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동산을 셀 수 있는 것들로만 봐 왔다. 공실률, 임대료, 거래량, 매매가, 공급량. 이 다섯 개 숫자만 알면 건물 하나의 상태를 대충 그려볼 수 있다. 그런데 딱 하나, 공사가 끝난 뒤 남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누구도 세어보지 않았다. 한 해에 전국에서 나오는 건설폐기물만 27만톤이 넘는다. 60조원까지 커진 인테리어 시장 뒤에는, 이렇게 숫자로 잡히지 않던 그림자가 있었다. 임차인도, 투자자도 임대료만큼이나 이 숫자를 궁금해한다. 건물이 얼마짜리인지보다, 그 건물이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을 남기는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된 곳은 많지 않았다. 건설폐기물은 2018년 83만톤에서 2020년 101만톤으로 늘었다. 2년 만에 21.6%가 늘어난 셈이다.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그 시장이 얼마나 버리는지 추적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없었다. 이 흐름을 바꾼 건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다. 단순히 매립지를 못 쓰게 막는 규제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버리든 그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도시 운영 방식 자체의 전환이다. 2021년부터 처리 기준이 조금씩 강화됐고, 2023년에는 관리 체계가 정비됐고, 2030
계약은 이미 끝났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중개사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현장의 하루는 계약 체결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고객 상담이 이어지고, 현장 안내 일정이 잡히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의가 쏟아진다. 수십 개의 매물을 동시에 관리하는 중개사에게는 계약서 작성 이후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온다. 이유는 단순했다. 계약이 완료된 매물을 플랫폼에서 제때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허위매물과 미끼매물은 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대표적인 행위다. 존재하지 않는 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이미 계약이 끝난 매물을 이용해 다른 물건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제도가 이 둘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장에는 악의적인 허위매물도 있었지만, 단순 실수나 행정 처리 시차 때문에 광고 정리를 놓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계약은 끝났지만 시스템 반영이 늦어지거나 광고 삭제를 미처 챙기지 못하는 일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중개사들은 ‘지체 없이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됐다. 결과적으로 시장을 어지럽히는 악성 사업자와 성실하게 영업하는 다
요즘 물류센터 시장에서 흥미로운 장면은 새로 지어지는 창고가 아니라 비어 있던 창고가 채워지는 모습이다. 2~3년 전만 해도 시장의 화두는 공급이었다. 전국 곳곳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수도권에는 유례없는 규모의 신규 자산이 쏟아졌다. 공실은 늘고, 임대인들은 임차인 확보를 위해 렌트프리와 각종 지원 조건을 경쟁하듯이 내놓았다. 시장은 임차인 우위였다. 그러나 최근 현장에서 마주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급이 줄어들자 공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상승, 인허가 감소가 이어지면서 신규 공급이 급감했다. 그동안 결정을 미루던 화주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지가 우수하고 스펙이 뛰어난 물류센터부터 빠르게 임차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시장 회복으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된다. 물류센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공실률이 오르내리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류센터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물류센터를 부동산으로 평가했다. 위치, 규모, 임대료가 판단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화주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다르다. '이 물류센터가 우리의 공급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10년 전, 경기도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가 업계의 화제였다. 연면적 약 1만평. 당시 기준으로는 업계 관계자들이 일부러 견학을 올 만큼 ‘대형’이었다. 그 센터가 지금 기준으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요즘 수도권에서 1만 5000~2만평짜리는 그냥 ‘보통’이다. 3만평은 돼야 규모감이 있다고 하고, 6만평, 10만평짜리 센터도 이미 실제 입주 사례가 여럿이다. 물류센터 시장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달라졌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까? 답은 단순하다. 공급이 수요를 너무 앞질렀다. 2010년대 후반 물류센터는 오피스보다 수익률이 높은 대체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19가 이커머스 붐을 가져오면서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당시 대부분의 투자 판단이 수요 데이터가 아니라 수익률 기대에 기반을 뒀다는 점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투자 상품으로만 접근한 결과, 공급은 과잉됐고 이커머스 성장세가 꺾이자 시장은 역전됐다. 저온 물류센터에 공급이 쏠린 것도 같은 이유다.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경쟁적으로 공급이 이어졌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침체 아닌 양극화…물류센터 시장의 새 기준 그렇다고 시장 전체가
한때 건설사의 역할은 명확했다. 좋은 땅을 확보하고, 설계하고, 기한 안에 완공하는 것. 산업화 시대의 건설은 말 그대로 '짓는 산업'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높게, 얼마나 크게 올리느냐가 곧 경쟁력이었다. 지금 현장은 다르다. 건물은 준공검사 필증이 떨어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비로소 현실이 시작된다. 비어 있는 상가, 임차인을 찾지 못한 오피스, 운영 수익이 예상을 밑도는 건물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한다. 외관이 아무리 번듯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은 빠르게 경쟁력을 잃는다. 최근 건설업계가 겪는 어려움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공사비 상승, 착공 지연, 자재 가격 급등 같은 표면적 문제도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짓고 난 이후'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시장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처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이제 발주처들은 단순 시공사를 찾지 않는다. "얼마에 지을 수 있습니까"보다 "이 건물이 실제로 운영될 수 있습니까"를 더 많이 묻는다. 건설사가 공사만 하던 시대에서, 운영과 임대, 수익 구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특히 도심지 프로젝트일수록 그렇다. 리모델링과 복합개발, 오피스 전환
