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와 찜질방에 다녀왔습니다. 뜨거운 방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 격렬하게 운동할 때보다 더 많은 땀이 났습니다. 땀을 닦다가 문득 요즘 운동하면서 느꼈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 이따금 운동하면, 겨울보다 왠지 운동이 더 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헬스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이미 땀이 나고, 근력운동을 조금만 해도 옷이 흠뻑 젖습니다. 반면 겨울에는 같은 시간 동안 비슷한 강도로 운동해도 땀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운동량은 비슷한데도 여름에는 ‘오늘 제대로 했다’는 만족감이 큽니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운동 효과가 더 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느끼는 걸 보면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결과에 꽤 쉽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찜질방에 있으니 그게 더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운동을 해도 땀이 나고, 뜨거운 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릅니다. 둘 다 끝나고 체중계에 올라가면 몸무게가 조금 줄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드러난 결과만 보면 비슷합니다. 당연히 둘은 다릅니다. 찜질방에서 줄어든 체중은 대부분 수분이 빠져나간 일시적인 변화입니다. 운동을 통해 얻으려
최근 우연한 자리에서 유력협회를 창립하고 운영하면서 동시에 한 대기업에서 ESG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과 식사를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장을 오래 경험한 분이라 그런지 조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세 가지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조직이 결국 오래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직에 남게 만드는 것은 연봉만이 아니라는 의견인데요.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고, 외부 기고와 강연 기회를 연결해 주고, 협회 활동이나 업계 네트워크를 경험하게 하는 것처럼 개인의 커리어에 남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직원이 "이곳에서 일하면 내가 성장한다"는 확신을 갖게 될 때 조직에 대한 신뢰와 몰입도도 함께 높아진다는 겁니다. 관리자의 역할은 단순히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는 점도 공감이 됐습니다. 두 번째는 '전문성은 혼자만 갖고 있어서는 조직의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모든 강의와 자문, 컨설팅을 직접 수행하는 구조는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함께
사람은 많았습니다. 커뮤니티도 흔하고, 협회 등 각종 이익단체는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군요. IB전문 기자와 대형 스타트업 홍보실장, PR 대행사 대표님들과 한주를 풍미 가득한 중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야기가 나온 것은 협회와 대관 커뮤니티였습니다. 이들 모임은 정기적으로 만나 식사를 나구고, 정보를 주고받지만, 막상 산업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면 공동 의견을 만들거나 정책 제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투덜거림이 나왔습니다. 대화에서는 "누구를 아느냐"와 "실제로 일을 해결하는 능력"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반복됐습니다. 정부 관계자나 국회 인맥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과, 기업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정책 제안서를 만들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능력은 분명히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실력이 있는 대관 담당자일수록 여러 모임을 돌아다니기보다 필요한 사람을 조용히 만나 일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경험담도 나왔습니다. 협회 역시 행사를 잘 열고 회원사를 많이 모으는 것과 실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시장에는 네트워크는 넘치지만, 실행력을
오늘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상장사로 성장한 테크기업의 홍보실장, 대기업과 스타트업 인하우스를 거쳐 다수 기업의 홍보 프로젝트를 이끄는 IMC사 대표, 외국계/투자은행·글로벌 PR 분야에 정통한 홍보대행사 대표님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는 강의나 세미나가 아니었습니다. 각자 현장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 조직 안에서는 꺼내기 어려웠던 고민, 최근 PR업계의 변화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고, 그 안에서 정리할 수 있었던 생각은 크게 일곱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실력과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험 많은 노련한 실무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당연하게/겸손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강의나 글쓰기를 주저하기도 합니다. 무조건 먼저 말하는 것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충분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 완벽한 결과만 기다리다 보면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합니다. 완성도를 높이는 일과 실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두 번째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할이 반드시 앞선 기술을 가진 사람
차담회. 얼마 전 유력 경제단체의 대관팀장님과 차담회를 가지며, 협회가 준비 중인 ‘회원사 대관 담당자 커뮤니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 역시 기업에서 홍보뿐 아니라 대외협력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보니, 이번 대화는 협회와 기업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협회가 대관 담당자들을 모으려는 큰 이유는 회원사의 실제 정책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입니다. 협회 내부에서 정책을 만들더라도 기업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정책인지 확인하지 못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법안과 규제 영향평가 정보를 전달하고, 기업 의견을 모아 정부 부처나 국회에 전하려면 상시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해 보였습니다. 기업 대관 담당자들은 대부분 국회와 정부 부처에 각자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서, 협회 모임에서 추가로 얻을 게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꾸준히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규제와 직접 맞닿은 플랫폼·의료·모빌리티 기업은 협회 지원이 절실하지만, 규제 이슈가 적은 B2B 기업은 대관 전담자조차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결국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도 참여 동기와 기대 수준이 크게 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업계 대선배 한 분과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시다가 최근에는 본인이 직접 투자한 투자자문기업에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한 분입니다. 