주거지 이상의 사회적 상징성을 가지며, 부동산 가격에도 이들간의 커뮤니티 형성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성인 뿐만 아니라 미취학, 초등생, 중고생등의 학군에서도 동년배간 커뮤니티를 어릴때부터 형성시켜주려는 부모욕구로 인해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한다.
넷째는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규제의 역설'이다. 부동산 투기 방지 차원에서 강남 지역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등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이는 강남 주택 보유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특수한 입지 조건으로 인해 오히려 강남 주택의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된다.
다섯번 째는 '지리적 요소와 교육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강남 지역은 우수한 교육기관과 학군으로 유명하다. 강남 학군에 대한 선호는 전통적으로 강한데, 이는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아파트에 거주하려는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어서다.
또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입지로 어디든 이동이 편한 교통환경적 요소도 강남의 가격을 확실하게 지켜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가격상승의 불변의 원칙인 '직주근접'도 강남집값 견인의 중요요인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주요기업들의 본사 대부분이 강남에 포진하고 있어서다. 판교, 분당, 마곡의 부동산 가격 역시 직장 접근성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위에 언급한 일반적인 경제학자들의 이론 외에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같은 다소 특별한(?) 개념이 강남을 더욱 강남답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이 이론은 흔히 범죄심리학과 도시관리에서 사용하는 개념이지만, 강남과 강북 아파트 가격 차이의 일부를 설명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즉 환경이 혼잡하거나 무질서하면 범죄와 부정적인 사회적 행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Q.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L. 켈링(George L. Kelling)이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에서 처음 제시됐다.
즉 작은 무질서의 영향으로 건물의 유리창이 깨진 채로 방치되면, 이는 그 건물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작용해 추가적인 파손이나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은 무질서를 방치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규범이 유지되고, 더 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개념은 이후 도시 관리와 범죄 예방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90년대 뉴욕시 경찰국장으로 재임하며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한 정책을 추진한 윌리엄 브래튼(William Bratton)은 뉴욕시의 범죄율 감소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했다.
건물의 외관과 환경적 상태는 그 지역의 사회적 질서와 가치에 대한 신호로 작용한다. 강남 지역은 정돈된 환경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유지에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관리가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강남의 아파트와 지역 전체가 더욱 안전하고 질서 있는 환경으로 인식되며, 이는 자산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강남지역에서는 깨진 유리창은 물론이고 공용현관의 파손, 커뮤니티공간, 아파트 주차장 등 공용공간에서의 다양한 문제점이 생기면 몇일을 넘기지 않고 바로 수리되거나 교체된다. 이러한 복구비용을 위해 강남사람들은 장기수선충당금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강남외 일부 지역에서는 복도의 유리창, 공용공간의 파손이 있어도 나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꺼려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강남사람들은 이런 선순환적인 가치상승이 결국 아파트 가격에도 반영되며, 지역 사회의 공동 가치가 구축된다는 점을 구성원들이 모두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인의 엄격한 출입통제, 보안카메라 설치와 24시간 순찰인력을 배치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주민들이 주도하는 환경 보호와 안전 캠페인 등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결국 강남가치 상승을 불러오는 사회적 자본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 쓰레기 무단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정기적인 청소와 시설물 점검을 실시해 단지 내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 엘리베이터 고장이나 공용 시설의 낙서 및 파손시 즉각적인 보수와 교체 활동, 정기적인 플리마켓 및 주민 운동회, 환경 미화 활동 등을 통해 주민 간의 유대감 강화등도 강남 집값의 보이지않는 주요 요인들이다.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는 "조직에서도 사소한 규정 위반을 묵인하면 더 큰 비윤리적 행위나 부정행위로 발전할 수 있듯이 작은 무질서나 방치가 더 큰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주의와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강남 집값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거주민 동네에 대한 애착이 사회적 자본으로 구축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