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사는 거래’는 줄었지만, 가족에게 ‘넘기는 거래’는 늘었다. 특히 강남권을 제치고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와 노원구 상계주공이 증여 건수 1·2위에 오른 것은 단순한 절세 수요를 넘어, 재건축 사업의 속도와 미래 개발이익을 겨냥한 자산 이전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과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증여 등기 건수는 35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83건보다 465건, 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량은 6만1592건에서 4만7935건으로 5.9% 감소했다. 매매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졌지만 증여 비중은 오히려 5.0%에서 6.1%로 1.1%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 100건 중 약 6건이 가족 간 무상 이전으로 이뤄진 셈이다.
증여는 재건축 기대가 가장 선명한 단지에 집중됐다. 올해 1∼6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증여 등기는 102건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가 95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35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7건, 양천구 신정동으로 집계된 목동신시가지 26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와 도봉구 창동주공아파트 각 22건 순이었다. 목동신시가지는 법정동 기준상 목동과 신정동으로 분리 집계돼 실제 권역 기준 증여 건수는 더 크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번 통계에서 주목할 대목은 ‘강남3구 집중’과 ‘비강남 재건축 단지의 부상’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증여 건수 상위 20개 단지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소재 단지는 12곳으로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개별 단지 순위에서는 목동과 상계가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전통적인 고가주택 밀집지인 압구정·잠실·반포보다도 재건축의 사업 진전과 공급 규모가 뚜렷한 대단지에서 가족 간 소유권 이전이 집중된 것이다.
왜 목동·상계인가
목동의 경우 재건축이 더 이상 장기 구상에 머무르지 않고 행정 절차를 통과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목동 6단지에 대해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을 빠르게 진행했다고 밝히며, 14개 단지 전체의 정비계획 결정 고시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2028년까지 사업시행인가 완료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목동·신정동 14개 단지에는 현재 2만6629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재건축 이후 공급 규모는 4만7458가구로 약 1.8배 확대될 전망이다. 공공주택 6145가구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3027가구를 포함해 약 2만829가구가 추가 공급되는 구조다.
목동 6단지는 정비구역 지정에 통상 5년가량 걸리는 절차를 1년 9개월 만에 진행했고, 통상 3년 6개월이 걸리는 조합 설립도 9개월 만에 마쳤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줄고 추진 속도가 가시화될수록, 기존 소유주 입장에서는 개발이익이 더 반영되기 전에 자녀 세대로 지분을 이전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목동 재건축은 단지별 사업성뿐 아니라 서남권 주거지의 재편과 맞물린다. 서울시는 목동운동장·유수지 일대 약 27만4588㎡를 업무·상업·스포츠 기능이 결합한 복합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마스터플랜을 추진 중이다. 아파트 재건축과 대규모 생활권 개발 기대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해당 권역 주택은 단순한 거주공간을 넘어 장기 보유 자산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계주공 역시 노후 대단지 재건축 기대가 축적된 지역이다. 이번 조사에서 상계주공은 95건의 증여로 목동신시가지와 불과 7건 차이를 보였다. 다만 상계주공은 여러 단지가 분산돼 있고 사업 단계도 단지별로 다르므로, 95건 모두를 특정 재건축 추진 단계의 직접적 결과로 해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대규모 노후 주거단지의 정비사업 기대가 소유권 이전 수요를 자극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할 사안이다.
‘증여가 유리하다’는 오해와 현실
증여 증가는 집값 상승 기대와 세금 부담의 결합으로 읽힌다. 다주택 보유자는 매각 때 양도소득세 부담을 고려해야 하고,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면 처분보다 자녀 세대 이전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 전 증여는 무조건 절세”라는 판단은 위험하다.
국세청은 부동산 증여재산을 원칙적으로 증여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한다.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일 후 3개월 사이에 확인되는 거래가액, 감정가액, 경매·공매가액 등이 시가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시가 산정이 어려울 때에만 공동주택가격 등 보충적 평가방식이 적용된다. 즉, 재건축 기대감으로 실거래가가 상승한 단지라면 단순히 공시가격만 기준으로 증여세를 계산하기 어렵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기대가치가 높아질수록 증여세 과세표준도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증여 시점이 빠를수록 평가 기준이 낮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작동할 수 있지만, 이는 해당 주택의 최근 거래가격, 감정가, 유사 물건 시세, 증여 시점, 수증자의 기존 증여 이력, 보유주택 수와 장래 처분 계획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개별 납세자가 단순히 “재건축 전이니 낮은 가격으로 증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한 부모와 자녀 등 직계존비속 간 증여 뒤 단기간에 매각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등 별도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국제 조세·법률 가이드인 챔버스의 2026년 한국 보고서는 직계존비속 등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을 10년 이내 처분할 경우, 원칙적으로 수증자의 증여 당시 가액이 아니라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증여세를 냈더라도 이후 매각 과정에서 양도세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 증여는 ‘증여세 절감’만이 아니라 ▲증여 시점의 시가 평가 ▲수증자의 현금 납부 능력 ▲10년 내 처분 가능성 ▲조합원 지위와 입주권 승계 요건 ▲다주택 보유에 따른 향후 세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한다. 세금과 정비사업 규정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의사결정 전에는 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 검토가 필요하다.
숫자가 말하는 변화
서울 아파트 증여 증가의 본질은 거래량의 절대적 확대가 아니라 거래 방식의 변화에 있다. 전체 거래가 감소한 상황에서 증여 건수가 15.1% 늘고, 증여 비중이 6.1%까지 상승한 것은 매도 대신 보유·이전을 선택하는 자산가의 판단이 시장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특히 목동신시가지와 상계주공의 사례는 서울 재건축 시장이 강남 초고가 단지 중심의 자산 이전 국면에서 벗어나, 사업 진전이 확인되는 대규모 노후 주거지로 증여 수요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값이 오르기 전에 넘긴다’는 표현은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향후 개발이익의 귀속 주체를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조정하는 장기 자산승계 전략에 가깝다.
다만 이 흐름이 곧바로 재건축 지역의 가격 급등이나 모든 단지의 증여 확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재건축은 인허가, 분담금, 공사비, 이주, 조합 갈등, 부동산 규제와 금융 환경 등 수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확실한 사실은 하나다.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늘었고, 그 중심에는 재건축의 시간이 빨라지는 목동과 상계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