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이 ‘급매가 아니면 거래되지 않는’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고가주택 보유·거래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2026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뒤 강남·서초·송파구의 매도 물량은 늘고, 매수자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며 관망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게다가 반포·도곡·압구정·대치·잠실 등 핵심 재건축·고가 단지에서 수억원 낮은 실거래와 호가 조정이 잇따르지만,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어 ‘서울 상승-강남3구 하락’이라는 이례적 가격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신고 거래를 토대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 25층은 9월 7일 49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층이 6월 17일 54억5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5억5000만원, 비율로는 약 10.1% 낮아진 가격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도 9월 1일 18층이 37억8000만원에 거래된 뒤, 2주 후 같은 면적 16층이 35억7000만원에 계약되면서 2억1000만원 낮아졌다.
송파구도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전용 100㎡ 3층은 5월 20일 29억2000만원에서 8월 27일 26억6100만원으로 2억5900만원 낮아졌다. 압구정동 현대4차 전용 117㎡ 3층 매물은 한 달 사이 호가가 65억원에서 60억원으로 5억원 내려왔고,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3층도 33억원에서 30억4000만원으로 2억6000만원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 10층 매물 역시 이달 초 39억원에서 37억5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숫자로 확인된 강남3구 약세
한국부동산원의 9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기준일 9월 21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3% 올라 85주 연속 상승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기록한 최장 연속 상승 기간과 같은 수준이다. 서울 평균만 보면 상승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 상승세가 지속되되 속도가 둔화하는 국면으로 읽힌다.
반면 강남3구는 완전히 다른 경로를 보였다. 같은 주 강남구는 전주 대비 0.42%, 서초구는 0.37%, 송파구는 0.14% 각각 하락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7주 연속 내림세였고, 송파구도 3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서초구의 하락률은 직전 주 -0.26%에서 -0.37%로 0.11%포인트 확대됐다.
시간을 조금 더 길게 보면 세제개편안 전후 변화는 더욱 선명하다. 한국은행이 9월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서 인용한 흐름에 따르면, 정책 발표 직전인 7월 27일부터 9월 14일까지 강남구 아파트값은 1.28%, 서초구는 0.94%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랑구는 3.46%, 성북구 3.36%, 서대문구 3.15%, 강북구 2.92%, 도봉구 2.57% 상승했다. 송파구는 0.34% 오르는 데 그쳤다. 고가 주택 밀집지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 사이에서 매수세의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세금발 매물’의 구조
이번 조정의 직접 배경은 8월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이다. 정부는 부동산 과세를 ‘주택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 중심’으로 재편하고, 고가·비거주 주택과 다주택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핵심은 고가주택 보유자의 연간 보유비용과 처분 시 세금 계산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데 있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은 공시가격 14억원 초과, 시가 기준으로 약 20억원 초과에 맞춰진다.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 14억원,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이 적용된다. 또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70%로 높아지고,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에게는 2028년부터 80% 적용 방안이 제시됐다.
양도소득세 체계도 보유기간보다 실거주기간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10년 이상 거주하고 양도가액이 30억원 이하인 1주택자에게는 연 2500만원의 기본공제를 확대하는 반면,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거주기간 중심의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임대주택·신축임대주택·미분양주택 등 여러 양도세 특례에는 처분기한을 설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강남권에서 쟁점은 단순히 “세금이 늘어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보유세·양도세·거주요건·특례 종료 시점이 한꺼번에 재설정되면서, 복수 주택 보유자나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는 매도 시기를 늦출수록 불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게 됐다. 세 부담의 실제 규모는 주택별 공시가격, 보유 주택 수, 취득·양도 시점, 거주기간, 조정대상지역 여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매물은 늘고, 매수자는 기다린다
가격을 끌어내리는 힘은 ‘매도 우위’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9월 중순 기준 최근 한 달간 아파트 매매 매물 증가율은 성북구 19.5%, 서초구 19.0%, 송파구 18.6%, 성동구 16.9%, 강남구 16.7% 순이었다. 상위 5개 지역 가운데 강남3구가 모두 포함된 것은 세제개편안 발표 뒤 고가 주택시장의 매물 압력이 유난히 커졌음을 보여준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이 세제개편안 발표 후 약 7주 사이 19.8% 증가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다만 이는 민간 플랫폼 매물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동일 매물의 중복 등록이나 호가성 매물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매물 증가율을 실제 공급 증가와 등치시키기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이 매도 의사를 드러낸 강도를 보여주는 보조지표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반대로 매수자는 거래가격이 한번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진입을 서두르지 않는다. 반포 84㎡가 49억원에 거래됐다는 점은 상징적이지만, 해당 거래는 같은 동·같은 면적이라도 층, 향, 내부 상태, 임차관계, 거래 조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직전 거래와 동일 층이라는 공통점은 비교 가능성을 높이지만, 단 한 건의 거래만으로 단지 전체 가격이 10% 하락했다고 단정하기에는 표본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급매 거래가 잇따르면 기준가격의 심리가 바뀐다. 매수자는 “더 낮은 가격에도 매물이 나온다”는 기대를 갖고 협상에 나서고, 세금·특례 종료 시한을 의식한 매도자는 가격을 더 조정할 유인이 생긴다. 강남권 시장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거래량 증가를 동반한 활발한 가격 발견이라기보다, 제한된 매수 수요가 급한 매도 물량만 골라 흡수하는 선별적 거래에 가깝다.
서울 상승장 속 강남 조정의 의미
강남3구 하락을 곧바로 서울 부동산시장 전체의 하락 전환으로 읽기는 어렵다. 서울 아파트값은 85주 연속 상승 중이며, 중랑·성북·서대문·강북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은 강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가 주택 수요를 완전히 제거했다기보다, 고가 주택에서 중저가 주택 및 외곽 지역으로 수요를 이동시키는 효과를 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에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맞서고 있다. 첫째는 내년 6월 1일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 전후로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매물이 늘고, 임대·양도세 특례 처분기한을 고려한 매도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매물 압력 확대’ 시나리오다. 둘째는 강남권 핵심 단지의 희소성, 재건축·정비사업 기대, 장기 실수요가 하락 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급매 소진 후 안정’ 시나리오다. 두 번째 시나리오의 실현 여부는 향후 세제개편안의 입법 확정 내용, 금리와 대출 여건, 거래량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강남3구 약세는 ‘강남불패의 종언’이라기보다,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체계 변경이 자산가의 보유·처분 판단을 바꾸면서 나타난 가격 재조정으로 보고 있다. 가격은 먼저 낮아졌지만, 시장의 방향이 완전히 확정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면서 "향후 몇 달간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급매가 개별 사례에 머물지, 아니면 반복 거래를 통해 단지별 기준가격 자체를 낮출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