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6개 계열사가 KKR이 설립하고 엔비디아·쿠웨이트투자청(KIA)·미국 전력회사 비스트라(Vistra)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총 10억달러를 투입한다. 반도체 중심의 AI 공급망 참여를 넘어 데이터센터 건설, 냉각, 전력, 송배전, 에너지저장장치까지 포괄하는 ‘AI 인프라 통합 사업자’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10억달러 공동 투자…삼성전자 5억달러
삼성전자는 29일 삼성물산·삼성SDS·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와 함께 미국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전체의 절반인 5억달러를 부담하고, 나머지 5개 계열사가 5억달러를 공동 투자한다. 계열사별 투자액, 투자수단의 구체적 구조, 자금 납입 일정은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출자는 헬릭스가 출범 당시 확보한 100억달러 이상의 장기 약정자본에 더해지는 자금이다. 따라서 삼성의 투자까지 단순 합산하면 헬릭스 전략의 약정자본은 최소 11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된다.
헬릭스는 2026년 6월 KKR이 설립한 AI 인프라 전문 플랫폼이다. 초기 투자자로 KKR, KIA, 엔비디아, 비스트라가 참여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였던 애덤 셀립스키가 공동창업자 겸 CEO를 맡고 있다. 삼성 6개 계열사는 이번 투자로 이들 투자자와 함께 헬릭스의 창립 투자자 지위를 갖게 됐다.
칩에서 전력망까지, ‘AI 공장’의 전 밸류체인 겨냥
헬릭스의 사업 범위는 데이터센터 부지 개발이나 서버 수용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을 비롯해 기저부하 및 유연성 전원을 포함한 발전, 송전·배전, 광섬유·연결망까지 통합적으로 투자·개발·관리하는 구조를 표방한다. AI 데이터센터의 병목이 GPU 확보에서 전력 조달, 계통 접속, 냉각 설비, 통신망 구축으로 이동하는 환경을 사업 기회로 삼은 것이다.
투자 구도도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AI 연산용 가속기와 풀스택 AI 인프라 역량을, 비스트라는 전력 조달·운영 역량을, KKR은 장기 자본과 인프라 투자 플랫폼을 각각 제공한다. 여기에 삼성은 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를 포함한 반도체, 데이터센터 냉각, EPC, IT 운영, UPS 및 배터리 백업 부문을 연결할 수 있다. 헬릭스가 단순 금융투자 플랫폼이 아니라 장비·전력·건설·운영을 묶는 전략적 연합체에 가까운 이유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AI 데이터센터를 GPUaaS(GPU-as-a-Service), 소버린 AI, 코로케이션 등 고부가 사업모델이 집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이는 삼성이 메모리와 서버용 부품 공급 확대만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운영 단계에 영향력을 확보해 장기 수요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헬릭스가 추진할 구체적 데이터센터 부지, 고객사, 확보 전력량(MW), 계약된 전력구매계약(PPA), 가동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AI 인프라의 병목은 ‘전력’
이번 투자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에서 전력 확보가 가장 큰 제약으로 부상했다는 판단이다. 대규모 AI 연산시설은 고밀도 GPU 서버와 액체냉각 설비를 동시에 가동해야 하므로, 안정적인 전력 생산능력뿐 아니라 송배전망 접속과 백업 전원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헬릭스는 직접 투자 및 대형 에너지 개발사와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용량을 빠르게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며, 초기 투자자인 비스트라와 전력 부문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스트라는 미국 18개 주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약 50GW 규모의 발전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전력회사다. 헬릭스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 단계부터 전력 자산과 전력망 접근성을 함께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데이터센터 부지를 먼저 정한 뒤 전력망 접속을 기다리는 기존 방식보다, 전력과 컴퓨팅 인프라를 병행 설계하려는 모델에 가깝다.
삼성 측에는 이 구조가 중요한 고객 접점이 될 수 있다. AI 서버 증설이 빨라질수록 HBM 등 메모리 수요뿐 아니라 냉각장비, 배전·전력품질 관리, UPS, 배터리 백업, 데이터센터 운영 소프트웨어 수요도 동반 확대된다. 데이터센터를 ‘서버가 들어간 건물’이 아니라 전력·냉각·반도체·통신·금융이 결합한 산업 인프라로 바라본 투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기존 하드웨어 공급 역량을 시스템·인프라 수준의 영향력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플랙트그룹 인수를 통해 확보한 냉각 기술, 삼성물산의 EPC 역량, 삼성SDS의 데이터센터 운영과 GPUaaS, 삼성SDI의 UPS·배터리 백업 기술을 하나의 AI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으로 엮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이 구상이 실제 매출과 수주로 이어지려면 헬릭스가 대형 하이퍼스케일 고객을 확보하고, 전력계통 접속·발전원 조달·인허가·건설비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의 투자 발표는 전략적 방향성은 분명히 보여주지만, 지분율·의결권·수익배분 조건, 개별 계열사의 공급 우선권, 프로젝트별 수주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KKR과 삼성, AI 인프라 동맹 넓힌다
이번 거래는 삼성과 KKR의 협업이 확대되는 흐름에서도 읽힌다. 삼성SDS는 올해 4월 KKR이 1조2200억원, 달러 기준 약 8억2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발행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SDS는 당시 조달 자금을 AI 전환 서비스 등을 포함한 핵심 성장 분야의 인프라와 역량 강화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KKR은 전 세계 디지털 인프라와 전력 분야에 75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2009년 이후 한국에서 인프라·사모투자·부동산·크레딧을 합쳐 약 9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삼성 입장에서는 KKR의 대규모 장기자본과 인프라 투자 실행력을 활용하고, KKR은 삼성의 제조·기술·건설·금융 역량을 AI 인프라 투자 플랫폼에 결합하는 셈이다.
결국 이번 10억달러 투자는 ‘엔비디아 GPU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경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 데이터센터가 가동될 수 있도록 전력과 냉각, 건설, 연결망, 자금을 누가 통합적으로 제공하느냐의 경쟁에 삼성이 본격 진입했다는 신호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헬릭스가 북미 및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지역에, 어떤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전력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지, 그리고 삼성 6개 계열사가 그 과정에서 투자자 지위를 넘어 실제 장비·시공·운영 수주로 얼마나 연결하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