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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20억달러 인수 무산 뒤 5개월”…마누스의 역습, 前 주인 메타 '뮤즈'와 한판승부

메타가 놓친 Manus, ‘개인 AI 비서’로 돌아왔다…Muse와 정면충돌
베이징이 갈라놓은 Meta·Manus…이제는 ‘일 시키는 AI’ 패권 다툼
“답변은 끝났다, 실행의 시대다”…Manus 2.0, Meta Muse에 도전장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중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마누스(Manus)가 자사 플랫폼을 사실상 새로 짠 ‘Manus 2.0’을 내놨다. 불과 5개월 전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약 20억달러 규모 Meta 인수가 무산된 뒤 독립 운영을 재개한 Manus가, 이제는 전 인수 예정사 Meta의 개인용 AI 에이전트 ‘Muse’와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다.

 

블룸버그, 로이터, NPR에 따르면, Manus는 28일 공개한 제품 발표에서 “Manus 2.0은 버전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로운 아키텍처, 새로운 제품, 새로운 기능”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외부 서비스와 연결하고 실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행동형 AI’로의 전환이다.

 

Manus의 재등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실패의 후일담이 아니라, 미·중 기술 갈등이 낳은 AI 에이전트 경쟁의 새로운 장면에 가깝다. Meta는 지난해 12월 Manus 인수를 추진했지만,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올해 4월 거래 철회를 명령했다. 이후 Meta는 6월부터 Manus 임직원의 내부 데이터 시스템 접근을 막고, 자사 직원의 Manus 도구 사용도 중단시키며 양사 간 데이터 공유를 끊었다.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CNBC에 따르면 양측은 사실상 데이터 방화벽을 세운 채 운영 분리에 들어갔다.

 

‘답변형 AI’ 넘어 ‘실행형 AI’로


Manus 2.0의 기술적 중심은 자체 에이전트 구동 체계인 ‘Cascade’다. 회사 측은 Cascade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불러오는 방식 대신, 과업에 필요한 전문 기능만 순차적으로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문서 작성, 웹페이지 제작, 영상, 자동화 업무를 하나의 연속된 프로젝트 안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Manus가 제시한 자체 테스트 기준 수치는 눈에 띈다. 특정 테스트 구성에서 Cascade는 이전 시스템보다 토큰 사용량을 23.2% 줄였고, 작업 완료 시간은 28.2% 단축했으며, 실행 비용은 32% 낮췄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Manus가 공개한 ‘한 가지 테스트 환경’의 결과로, 독립적인 제3자 벤치마크나 모든 작업 유형에 일반화할 수 있는 성능 지표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볼 필요가 있다.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토큰 효율과 작업 시간, 운영비는 단순한 기술 지표가 아니다. 에이전트가 검색·판단·도구 호출·결과 검증을 여러 차례 반복할수록 추론 비용과 지연 시간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Manus가 이번 발표에서 비용 절감 수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AI 모델 자체의 성능 경쟁보다,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에이전트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반복 실행할 수 있는지가 사업성의 분기점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Manus는 동시에 Cloud Computer도 도입했다. 이는 자동화나 멀티플레이 게임 서버처럼 사용자의 노트북이 꺼져도 계속 작동해야 하는 과업을 위한 전용 실행 환경이다. 기존의 예약 작업 기능을 확장한 Automations는 이메일 수신, 광고 성과 변화, 일정 등록, Slack 메시지, Notion 업데이트 등의 이벤트를 감지해 작업을 자동 시작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감시 대상과 후속 행동을 자연어 지시로 설정할 수 있다.

 

영상·게임·업무 자동화까지 묶었다


Manus는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을 Manus Studio로 확장하면서 문서·스프레드시트·PDF·프레젠테이션뿐 아니라 웹사이트, 코드, 게임, 영상까지 생성·편집할 수 있도록 기능을 넓혔다. 특히 영상 편집 기능은 생성된 결과물을 다시 프롬프트로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클립·이미지·텍스트·모션 그래픽·오디오를 타임라인에서 개별 수정하는 방식을 표방한다. 회사는 30~60초 길이의 제품 광고, AI 기반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데이터 모션그래픽, 튜토리얼, 브이로그 등을 주요 활용 사례로 제시했다.

