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1980년생 이하’와 특정 대학 출신을 사실상 선별 기준으로 삼은 내부 가이드라인 논란에 대표 명의로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인사담당자 한 명의 ‘개인적 일탈’로 봉합할 일이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인 방산을 이끄는 기업이 경력과 전문성 대신 출생연도와 학벌을 인재 선별의 잣대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한화가 내세워 온 공정채용·ESG·글로벌 경쟁력의 신뢰 기반을 스스로 허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27일 사과문에서 “직무 수행과 무관한 학력, 나이 등 개인의 조건을 이유로 지원자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관련 책임자를 징계하고 채용 프로세스를 전면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차별 여부와 실제 적용 가능성 등을 들여다보기 위한 근로감독에 착수한 만큼 사과문만으로 논란이 종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 일탈’로 축소하기 어려운 이유
내부 지침의 골자는 명확하다. 경력직 채용에서 조직의 고령화와 인력 적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1980년생 이하’를 기준으로 두고, 서울·판교 근무 인력은 국내 11개 대학 졸업자 또는 QS 세계대학순위 100위 이내 해외대학 출신자를 중심으로 선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연령 기준은 ‘필수 충족’ 요건으로 제시됐다.
2026년 기준으로 ‘1980년생 이하’는 통상 만 46세 이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47세 이상 경력자는 업무 성과, 방산·항공·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성, 프로젝트 관리 실적, 해외 고객·정부기관 대응 경험 등을 평가받기도 전에 출생연도만으로 문턱 밖에 설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방산업은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려운 품질관리, 체계통합, 인증, 수출통제, 군수지원, 대형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핵심이다. 이런 산업에서 연령을 경력의 대리변수로 취급하는 방식은 인재 확보 전략으로도 비합리적이다.
더구나 특정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기준은 ‘우수 인재 확보’라는 명분을 넘어 학벌을 능력의 대체지표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학 간판은 입사 이후의 기술 숙련도, 보안·품질 규정 준수, 다국적 협업 역량, 장기 프로젝트 수행력, 리더십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국내외 채용시장이 직무기술서와 포트폴리오, 실무성과, 역량검증 중심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의 내부 지침은 오히려 과거식 ‘스펙 필터링’의 잔재를 드러낸 셈이다.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측은 "해당 가이드라인이 인사담당자의 개인적 과오였고 실제 채용에는 시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내부 문서가 작성돼 현업에 배포됐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이다. 채용 기준은 통상 인사부서, 현업 조직, 예산·인력운영 계획, 결재·검토 체계가 맞물려 작동한다. 따라서 “시행되지 않았다”는 해명은 실제 피해 여부를 가리는 출발점일 뿐, 그런 기준이 조직 안에서 문서화되고 전달될 수 있었던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까지 지워주지는 못한다.
법의 경계선, 공정의 최저선
법률상 쟁점도 가볍지 않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는 사업주가 모집·채용 단계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구직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연령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했더라도 특정 연령 집단에 특별히 불리한 결과를 낳으면 연령차별로 본다. 모집·채용에서 부당한 연령차별을 한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법은 직무의 성격상 특정 연령 기준이 불가피한 경우 등 제한적 예외를 둔다. 그러나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력직 채용에서 ‘1980년생 이하’가 왜 직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회사가 향후 조사 과정에서 개별 직무별 필요성과 비례성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지 못한다면, ‘조직 연령구조 관리’는 채용 차별을 정당화할 사유가 되기 어렵다.
학력 제한은 현행 채용절차법이 직접적으로 ‘지원자 본인의 출신 대학’ 기재를 일률 금지하는 구조와는 다소 구별해 봐야 한다. 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정보는 본인의 용모·키·체중 같은 신체조건,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그리고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이다. 따라서 특정 대학 출신만을 대상으로 한 행위의 법 위반 여부는 개별 채용공고·심사자료·실제 배제 사례와 적용 법령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법적 위법성 판단과 별개로, 직무와 무관한 학벌 선별은 공정한 기회와 능력 중심 채용이라는 사회적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고령화 시대에 ‘경력 배제’라는 역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논리는 더 큰 시대적 흐름과도 충돌한다.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다. OECD는 2025년 고용전망에서 중·후반 경력자에 대한 연령차별이 법적 금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시장 참여의 중대한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고령 인력을 포함한 활용되지 않은 노동자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숙련 개발과 직업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의 고령부양비, 즉 생산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8년 OECD 분석 당시 약 20%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약 70%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기업이 취할 전략은 숙련 인력을 생년으로 조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별 강점을 결합해 기술과 경험을 조직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출 확대와 항공엔진, 우주, 지상방산, 조선·해양 방산 생태계 확장이라는 장기 과제를 안고 있다. 급성장하는 방산 기업일수록 인력 선발 기준은 더 정교하고 투명해야 한다. 국가 예산과 안보, 해외 정부·군 고객, 협력사와 투자자가 얽힌 산업에서 인재정책은 단순한 내부 행정이 아니라 기업의 신뢰자본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사과는 필요한 첫 문장일 수 있다. 하지만 사과는 사건의 끝이 아니라 검증의 시작이다. 세계 시장에서 첨단 방산기업을 표방하려면 인재를 나이와 학벌로 압축하는 낡은 기준부터 폐기해야 한다. 방산 경쟁력은 ‘몇 년생’과 ‘어느 대학’의 명단에서 나오지 않는다. 복잡한 기술과 안보 리스크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을 공정하게 찾아내고, 세대와 배경이 다른 숙련 인력을 조직 안에서 결합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한편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대표이사는 ▲1969년생 ▲부산대학교 생산기계공학 학사·석사 ▲한화디펜스 기동화력연구소 팀장 ▲한화디펜스 체계기술센터장 ▲한화디펜스 기동화력연구센터장 ▲한화디펜스 종합연구소장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본부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사업부장등을 거친 지상무기체계 연구개발(R&D)과 해외사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방산 전문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