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건설사가 시공한 공동주택에서 최근 4년 반 동안 접수된 하자심사가 785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가 내세우는 브랜드와 시공능력의 외형적 신뢰가 실제 입주 이후의 품질·사후관리까지 자동으로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2026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건설사가 시공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접수된 하자심사는 총 7850건이었다.
건설사별 접수 건수는 대우건설이 1060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건설이 1034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 738건, 롯데건설 723건, 포스코이앤씨 630건, 금호건설 599건, GS건설 490건 순이었다. 상위 7개사의 접수 건수만 5274건으로 전체 7850건의 약 67.2%를 차지했다. 대형 건설사 물량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야 하지만, 특정 상위 업체에 분쟁 신청이 집중된 현상은 단순한 개별 단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공·감리·준공 전 품질검수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할 신호로 읽힌다.
‘접수’ 넘어 실제 판정도 늘었다
상위 30개사의 하자심사 접수 7850건 가운데 실제 하자로 판정돼 종결된 세부사건은 2565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결로가 636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명·주방후드·인터폰·위생설비 등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기능불량이 393건, 타일·도배·바닥재·가구 등의 들뜸 및 탈락이 379건으로 뒤를 이었다. 누수는 214건, 오염 및 변색은 199건이었다.
결로·누수·마감재 탈락·설비 작동불량은 모두 입주민이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문제다. 결로는 곰팡이와 실내 공기질 악화, 마감재 손상으로 번질 수 있고, 누수는 천장·벽체·가구 훼손은 물론 전기설비와 이웃 세대 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능불량 역시 생활 편의의 저하를 넘어 환기·위생·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경미한 민원’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연도별로 보면 결로 하자 판정은 2022년 294건에서 2023년 143건, 2024년 120건, 2025년 77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누수는 2022년 45건, 2023년 73건, 2024년 46건, 2025년 43건으로 매년 수십 건 수준이 이어졌다. 들뜸 및 탈락은 2024년에만 178건이 하자로 판정됐다. 결로 감소만으로 공동주택 품질 문제가 개선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넓은 범위의 국토교통부 집계에서도 하자 분쟁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염태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하자심사 신청은 2022년 1144건에서 2023년 1325건, 2024년 2811건, 2025년 3442건으로 증가했다. 2026년에는 6월까지 이미 3667건이 접수됐다. 실제 하자로 판정된 아파트 하자도 2022년 285건에서 2025년 680건으로 2.4배 늘었다.
‘판정’ 이후도 분쟁의 시간
하자로 공식 판정됐다고 해서 입주민의 불편이 즉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2022년부터 2026년 6월까지 하자로 판정된 아파트 하자 1952건 가운데 사업주체가 보수를 완료했다고 등록한 사례는 958건이었다. 미완료로 등록된 사례는 482건이며, 이 가운데 입주자 보수 거부가 59건, 소송 진행이 40건, 보수 조건 협의 중인 사례가 182건으로 집계됐다. 하자 여부를 가리는 단계뿐 아니라 보수의 범위·방법·비용을 둘러싼 갈등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령 체계상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최종 하자로 판정하면 사업주체는 60일 이내에 보수하고, 하자관리정보시스템에 이행 결과를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입주민은 부분 보수 대신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건설사는 보수 범위가 판정 내용을 넘어선다고 반박하는 등 실제 현장에서는 이행 단계의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이 공개한 공동주택 하자심사·분쟁조정 신청 처리현황에서도 제도 수요는 상당하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의 자료를 기준으로, 분쟁조정 신청은 2021년 7686건으로 정점을 기록했고, 이를 제외한 연평균 신청 건수도 약 3855건 수준이다. 연평균 처리 건수는 약 44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자 문제가 개별 건설사나 특정 브랜드의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 공동주택 시장 전반의 상시적 소비자 분쟁 영역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공급 경쟁의 그늘
최근 주택시장은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수주 경쟁, 공사비 상승, 숙련 인력 부족, 공기 단축 압력 등이 겹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나 공정관리의 압박이 준공 전 검수와 마감 품질의 공백으로 전가될 경우, 그 비용은 결국 입주민과 건설사, 나아가 브랜드 신뢰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특히 브랜드 아파트는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높은 분양가와 관리서비스, 상품성, 시공 품질을 함께 기대하며 선택하는 상품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단순히 외관 디자인이나 커뮤니티 시설, 마케팅 언어에 머물지 않으려면 입주 전 품질검사부터 하자 접수, 보수 진행, 보수 완료 확인까지 전 과정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건설사 공시와 정부 통계도 ‘절대 건수’만 공개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비교 정보를 제공하려면 준공 가구 1000가구당 하자심사 신청 건수, 하자판정률, 보수 완료율, 평균 보수 소요 기간, 동일 유형의 재발률 등을 표준화해 공개해야 한다. 공급 규모가 큰 대형사에 불리하거나 유리한 단순 건수 비교를 넘어, 어느 회사가 어떤 품질관리 성과와 사후보수 역량을 보이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전용기 의원은 “시공능력과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에서 수천 건의 하자심사가 접수되고 있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아파트는 일단 지어놓고 하자가 생기면 고쳐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분양과 수주 경쟁에 쏟는 노력만큼 시공 단계의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