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오비맥주가 근속 5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는 2016년부터 운영해 온 상시 프로그램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인위적 감원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희망퇴직 대상 기준이 과거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중심에서 2024년부터 5년 이상으로 낮아진 데다, 국내 맥주 출고량이 3년 연속 감소한 시장 환경까지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주류 소비 구조 변화에 대응한 조직 효율화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비맥주는 10월 1일부터 13일까지 2021년 11월 1일 이전 입사한 근속 5년차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위로금은 근속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5년 근속자는 7개월치, 6년은 9개월치, 7년은 10개월치, 8년은 12개월치, 9년은 13개월치다. 10년 이상 17년 미만 직원에게는 15개월치를 기본으로 근속 1년당 2개월치가 더해지며, 17년 이상 장기근속자는 최대 30개월치의 위로금을 받는다. 다만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30개월에 못 미치면 남은 기간만큼만 지급한다.
오비맥주는 “조직과 인력의 선순환을 위한 상시 희망퇴직 프로그램”이라며 “경영상 어려움에 기인한 인위적 인력 감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제도는 2016년부터 운용돼 왔다. 다만 과거에는 통상 근속 10년 이상자를 중심으로 적용됐으나, 회사가 2024년 2월부터 지원 대상을 근속 5년 이상으로 넓힌 점은 이번 조치의 의미를 단순한 정례 프로그램 이상으로 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적은 성장, 수익성은 후퇴
오비맥주의 2025 회계연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785억원으로 전년보다 2.0%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3465억원으로 5.4% 감소했다.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줄면서 영업이익률은 약 19.5%로, 전년의 약 21.0% 수준보다 1.5%포인트가량 낮아진 것으로 계산된다. 외형은 유지됐지만 비용과 경쟁 환경을 고려한 수익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희망퇴직이 곧바로 경영위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신청 인원과 실제 퇴직 인원, 대상 직군, 향후 충원 계획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프로그램이 전체 인력 규모를 얼마나 줄이는지, 비용 절감 효과가 어느 수준인지를 현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회사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 시점에 근속 5년 이상 전 직원으로 신청 문호를 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 인건비 구조를 유연화하고, 영업·마케팅·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인력 구성을 조정하려는 사전적 대응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덜 마시는 한국’과 맥주업계의 숙제
오비맥주의 조직 재편은 개별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국내 주류시장 전반의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300만㎘ 아래로 내려갔다. 연간 주류 출고량이 300만㎘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2015년 380만4000㎘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21.5% 줄었다.
맥주 출고량 감소는 더 뚜렷하다.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22년 169만8000㎘에서 2023년 168만7000㎘, 2024년 163만7000㎘, 2025년 151만9000㎘로 줄었다. 2025년 감소율은 전년 대비 7.2%였으며, 3년 연속 감소세다. 맥주가 여전히 국내 주류 소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많이 마시는 술’의 지위는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음주 빈도와 음주량도 동반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음주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2023년 9.0일에서 2025년 8.8일로 줄었다. 술을 마시는 날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같은 기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다. 건강 관리, 고령화와 인구 감소, 회식 문화 변화, 홈술·혼술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오비맥주의 글로벌 모회사인 AB인베브도 한국 시장의 수요 둔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AB인베브는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한국 시장의 연간 판매 물량이 낮은 한 자릿수 비율로 줄었지만, 업계 전반의 부진보다는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매출은 낮은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헥토리터당 매출은 낮은 한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판매량 확대보다는 가격·제품 믹스·브랜드 전략을 통해 매출을 방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감원’ 아닌 ‘선순환’의 시험대
오비맥주와 AB인베브는 소비 감소에 대응해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국내 맥주 출고량이 줄고, 소비자가 저도주·무알코올·다양한 맛의 제품으로 이동하는 환경에서 주류업계의 경쟁은 생산량 확대보다 브랜드 효율, 유통 장악력, 제품 혁신, 비용 구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오비맥주의 이번 희망퇴직은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감소하는 전통 맥주 수요 속에서 ‘카스 이후’의 성장 경로와 조직 경쟁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