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두바이발 텔아비브행 플라이두바이 FZ1073편 조종석 난투 사건을 단순 기내 폭력이나 항공 안전사고가 아닌, 부조종사의 계획된 테러 행위 시도로 공식 규정했다. 다만 범행 동기와 외부 연계, 항공사 채용·보안검증 과정의 허점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현 단계에서 특정 무장단체나 국가 배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UAE 검찰총장 “비상용 도끼로 기장 공격, 조종권 장악 시도”
UAE 국영 WAM통신은 하마드 사이프 알샴시 UAE 검찰총장이 3일(현지시간) 플라이두바이 FZ1073편 사건 수사 결과, "부조종사가 테러 행위를 실행하려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알샴시 검찰총장은 부조종사가 비행 중 조종석 내부에 비치된 비상용 ‘크래시 액스(crash axe)’로 기장을 공격하고, 항공기 조종장치를 장악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UAE 검찰은 물적 증거와 디지털 자료에 대한 기술 감식, 범행 동기와 사전 기획 여부, 관련 연계 관계를 계속 조사 중이다. 검찰은 “필요한 절차가 모두 끝나는 대로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테러 시도’ 규정이 수사 종결과 기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UAE 법무당국은 10월 1일 전문 검사들로 구성된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사건이 테러 목적과 연관됐는지, 사전 지시나 기획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UAE 등록 항공기이자 UAE 국기를 단 항공기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UAE 사법당국이 수사 관할권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1만4,000피트 급강하…7500 코드가 보낸 경보
사건은 지난 9월 30일 두바이국제공항을 출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공항으로 향하던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에서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항공기가 부조종사의 공격 이후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약 1만4000피트를 급강하했다고 보도했다.
BBC가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항공기는 이륙 약 2시간30분 뒤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에서 2분 이내에 1만7000피트(약 5180m) 이상 하강했다. 이어 일반 비상사태를 뜻하는 트랜스폰더 코드 ‘7700’을 송신한 뒤, 불법 간섭 또는 항공기 납치를 뜻하는 ‘7500’ 코드로 전환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코드 7500을 항공기가 ‘불법 간섭(unlawful interference)’을 받고 있음을 알리는 긴급 신호로 규정한다. 관제기관은 이를 수신하면 특별 비상경보를 작동시키고, 조종사에게 신호의 진위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FZ1073편은 이후 항로를 바꿔 사우디 북서부 타북의 프린스 술탄 빈 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BBC는 항공기가 오전 6시58분 타북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기장 부상 속 문 열어…승객·비번 조종사가 참사 막았다
이스라엘 당국과 탑승객 증언에 따르면 인도 국적의 스밋 마찬하르 기장은 공격을 받아 크게 다쳤지만, 조종석 출입문을 열어 외부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승객과 객실 승무원이 조종석에 진입해 부조종사를 제압했고, 당시 항공편에 탑승 중이던 플라이두바이 조종사들이 기체를 안정시켜 타북에 착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플라이두바이는 공식 성명에서 조종석에서 “다툼(altercation)”이 발생했으며, 탑승 중이던 자사 근무 승무원들이 항공기를 확보해 타북으로 우회 착륙시켰다고 밝혔다. 항공사는 사건 직후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안전하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승객과 승무원이 조종석에 들어가 부조종사를 제압한 뒤, 기내에 있던 두 번째 플라이두바이 조종사들이 조종을 넘겨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 중 한 명이 조종간을 붙잡아 항공기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만 급강하의 정확한 원인, 부조종사가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조종권을 장악했는지, 조종석 계기판이나 항공기 시스템이 손상됐는지는 아직 공식 수사 결과로 확정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 측과 탑승객은 부조종사가 항공기 제어장치 또는 계기판을 훼손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UAE 수사당국의 최종 감식 결과를 통해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채용·신원검증, 중동 항공보안의 새 쟁점
용의자는 오만 국적의 하맘 알하마미로 알려졌다. BBC와 프랑스24 등은 그가 사우디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오만 당국이 과거 극단주의 성향 우려를 이유로 비행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만 정부가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한 자료와 플라이두바이의 채용 당시 검증 과정은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오만에서 비행 금지 처분을 받은 인물이 플라이두바이에 채용됐다’는 의혹은 수사와 당국의 공식 확인 전까지는 확정 사실로 쓰기 어렵다. 항공사 역시 사건 직후 성명에서 범행의 근본 원인과 동기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성급한 추측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조종석 보안이 외부 침입 차단에 집중돼 온 반면, 조종 인력 내부의 급진화 가능성, 정신건강, 보안심사와 정보 공유 문제에는 여전히 취약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UAE와 이스라엘의 항공 연결은 2020년 아브라함 협정 이후 양국 관계 정상화의 상징적 노선으로 자리 잡았던 만큼, 사건의 정치·안보적 파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건 직후 자국으로 운항하는 조종사들에 대한 신원·보안 확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