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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앤트로픽 "클로드가 최첨단 9루프 입자물리학 문제 풀었다" 발표…‘새 물리 발견’보다 AI의 연구 실행력 시험대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앤트로픽이 생성형 AI ‘클로드(클로드)’가 이론 입자물리학의 고난도 계산인 평면 N=4 초양-밀스 이론(planar N=4 super-Yang–Mills theory)의 9루프 6입자 산란진폭을 계산했다고 9월 25일 발표했다.

 

앤트로픽, unite, kingy, cryptobriefing, math.columbia, digg, superpowerdaily에 따르면, 2023년 랜스 딕슨(Lance Dixon)과 앤디 류(Andy Liu)가 제시한 8루프 결과를 한 단계 넘어선 것으로, AI가 새로운 물리 법칙을 발견했다기보다 인간 연구자들이 축적한 계산법을 바탕으로 코드 작성·장시간 실행·오류 회피·결과 대조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이 결과는 아직 동료심사를 거친 학술 논문으로 확정된 성과는 아니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게스트 포스트와 데이터에 근거한 주장이라는 점, 또 중국과학원 연구진이 거의 같은 시기 9루프 결과의 상당 부분을 독립적으로 산출했다는 점에서 “AI 단독의 과학적 돌파”라는 해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9루프 계산이 어려운 이유


산란진폭은 입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입력해 특정 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하는 수식이다. 입자물리학에서는 실험 결과가 표준모형 예측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때 핵심 도구로 쓰인다. 예측과 측정값의 불일치는 암흑물질이나 물질·반물질 비대칭처럼 현 표준모형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양자장론의 보정항을 나타내는 ‘루프(loop)’ 수가 높아질수록 계산 복잡도가 급격히 커진다는 데 있다. 앤트로픽에 실린 물리학자이자 과학저술가 맷 폰 히펠(Matt von Hippel)의 설명에 따르면, 산란진폭 계산의 다수는 현실적으로 2루프에 머물고 일부만 3루프까지 도달해 있다. 널리 알려진 정밀 입자물리 계산 가운데 전자의 이상자기모멘트 관련 계산은 5루프 수준까지 이뤄졌다.

 

이번 대상은 현실의 입자를 직접 기술하기 위한 이론이 아니라, 계산 기법을 시험하는 데 쓰이는 이른바 ‘장난감 이론’인 N=4 초대칭 양-밀스 이론이다. 양-밀스 이론은 전자기력·강한 핵력·약한 핵력 등 자연계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 가운데 세 가지를 기술하는 이론적 틀과 연결된다. 다만 N=4 모형은 입자마다 네 개의 초대칭 파트너를 가정하기 때문에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다. 역설적으로 그 높은 대칭성 덕분에 허용되는 변수 조합이 제한돼, 실제 이론보다 계산 구조를 분석하기 쉬운 시험장이 된다.

 

“학술 예산 안에서 풀어보라”는 공개 도전


이번 프로젝트는 폰 히펠이 8월 7일 AI 업계에 던진 공개 도전에서 출발했다. 그는 AI가 대학 연구자가 접근 가능한 수준의 컴퓨팅 자원으로 산란진폭 분야의 난제를 풀 수 있는지 보여 달라며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하나는 N=8 초중력 이론이 7루프에서 발산하는지 판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면 N=4 초양-밀스 이론에서 9루프 6입자 진폭을 구하는 것이었다.

 

앤트로픽 소속 물리학자 리엄 피츠패트릭(Liam Fitzpatrick)과 싯다르트 미슈라-샤르마(Siddharth Mishra-Sharma)는 8월 말 이 가운데 후자를 선택했다. 이들은 ‘클로드 사이언스(클로드 Science)’ 환경에서 ‘Fable 5.1’을 사용해 “평면 N=4 SYM에서 9루프 6입자, 즉 헥사곤 진폭을 계산하라”는 수준의 간결한 지시를 입력한 뒤, 수 시간 단위로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작업을 계속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단순히 큰 연산 자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라, AI가 이론물리 계산에 필요한 작업 흐름을 비교적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주장이다. 클로드는 알려진 ‘부트스트랩(bootstrap)’ 기법과 관련 물리량인 ‘폼 팩터(form factor)’를 경유하는 간접 접근이라는 두 경로로 계산을 수행했다. 부트스트랩은 가능한 수식의 공간에서 대칭성, 경계조건, 다른 계산법에서 얻은 제약 등을 차례로 적용해 정답 후보를 좁혀가는 방식이다. 폰 히펠은 이를 가능한 숫자를 하나씩 지워 나가는 스도쿠에 비유했다.