그저 밥 한 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메모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 한 권을 읽거나 강연 하나를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밀도의 인사이트가 있었거든요. 가장 오래 남은 화두는 AI 시대의 노동이었습니다. 흔히 AI가 사람의 일을 빼앗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그림이 보였습니다. 사무직은 AI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몸을 쓰는 기술직이라고 해서 마냥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결국 기술직은 체력과 건강이라는 한계를 안고 살아야 하고, 지식노동자는 AI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어느 직업이 더 낫다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가치로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어쩌면 미래의 노동은 '생계를 위한 의무'가 아니라 '레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본적인 생활은 기술이 어느 정도 해결해 주고, 사람들은 돈보다 재미와 성취감,
오늘 사소한 일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은행 ATM에서 현금을 입금하는 일이었습니다. 주머니에는 5만원과 만원, 5000원 권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권종별로 나눠 넣었을 겁니다. 오래전 여러 권종을 한꺼번에 넣었다가 기계가 계속 인식하지 못해 한참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혹시 이번엔..' 생각에 그냥 한 번에 밀어 넣어봤습니다. 속으로는 '또 걸리겠지'라고 생각하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ATM은 자연스럽게 권종을 구분해 한 번에 처리했습니다. 몇 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ATM이었습니다. 바뀌지 않은 것은 제 머릿속이었습니다. 과거의 실패 경험 하나를 붙잡고 수십 년 동안 불편하게 살아왔던 것입니다. 문득 지금 AI를 바라보는 모습과도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영하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김연지 데이븐ai CMO를 모시고, AI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대표, 창업자, 투자자, 마케터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한 참석자가 손을 들었습니다. "왜 AI 교육은 다 비슷합니까? 결국 챗GPT 사용법이나 프롬프트만 알려주는 것 아닌가요?" 공감되는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
10여년 만에 반가운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2012년 무렵, 제가 SK플래닛 11번가서 PR을 담당하던 시절입니다. 당시 홍보전략 자문을 함께 맡으며 (주)심심이 최정회 대표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3년 넘게 함께 일하며 언론 인터뷰와 브랜드 전략, 다양한 브랜드 프로젝트를 고민했고, 다행히 당시 목표했던 대부분의 과제를 함께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인연은 시간이 흘러도 이어졌습니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생성형 AI 시대를 살아가는 심심이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많은 이들은 심심이를 추억 속 서비스로 기억합니다. "심심이가 아직도 있어?"라는 질문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확인한 것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곳에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생성형 AI 시대가 챗GPT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지만, 최 대표는 20여 년 전부터 사람과 AI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욕설과 허위 정보, 유해 표현 같은 AI 윤리 문제도 지금보다 훨씬 먼저 경험했습니다. 오늘날 AI
최근 대기업 부장님과 5년차 홍보대행사 대표님과 차한잔과 나눈 인사이트입니다. 서로 다른 주제를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시장도, 플랫폼도, 콘텐츠도 이제는 양보다 구조와 밀도가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결국 시장의 경쟁 방식이 모두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모보다 구조, 양보다 밀도, 화려한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는 인테리어와 오피스 시장이었습니다. 최근 업계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차갑다고 합니다. 일부 기업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그나마 유지된 것도 당시 시장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에 수주했던 프로젝트가 시차를 두고 매출로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올해 들어 신규 계약이 줄어들면서 그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기업들도 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 사무실 이전이나 리뉴얼을 미루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 상황이 어려운데 인테리어는 사치 아니냐", "의자와 책상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피지컬 AI'보다 '피지컬 미디어'가 더 힙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브스의 <Why Gen-Z Is Bringing Back Physical Media> 기사를 바탕으로, 이 매체에 몸담았던 전직기자분과 나눈 대화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없던 시절을 알지 못합니다. 이들에게 콘텐츠는 애초에 디지털로 경험하는 것이었고, 볼만한 콘텐츠를 찾기 위해 매일 피드를 넘기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X를 번갈아 접속하며 콘텐츠를 찾아야 했죠. 정작 콘텐츠를 보는 시간보다 볼만한 것을 찾는 데 쓰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피로감 짙은 소비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세대에게 책 같은 물리적 미디어는 역설적으로 신세계입니다. 무한 스크롤 대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이면 며칠, 몇 주를 온전히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알고리듬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오히려 능동적인 콘텐츠 소비가 가능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스트리밍이 대세인 지금, 미국에서는 책이든 비디오테이프든 DVD든 물리적 미디어를 소유하려는 Z세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 자체가 하나의 패션이 되어 레트로한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