최근 인공지능(AI)이 금융과 제조, 의료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가운데 부동산 산업 역시 조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매물을 확보하고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모았는지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AI가 시장 분석과 가치평가 영역까지 침투하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능력이 아니다. 누가 더 오랫동안 데이터를 축적했고, 얼마나 정교하게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AI가 학습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프롭테크 시장에서 나타나는 애텀(ATTOM)과 질로우(Zillow)의 변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AI 기술 도입 사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부동산 산업 전체가 ‘검색 플랫폼 중심 시장’에서 ‘AI 기반 데이터 인프라 시장’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 프롭테크 시장에서 ATTOM과 Zillow가 보여주는 변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표면적으로는 각각 AI 기반 가치평가(AVM) 고도화와 AI 플랫폼 전략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부동산 산업 전체가 ‘검색
서울 코리빙(공유 주거) 시장이 전환점을 넘었다. 2026년 1분기 기준 서울의 코리빙 공급 호실은 7377실. 2017년 338실에서 시작해 9년 만에 22배로 커졌다. 2025년 한 해 코리빙 관련 거래액은 약 3850억원으로 전년(197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GIC·KKR·모건스탠리·하인즈 같은 세계적인 기관투자자가 국내 운용사를 통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숫자가 이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빙이 빠르게 퍼진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전세 시장이 위축됐다. 전세대출 금리가 연 4% 초반까지 오르면서 전세를 얻는 것이 예전만큼 유리하지 않다. 그 결과 서울 오피스텔 전세 거래는 2024년 대비 11% 줄고 월세 거래는 16% 늘었다. 2024년부터 2026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5.1% 올랐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금리 구조가 바뀌면서 생긴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둘째, 1인 가구가 늘었다. 서울 인구는 2017년 985만명에서 2025년 930만명으로 줄었으나, 가구 수는 같은 기간 420만가구에서 450만가구로 오히려 늘었다. 혼자 사는 가구가 전체의 40%에
서울 오피스 시장의 평균 거래 평당 가격은 2021년 2158만원에서 올해 1분기 3060만원으로 5년 만에 40% 넘게 올랐다. 임대료는 4분기 연속 오르고 빈 사무실도 4분기 연속 줄었다. 숫자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호황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다르다.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고전하는 곳은 여전히 고전한다. 2026년 1분기 데이터는 ‘평균’이라는 숫자 뒤에 감춰진 시장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6.1%였다.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지며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낙폭이 크게 줄었다. 2025년 3분기 -0.5%포인트, 4분기-0.4%포인트와 비교하면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 새 건물도 계속 나왔다. 이번 분기에만 8개 건물, 약 5만 6000평이 새로 공급됐다. 강남 청담동 K-SIGN 사옥(1406평), 분당N타워(2867평), 강서 바이오 이노베이션 허브(1만 2587평), 성수 일대 빌딩들이 대표적이다. 건물 크기별 격차도 벌어졌다. 연면적 1만~2만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3.1%까지 떨어졌다. 반면, 2만평 이상 초대형은 4분기 만에 반등해 8.2%를 기록했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는 천재(天災)가 아니다. 사고 당일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중 구조물이 2.9㎝ 주저앉았다. 신호는 현장에 있었다.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오후 2시 32분, 3명이 숨졌다. 현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다. 대형 사고는 예고 없이 방문하지 않는다. 균열과 소리, 변형, 수치 — 전조는 먼저 도착한다. 문제는 그 신호를 '위험'이 아니라 '허용 범위'로 읽는 현장의 관성이다. 2.9㎝의 단차는 수치만 보면 작아 보인다. 그러나 수십 년간 외력을 버텨온 노후 고가 구조물의 절단면이 그만큼 내려앉았다면, 그것은 계측값이 아니라 경보다.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도,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도 사후에 드러난 공통점은 같았다. '무시된 징후'. 공정 압박과 비용 절감, 책임 회피의 구조 속에서 현장의 경보는 번번이 묵살됐다. 서소문은 그 반복의 최신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왜 충분하지 않은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재해 사망자는 여전히 매년 800명을 넘는다. 법이 있다고 사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처벌의 사후성이다. 중대재해
석 달 사이에 서울 강남에서 기업 본사 96곳이 빠져나갔다. 전국에서 공시가가 가장 높은 아파트의 집주인 절반이 30·40대였다. 100억 원 넘는 아파트를 산 젊은 부자 15명 가운데 11명은 은행 대출 한 푼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집을 샀다. 놀라운 숫자들이지만 더 놀라운 건 출처다. 이 사실들은 누군가의 추정이 아니라 프롭테크 데이터 솔루션이 밝혀낸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정보는 나오기 어려웠다. 기업이 어디서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려면 등기소를 직접 돌아야 했고, 임대료를 비교하려면 건물주나 중개인에게 일일이 물어야 했다. 서울 25개 구의 기업 이동을 석 달치로 정리한다는 건 기자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비싼 아파트를 누가 샀는지, 대출은 받았는지 전부 확인하려면 등기부 등본을 한 건씩 떼서 대조해야 했다. 정보는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 프롭테크 데이터 솔루션이 이 구조를 바꾸고 있다. 알스퀘어의 RA(Rsquare Analytics)를 예로 들면, 전국 7000개 이상 오피스·물류센터의 임대료, 공실률, 실거래가, 층별 임차인 현황을 건물 단위로 모아 시계열 데이터베이스로 제공하는 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