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부산 북항에 들어온 무태상어 추정 개체 ‘부캉이’는 추석 연휴 나흘 동안 48만3000명을 끌어모았고,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일부터 27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56만8800명에 달했다. 추석 당일만 비교해봐도 북항 방문객은 13만6000명으로, 713억원의 직접 사업비가 투입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의 6만7000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부캉이 현상’은 오늘날 관광의 승부가 시설비 규모가 아니라 희소한 실시간 사건을 얼마나 안전하고 매력적인 경험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객은 거대한 전시관보다도 ‘지금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에 먼저 반응했다.
여수박람회는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61일간 열리는 행사로, 300만명 유치 목표를 제시했다. 단순 산술로는 하루 평균 약 4만9180명이 필요하다. 직접 사업비 713억원 가운데 주제섬 조성 104억원, 홍보·관람객 유치 등 마케팅 102억원, 전시 콘텐츠 개발·운영 90억원 등이 편성된 것으로 보도됐다.
반면 북항은 상어 출현이 알려진 뒤 평일에도 방문객이 급증했고, 연휴에 폭발했다. 부산시가 추석 연휴 총 8만명 안팎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실제 연휴 방문객은 46만8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평소 북항 친수공원의 주말 하루 방문객이 약 2000명 수준이었다는 보도와 비교하면, 상어 관찰 수요는 단순한 연휴 유동인구가 아니라 사건 자체가 만든 초과 수요로 볼 여지가 크다.
부캉이 ‘300억원 경제효과’의 진실
“상어 한 마리가 300억원을 벌었다”는 표현은 기사 제목으로는 강력하지만, 정책·경제 분석의 언어로는 확정된 경제성과가 아니라 가정이 결합된 추정치로 읽어야 한다.
조선일보 추산의 출발점은 상어 때문에 평소보다 늘어난 방문객 약 30만명이다. 이를 부산 시민 55%가 1인당 2만원, 외지 방문객 40%가 1인당 6만원, 일정 연장·숙박 방문객 5%가 1인당 20만원을 지출했다고 가정해 직접 소비를 약 135억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관광 소비 생산유발계수 약 1.8을 적용해 생산유발액 약 240억원, 광고환산 홍보효과 약 50억원, 관련 소비와 주가 변동 등을 더해 약 300억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현장 소비가 실제로 늘었다는 정황은 있다. CU 운영사 BGF리테일에 따르면 상어 목격 직후인 19~20일 북항 인근 CU 5개 점포의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4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조배터리 매출은 815.5%, 완구류는 422.7% 늘었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는 ‘상어 특수’가 소매점의 단기 매출로 연결됐음을 보여주는 실물 지표다.
관광객을 움직인 네 가지 장치
부캉이의 흥행은 ‘상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관광상품으로서의 매력은 ▲희소성 ▲관찰 가능성 ▲참여성 ▲확산성의 결합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1. “오늘 아니면 못 본다”는 희소성
박람회는 일정·전시·동선이 미리 정해진 계획형 상품이다. 반대로 북항의 상어는 언제 나타날지, 얼마나 오래 머물지, 실제로 볼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이 불확실성은 관광상품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지만, SNS 시대에는 ‘지금 가야 한다’는 긴급성과 FOMO, 즉 놓칠 수 있다는 심리를 만든다. 부캉이는 자연 발생적 사건이면서도 시민이 산책로에서 비교적 가깝게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머물렀다. ‘희귀한 야생동물’과 ‘도심 항만’의 비일상적 조합이 사진과 영상의 소재가 됐고, 관람 행위 자체가 인증 콘텐츠로 바뀌었다.
2. 관찰대상을 넘어 ‘참여자’가 만든 서사
‘부캉이’라는 이름은 행정기관이 만든 공식 브랜드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애칭이다. 이후 “먹이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상어맘’ 반응, 부산의 고등어·죠스바·고래밥을 엮은 밈,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농담까지 더해지면서 상어는 단순 관찰 대상에서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해석하는 캐릭터가 됐다. 관광에서 방문객은 더 이상 전시물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진을 찍고, 별명을 붙이고, 동영상을 올리고, 밈을 재생산하면서 관광 경험의 공동 제작자가 된다. 북항의 핵심 자산은 상어의 생물학적 희귀성만이 아니라, 시민과 방문객이 만든 이야기의 연쇄였다.
