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올해 추석을 앞두고 국회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명절휴가비는 439만6560원으로 책정됐다. 월 일반수당 732만7600원의 6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설과 추석에 같은 금액이 각각 지급되므로 의원 1인당 연간 명절휴가비는 879만3120원에 이른다. 국회의원 명절휴가비는 통상적 의미의 기업 성과급이나 일회성 격려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회사무처의 의원 수당 지급 기준에 따라 일반수당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제도화된 보수 항목이다.
올해 국회의원 연간 수당·경비 규모는 약 1억6093만원으로, 전년보다 약 403만원 늘었다. 일반수당 상승에 따라 연간 명절휴가비도 약 30만원 증가했다. 국회의원 보수가 공무원 보수 조정과 연동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민간의 임금·상여 여건이 악화하는 시기에 사회적 수용성을 얻기 위해서는 더 높은 설명 책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54.9%, “지급 안 하거나 아직 못 정했다”
반면 중소기업 현장의 추석 풍경은 전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에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45.1%에 그쳤다. 지급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38.5%, 아직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16.4%였다.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기업을 합하면 54.9%다.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한 중소기업도 지급 수준이 높지 않았다. 정액 지급 기업의 1인당 평균 상여금은 66만5000원이었고, 정률 지급 기업은 기본급의 평균 37.7%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국회의원 추석 명절휴가비 439만6560원을 정액 상여금 평균과 비교하면 약 6.61배다.
기업 전체 조사도 상여금 축소 확인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추석 상여금 지급 여력은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이 9월 1~7일 전국 5인 이상 기업 601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은 61.0%였다. 지난해 실제 지급 비율인 63.0%보다 2.0%포인트 낮아졌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지급 계획 비중은 66.7%, 300인 미만 기업은 60.3%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단순히 같은 집단으로 볼 수는 없지만, 300인 미만 기업의 지급 비율이 더 낮다는 결과는 명절 상여금 부담이 중소 사업장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총 조사에서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65.3%는 정기상여금만 지급한다고 답했다. 별도 상여금만 지급하는 기업은 30.8%, 정기상여금과 별도 상여금을 모두 지급하는 기업은 3.9%였다. 즉, ‘추석 특별 보너스’가 새로 생기는 경우보다 기존 임금체계 안의 정기상여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이다.
“상여금 문제”를 넘어선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
이번 조사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상여금 액수 자체보다 중소기업의 단기 유동성 상황이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0.0%는 올해 추석 자금 사정이 지난해보다 곤란하다고 답했다. 원활하다는 응답은 12.9%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추석을 앞두고 필요하다고 답한 자금은 업체당 평균 2억5645만원이었으나, 확보 가능한 자금은 평균 1억9797만원이었다. 평균 5848만원의 자금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필요한 자금의 약 22.8%가 부족한 구조다.
부족한 자금을 채우는 방식도 경영 여력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납품대금 조기 회수 검토가 40.6%로 가장 많았고, 금융기관 차입은 38.3%, 결제대금 지급 연기는 29.9%였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응답도 12.2%였다. 판매·매출 부진을 자금난 원인으로 꼽은 기업은 71.5%였고,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59.5%, 인건비 상승은 21.8%로 조사됐다.
금융기관 조달 환경도 부담이다. 자금 조달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졌다는 기업은 27.0%로, 원활해졌다는 응답 12.6%의 두 배를 웃돌았다. 대출 애로 요인으로는 높은 금리 56.5%, 대출 한도 부족 41.1%, 담보 요구 강화 22.5%가 꼽혔다. 명절 상여금은 단지 ‘복지 비용’이 아니라 매출채권 회수, 대출 한도, 결제 일정과 맞물린 단기 유동성의 문제라는 뜻이다.
쟁점은 ‘440만원’보다 보수의 설명 가능성
국회의원 명절휴가비를 둘러싼 논쟁을 단순히 “받아도 되느냐, 안 되느냐”의 도덕적 공방으로 축소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회의원 보수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에서 지급되고, 국회의원 스스로 예산 심의와 제도 설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일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설득력을 요구받는다.
특히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명절 상여금 지급을 포기하거나 결정을 미룬 상황에서는, 의원 보수의 산정 근거와 인상 폭, 각종 수당·경비의 세부 내역을 국민이 쉽게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일이 중요하다.
핵심은 국회의원에게 명절휴가비가 지급된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자동 조정되는 공적 보수체계와 매출·원가·금리·납품대금에 따라 매년 명절 상여금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민간 현장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 있다. 국회가 보수 논란에 답하려면 일회성 기부나 상징적 절감에 그치기보다, 의원 수당·경비 기준의 공개 범위를 넓히고 중소기업의 명절 전 단기 유동성 공급을 촘촘히 설계하는 제도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올해 추석의 숫자는 선명하다. 국회의원 1인당 명절휴가비는 439만6560원, 상여금을 정액 지급하는 중소기업의 평균은 66만5000원, 그리고 중소기업의 54.9%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 숫자의 간격은 단순한 ‘떡값’ 논쟁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보상 격차와 자금 조달 격차를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