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최근 5년간 육아휴직급여 부정수급자가 2636명, 부정수급액은 211억78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핵심은 적발액의 규모 자체보다, 정부가 국민연금·건강보험·국세청 등과 관계기관 데이터가 연계돼 있음에도 통상 지도·점검으로 적발된 인원은 21명에 그쳤고 자진신고가 가장 큰 적발 경로였다는 점이다. 제도 확대로 급여 수급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면에서, 사후 환수 중심의 관리체계를 사전 위험탐지 체계로 바꾸지 못하면 고용보험 재정 누수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육아휴직급여 부정수급자는 총 2636명, 부정수급액은 211억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부정수급액을 단순 계산하면 약 803만6000원이다.
연도별 인원은 2021년 342명에서 2022년 567명, 2023년 599명으로 늘었다. 이후 2024년 591명, 2025년 537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최근 3년 연속 매년 500명 이상이 적발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2025년 적발 인원은 57.0% 많은 수준이다.
부정수급 유형은 ‘휴직 중 취업 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은 경우’가 7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주와 공모해 허위 신고한 사례가 554명, 이직 또는 조기 복직 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 기재한 사례가 407명, 육아휴직 기간 중 실제 근로를 한 경우가 320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육아휴직급여 부정수급이 단순 신청서 기재 오류를 넘어, 실제 고용·소득 변동을 제때 포착하지 못하는 행정 공백과 사업주 공모형 허위신고 위험이 함께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업주 공모가 554명이라는 것은 개인 수급자만을 대상으로 한 사후 확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가족·친인척 사업장, 폐업 사업장, 비정상적인 피보험자격 변동, 급격한 임금·근로시간 변화 등을 사업장 단위의 위험 신호로 묶어 선별 점검할 필요가 있다.
‘21명’이 던지는 경고
더 주목할 대목은 적발 경로다. 자진신고가 620명으로 가장 많았고, 노동부의 기획조사 및 수사 적발은 553명, 다른 급여와의 중복수혜 확인은 451명이었다. 반면 통상적인 지도·점검으로 적발된 인원은 21명에 불과했다. 전체 2636명 가운데 0.8% 수준이다.
이 수치를 ‘정부가 적발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부정수급은 제보, 자진신고, 기획조사, 사후 자료대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나며, 통상 지도·점검은 전체 감시체계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진신고가 최대 경로라는 사실은 적어도 현재의 상시 점검이 부정수급을 조기에 자동 선별·차단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급여 수급 확대와 함께 기획감독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노동부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하면서 친인척 사업장에서 실제 근무한 것처럼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허위 신고해 육아휴직급여나 실업급여를 수급한 사례 등을 중점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특별점검은 특정 위험군을 겨냥한 사후 대응 성격이 강하다. 제도 운영의 관건은 대규모 수급 신청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걸러내는 데 있다. 휴직 개시 전후의 임금·근태 변동,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자격 변동, 국세청 소득 신고, 사업자등록, 타 사업장 취업 기록, 조기 복직 신고 등 이미 행정기관이 보유하거나 연계받는 정보를 실시간에 가깝게 대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커지는 제도, 커지는 관리 책임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 문제는 지원제도 확대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2021년 11만5555명에서 2022년 13만1084명, 2023년 12만6008명, 2024년 13만2535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지급액은 2021년 1조2975억원에서 2024년 2조525억원으로 58.2% 증가했다.
2025년에는 제도 확대가 본격 반영됐다. 노동부는 2025년 육아휴직급여 수급자가 18만4329명으로 전년보다 39.1% 증가했고, 남성 수급자는 6만7200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남성 수급자는 2024년보다 60.7% 증가했다.
급여 조건도 개선됐다. 2025년부터 육아휴직급여는 첫 1~3개월 월 최대 250만원, 4~6개월 월 최대 200만원, 7개월째부터 월 최대 160만원으로 확대됐고, 종전의 복직 후 사후지급 방식도 폐지됐다. 수급자에게는 소득 공백을 줄이는 긍정적 변화지만, 지급 규모와 즉시성이 커질수록 허위 수급에 대한 사전 검증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진다.
정부가 제도를 두텁게 하는 일과 부정수급을 엄정하게 관리하는 일은 충돌하는 과제가 아니다. 오히려 고용보험기금이 실제로 돌봄을 위해 일시적으로 일을 멈춘 노동자에게 정확하게 돌아가도록 하려면 두 정책은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 부정수급 단속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정당한 수급자가 위축될 수 있지만, 검증 부실은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지원 확대의 사회적 합의도 약화시킬 수 있다.
해외는 ‘사후 환수’보다 위험 신호
해외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부정수급 대응의 방향은 단속 인력 확대만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사전 예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사기·오류 대응 보고서에서 데이터 매칭과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수급자의 소득 및 자격 변동을 파악하고, 이상 징후를 자동 선별해 실시간 의사결정과 감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은 전문 인력과 기술 역량, 개인정보 보호 통제장치가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ECD가 소개한 체코의 사례는 행정 데이터 결합의 방향을 보여준다. 정부가 사망·거주지 정보와 고용주, 건강보험기관, 의료기관, 노동기관의 정보를 비교해 연금 수급자격 오류나 사기 가능성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국내 육아휴직급여에도 이를 기계적으로 이식할 수는 없지만,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실제 근로·소득·사업자등록·사회보험 변동을 ‘지급 후 확인’이 아니라 ‘지급 전 또는 지급 중 경보’ 체계로 연결하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노동부, 최대 5배의 추가징수 및 형사처벌…행정체계가 놓친 사회적 위험비용
부정수급자는 반환 명령과 추가징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용24는 신청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급여 지급이 중지되고 기지급액을 반환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취업 또는 소득 발생 사실을 신청 과정에서 기재하지 않으면 추가징수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특별점검 당시 부정수급액 반환과 함께 최대 5배 범위의 추가징수 및 형사처벌 병행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212억원’은 환수해야 할 숫자이면서 동시에 행정체계가 놓친 위험의 비용이다. 육아휴직 제도가 저출생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커질수록 정책의 초점은 수급 문턱을 다시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정당한 수급자는 더 신속하고 편하게 보호하되, 실제 근로·취업·소득·사업장 공모의 흔적은 데이터 단계에서 먼저 포착하는 정교한 이중 체계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