3. 낮은 진입장벽과 즉시성이 만든 참여
북항 친수공원은 도심 항만에 있는 공공 공간이다. 별도의 예매나 복잡한 관람 절차 없이 찾아갈 수 있고, 짧은 시간에도 ‘봤다’는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접근성은 추석 귀성객·가족 단위 나들이객·인근 주민의 즉흥 방문을 한꺼번에 흡수했다. 반대로 대형 박람회는 교통, 입장료, 관람시간, 전시 이해도, 체류 동선 등 여러 비용을 요구한다. 관광객은 비용을 지불한 만큼 “여기서만 가능한 압도적 경험”을 요구한다. 대형 행사일수록 콘텐츠의 밀도와 체험의 차별성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4. 지역 상권과 연결되는 ‘작은 소비’
부캉이 방문객의 구매는 고가 패키지보다 편의점 간식, 음료, 보조배터리, 장난감, 카페 등 즉시 소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 단가는 낮아도 대규모 유동인구가 짧은 시간에 몰리면서 인근 점포에는 즉각적인 매출 효과가 나타났다. 관광정책의 관점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방문객 수를 세는 데 그치지 않고, 카드매출·숙박률·교통 이용·지역 내 체류시간·재방문율을 결합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디에서, 누구에게 소비했는가”를 측정해야 한다. 관광의 성패는 집객 수보다 지역에 남는 소비의 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수박람회가 부캉이에게 배워야 할 것
여수세계섬박람회의 가치가 북항 상어 관찰보다 작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섬·해양·생태·지역균형발전 의제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장기 인프라와 지역 브랜드를 남기는 일은 일회성 화제와 다른 공공적 목적을 갖는다. 여수박람회가 단순 관광 이벤트가 아니라 섬 정책과 해양문화의 플랫폼을 표방한다면, 평가는 폐막 뒤의 시설 활용도, 지역 사업 연계, 재방문 수요, 지역 소득 증대까지 포함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700억원’이라는 비용과 ‘300만명’이라는 목표가 공개된 이상, 운영 주체는 방문객 수뿐 아니라 목표 산정 근거와 지출 대비 효과를 더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 국제행사 승인 당시 248억원이던 사업비가 직접 사업비 기준 713억원으로 확대됐고, 연계 사업을 포함한 관련 예산은 1800억원대라는 보도도 나왔다.
여수에 필요한 것은 부산 상어를 흉내 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섬박람회만이 만들 수 있는 ‘현장성 있는 단 한 장면’을 설계해야 한다. 나아가 ‘300만명’ 같은 총량 목표 외에 외지인 비중, 평균 체류시간, 1인당 지역 소비액, 지역업체 매출, 재방문 의향을 핵심성과지표로 삼고 실행방안이 나와야 한다.
관광은 예산이 아니라 ‘이야기의 밀도’다
부캉이는 부산 북항에 뜻밖에 들어온 야생동물이다. 따라서 이를 상업적으로 과도하게 소비하거나, 상어를 장기 체류시키기 위해 먹이를 주고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은 생태·동물복지·시민 안전 측면에서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부캉이는 분명한 관광 교훈을 남겼다. 관광객은 큰 예산이 투입된 시설 자체에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예상 밖의 장면, 지금만 가능한 경험, 내가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감각,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욕구에 움직인다.
부산 북항은 상어 한 마리 덕분에 900억원을 들여 조성하고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공간 인지도를 단숨에 전국 이슈로 끌어올렸다. 이제 부산이 해야 할 일은 ‘부캉이’라는 일회성 화제를 상어 캐릭터 상품으로 성급히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항의 수변·항만·생태·도시재생을 연결한 지속 가능한 방문 경험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여수 역시 전시 규모 경쟁을 넘어, 섬에서만 가능한 한 장면과 한 사람의 이야기를 설계할 때 713억원의 박람회는 비로소 숫자 이상의 관광 자산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