 

게임 개발 기능도 넣었다. 사용자는 템플릿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고, 코드·에셋·장면을 수정한 뒤 웹 링크로 배포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 게임의 경우 Cloud Computer를 통해 상시 서버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는 Manus가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사무 자동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제작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아우르는 ‘생산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기능의 폭이 곧 시장 우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상 편집, 게임 제작, 문서 업무, 자동화는 각각 다른 사용자 경험과 정확성 기준을 요구한다. 특히 기업 고객에게는 기능 개수보다 업무 시스템과의 연결성, 권한 관리, 오류 추적, 데이터 보안, 결과물에 대한 최종 책임 구조가 도입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메일·전화·지갑’ 가진 Cue의 승부수


이번 출시에서 가장 주목할 제품은 개인용 AI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 ‘Cue’다. Cue의 각 에이전트는 별도의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지갑, 컴퓨터를 부여받는다. 사용자가 예산 한도를 설정하면 에이전트가 메시지를 보내고, 결제를 수행하며, 자신의 실행 환경에서 업무를 끝까지 처리하도록 만든 구조다. 여러 에이전트를 그룹 대화에 넣어 한 에이전트가 장소를 조사하고, 다른 에이전트가 후보군을 압축하며, 또 다른 에이전트가 자료를 만드는 식의 병렬 분업도 제시했다. 다만 최종 의사결정은 사용자가 한다는 것이 Manus의 설명이다.

 

Cue는 웹·데스크톱·모바일에서 얼리 액세스로 제공되며, 현재는 초대 코드가 필요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iOS 버전은 앱스토어 심사 이후 출시될 예정이라고 Manus는 밝혔다.

 

이 대목에서 Cue는 Meta의 Muse와 가장 직접적으로 겹친다. Muse 역시 이메일, 파일, 결제, 여행 예약, 쇼핑 등 개인의 디지털 생활과 연결돼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지향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Muse는 출시 후 2주 동안 약 280만 건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미국과 캐나다의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 무료 앱 순위 정상에 올랐다. 이는 개인용 에이전트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과 초기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이전트 경쟁의 본질은 ‘권한 관리’


Manus와 Meta의 대결은 결국 더 똑똑한 대화형 AI를 만드는 경쟁이 아니다. 이용자의 이메일, 일정, 파일, 전화, 결제수단, 웹브라우저에 어느 수준까지 접근할 수 있고, 그 권한을 얼마나 안전하고 투명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경쟁이다.

 

AI 에이전트는 가격 비교, 상품 구매, 예약, 양식 작성 등 실제 생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성형 AI보다 한 단계 높은 편의성을 약속한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를 모두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CNN은 Amazon이 Muse의 자사 쇼핑몰 접속을 막으면서 계정 정보와 자격증명 처리 문제, 개인화 추천의 훼손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예약 플랫폼 Resy도 승인받지 않은 제3자 봇이나 에이전트의 서비스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eta의 Muse 사례는 그 위험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로이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Muse의 취약점을 발견했으며, 악의적 공격자가 이메일과 파일이 담긴 이용자 전용 가상 머신에 접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취약점은 Meta 내부에서 5단계 중 세 번째로 높은 심각도인 ‘SEV-2’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Meta는 Muse 내 안전 경고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앞서 로이터는 Meta가 Muse의 일부 전화 업무를 외부 계약 인력이 대신 처리하는 ‘휴먼 컨시어지’ 기능을 시험했다가, 개인정보가 콜센터 인력에게 의도치 않게 공유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나오자 기능을 철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행동하기 시작하는 순간, 자동화의 효율성만큼이나 누가 실제 작업을 수행했고 어떤 정보에 접근했는지에 대한 고지와 통제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전 소유주’와 맞붙은 Manus의 과제


Manus가 Meta 인수 무산 직후 독립 회사로 복귀해 제품을 내놓은 것은 상징성이 크다. 전 인수 예정사와의 데이터 연결이 끊긴 뒤, Manus는 기업용 자동화와 창작 도구, 개인 비서형 에이전트를 한 번에 묶는 플랫폼 전략으로 대응했다. 반면 Meta는 수십억 이용자 기반, WhatsApp·Instagram·Facebook 등 서비스 생태계,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배포력을 바탕으로 Muse 확산을 노린다.

 

Manus의 강점은 과업 실행과 자동화, 제작 도구를 하나의 작업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제품 설계에 있다. 반대로 Meta의 강점은 소비자 접점과 대규모 플랫폼 배포력이다. 다만 두 기업 모두 해결해야 할 숙제는 같다.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돈을 쓰고, 전화를 걸고, 외부 서비스에 로그인하며,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할수록 성능보다 신뢰가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점이다.

 

Manus 2.0의 23.2% 토큰 절감, 28.2% 작업시간 단축, 32% 비용 감소라는 수치는 ‘더 싸고 빠른 에이전트’를 향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AI 에이전트 시장의 최종 승자는 단순히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신의 이메일·전화·지갑·파일을 맡겨도 된다고 판단할 만큼 권한·보안·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설계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Meta와 결별한 Manus의 재출발은 그래서 제품 업데이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의 다음 전쟁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누가 더 안전하게 ‘일을 대신할 수 있는가’를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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