 

비용 1000~2000달러…직접 부트스트랩은 96개 CPU를 일주일


비용 추정도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다. 앤트로픽 게스트 포스트에 따르면 두 계산 경로는 각각 최종 사용자 기준 약 1000~2000달러가 들었으며, 대부분은 장시간 클로드를 실행하는 비용이었다. 특히 파이썬과 수학 연산 패키지 심파이(SymPy)를 사용한 직접 부트스트랩 계산의 순수 컴퓨팅 비용은 약 100달러로 제시됐다. 이는 CPU 96개를 일주일가량 가동한 규모에 해당한다.

 

이 숫자는 고성능 컴퓨팅 시대의 비용 장벽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AI 모델 추론 비용과 연구용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역량이 결합될 때, 과거에는 숙련 연구팀이 수년간 준비해야 했던 계산을 상대적으로 작은 예산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인간 연구자는 계산을 설계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반복 과정에 많은 시간을 쓰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AI가 코드 작성부터 계산 진행까지 상당 부분 떠맡았다는 것이 앤트로픽 측 설명이다.

 

공개된 결과는 9루프 심볼(symbol)을 두 가지 표현으로 산출했다. 하나는 9루프 폼 팩터를 부트스트랩한 뒤 ‘반대극 쌍대성(antipodal duality)’을 통해 진폭으로 옮기는 방식이며, 남은 모호성은 두 글루온 플럭스튜브 데이터로 해소했다. 다른 하나는 헥사곤 함수 공간에서 진폭 심볼을 직접 부트스트랩한 결과다. 앤트로픽 측 설명에 따르면 두 방식은 비교 가능한 계수 전체에서 일치했고, 두 번째 파일을 규정하는 10만7053개의 0이 아닌 계수도 모두 부합했다.

 

딕슨의 검증과 중국 연구진의 동시 성과


검증에는 2023년 8루프 결과를 낸 미국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스탠퍼드대의 딕슨 교수가 참여했다. 그는 9월 1일 앤트로픽 연구진으로부터 결과를 전달받아 약 2주 동안 주로 9루프 폼 팩터를 통해 독립 검증했다고 밝혔다. 딕슨은 “복잡한 계산 레시피의 모든 단계를 실행하고 필요한 코드를 처음부터 구성한 것은 대형언어모델로서 상당한 성과”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딕슨의 평가는 특히 계산의 취약성을 강조한다. 9루프 계산은 원칙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구현 과정에서 작은 오류 하나가 나면 전체 계산이 실패할 수 있으며, 논문에 모든 세부 코드를 완전히 문서화하기도 어렵다. 딕슨은 자신과 공동연구자들이 직접 진폭을 계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클로드가 이를 수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이번 사건은 ‘AI 대 인간’의 승부라기보다, AI가 인간 연구팀의 작업 방식과 계산 생산성을 빠르게 바꾸는 장면에 가깝다. 향후 학술적 설명, 해석, 논문화는 딕슨·허쑹 등 인간 연구자들이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앤트로픽 측 글에서 분명히 했다.

 

성과의 본질은 ‘발견’ 아닌 ‘연구 자동화’


이번 사례를 과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분명하다. 폰 히펠은 클로드가 새로운 물리 원리나 전혀 새로운 계산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알려진 방법을 이용했고, 연구자들이 기존에는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던 정도의 컴퓨팅 자원을 더 투입해 결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직 손이 닿는 성과, 즉 ‘낮게 달린 과일’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이론물리학 논평에서도 같은 신중론이 나온다. 컬럼비아대 수학과의 피터 워이트(Peter Woit)는 9루프 결과가 즉각적인 실용 응용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고, 알려진 계산법을 실행한 결과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도구가 이론물리학자들의 연구·논문 생산 방식 자체를 어떻게 바꿀지, 더 나아가 새로운 진폭 계산법과 구조적 통찰을 낼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봤다.

 

이번 9루프 계산은 AI가 물리학자를 대체했다는 선언이라기보다, 고난도 연구의 병목이 ‘아이디어 부족’만이 아니라 코드 구현, 계산 운영, 오류 관리, 검증 가능한 산출물 정리 같은 연구 실행 과정에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연구 현장의 다음 경쟁력은 더 큰 모델 자체보다도, AI가 낸 후보 해답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물리적 의미를 해석하며 재현 가능한 지식으로 바꾸는 인간 연구 생태계의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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