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지구 상공 약 510km의 저궤도에서 프로그래머블 양자 광자 프로세서가 실제로 작동했다. 단순히 양자 상태의 빛을 우주에서 만들거나 지상으로 전송한 수준을 넘어, 광자 쌍을 칩 안에서 제어하고 두 광자의 양자 간섭까지 확인한 첫 실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성과는 아직 ‘우주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나 ‘고전 컴퓨터 대비 양자우위’의 증명은 아니다. 발사·진동·방사선·열변화·태양광 노이즈 속에서도 양자 광연산의 핵심 조건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인 기초 실증에 가깝다.
발사 8개월 뒤, 우주에서 확인된 ‘두 광자의 간섭’
sciencealert, phys, arxiv, thequantuminsider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의 필립 발터(Philip Walther) 교수 연구팀은 2026년 9월 21일 공개한 arXiv 프리프린트에서, 저궤도 위성 환경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래머블 양자 광자 프로세서를 보고했다. 논문은 동료심사를 거치기 전의 프리프린트라는 점에서 성능 수치와 ‘최초’ 주장에는 향후 독립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연구진이 공개한 실험 설계와 데이터는 우주 기반 양자 정보처리가 통신 중심 단계를 넘어 연산 실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비는 2025년 6월 23일 스페이스X 팰컨9의 ‘트랜스포터-14’ 라이드셰어 임무로 발사됐다. 이후 유럽 우주운송 기업 D-Orbit의 궤도이동체 ‘ION SCV’에 탑재돼 태양동기궤도에서 운용됐다. 연구팀은 약 8개월 동안 광자 쌍의 생성·조작·검출과 회로 설정 변경 실험을 진행했다. 탑재체는 길이 45.3cm, 폭과 높이 각 15cm, 질량 9.8kg, 평균 소비전력 10W 규모로 설계됐다. 큐브샛급 위성이나 소형 위성의 전력·질량 제약을 의식한 구성이다.
이번 실험의 주인공은 초전도 큐비트나 이온트랩이 아니라 빛 입자인 광자다. 405nm 연속파 레이저가 비선형 ppKTP 결정에 들어가면 자발매개하향변환(SPDC) 방식으로 810nm 광자 쌍이 생성된다. 이 광자들은 편광분리기와 광섬유를 거쳐 6개 입력·출력 모드를 가진 유리 기반 집적 광회로로 들어간다. 회로 안에는 15개의 마흐젠더 간섭계(MZI)가 배치돼 있고, 미세 열광학 히터가 굴절률과 위상을 바꿔 광자의 경로와 간섭 조건을 조절한다.
핵심은 광자 두 개가 단순히 존재했다는 데 있지 않다. 두 광자가 색, 편광, 도착시간 등 관련 물리량에서 구별되지 않아야 간섭이 일어나며, 이 비고전적 간섭이 광자 기반 양자계산의 중요한 자원으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결정의 온도를 조절해 두 광자의 스펙트럼 조건을 맞추고, 균형 빔스플리터처럼 동작하도록 설정한 회로에서 홍-오우-만델(Hong-Ou-Mandel·HOM) 간섭 신호를 관측했다.
우주가 드러낸 양자하드웨어의 약점
실험은 동시에 냉정한 엔지니어링 성적표이기도 했다. 탑재된 6개의 단일광자 눈사태 다이오드(SPAD) 가운데 실제 분석에 쓸 수 있었던 것은 3개뿐이었다. 연구진은 1개 검출기는 발사 전에 이미 문제가 있었고, 나머지 2개는 발사 과정에서 광섬유 연결부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원래 6개 출력 모드를 모두 활용할 수 없었고, 회로 전체를 사용해 신호를 작동 가능한 세 검출기로 우회시키는 방식으로 실험 범위를 축소해야 했다.
태양광은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위성이 약 92분에 한 번씩 지구를 공전하는 동안 햇빛을 받는 구간에서는 검출기의 잡음과 우발 동시계수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일부 상황에서는 검출기 포화 가능성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신뢰도 높은 측정을 위해 지구 그림자 구간으로 측정 시간을 제한했으며, 실질적으로 한 공전당 약 30분가량만 저잡음 데이터를 얻었다.
방사선은 실리콘 SPAD의 암계수, 즉 실제 광자가 들어오지 않아도 검출되는 잡음 신호를 늘렸다. 논문에 따르면 방사선 손상은 검출 효율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암계수를 높였고, 임무 약 52일 뒤부터 암계수 증가가 뚜렷해졌다. 연구진은 신호를 회복하기 위해 SPAD 과전압을 7V에서 12V로 올렸으며, 특정 조합에서는 우발계수를 보정한 실제 광자쌍 신호를 약 1.5Hz에서 6Hz로 높였다. 그러나 이 조정은 근본적 열화를 해소한 것이 아니라 신호대잡음비를 재최적화한 대응에 해당한다.
내부 접착제의 아웃개싱도 레이저 출력을 점진적으로 낮췄다. 고진공 우주 환경에서는 유기물에서 방출된 기체가 광학 표면을 오염시킬 수 있는데, 논문은 이 문제가 펌프 레이저 출력 저하에 영향을 줬다고 적시했다. 발사 진동에 견디기 위한 접착·고정 설계와 진공에서의 오염 억제라는 요구가 동시에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자통신 위성’에서 ‘양자 엣지컴퓨팅 위성’으로
이번 성과의 산업적 함의는 ‘우주 양자컴퓨터가 완성됐다’는 선언보다, 위성 양자기술의 기능이 확장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 우주 양자기술은 주로 양자키분배(QKD), 얽힘 분배, 지상-위성 간 양자통신 등 양자 상태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번 연구는 광자쌍 생성원, 프로그램 가능한 집적 광회로, 단일광자 검출기를 하나의 우주 탑재체에 통합해 양자 상태를 궤도 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
연구진이 상정한 응용은 지구관측 데이터의 현장 처리다. 고해상도 광학·레이더 위성은 대량의 영상을 확보하지만, 지상국으로 원본 데이터를 보내는 과정은 통신 대역폭과 전력, 지상국 가시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논문은 예로 NASA의 산불정보시스템 FIRMS조차 데이터 획득 이후 산출물 제공까지 최대 약 1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위성 탑재 프로세서가 산불 징후, 해양오염, 작물 이상, 재난 지역 변화 같은 특징을 먼저 분류·압축하면, 원시 영상 전체 대신 경보·좌표·요약 추론 결과를 먼저 전송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 목표와 이번 실험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있다. 이번 장치는 지구관측 영상을 입력받아 분류한 것도 아니고, 특정 인공지능 추론 과제를 수행한 것도 아니며, 고전적 위성 컴퓨터보다 빠르거나 정확하다는 양자우위를 보인 것도 아니다. 광자 기반 양자기계학습이 제한된 회로 규모에서 표현력을 높일 가능성은 연구 주제이지만, 실제 궤도 위성의 데이터·전력·오류율·통신환경까지 포함한 유용성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진 역시 다음 과제를 센서와 프로세서의 연결로 규정했다. 지구관측 데이터를 광회로에 프로그램되는 유니터리 연산에 직접 인코딩하고, 장시간 추론에 필요한 수준으로 간섭 조건과 계수율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사선 내성 패키징, 더 효과적인 차폐, 온도 안정화, 궤도상 자동 재보정, 검출기 열화 완화 기술뿐 아니라 제한된 광자·모드 자원에 어떤 데이터 특징을 담을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