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골드만삭스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붐의 수익성 기준선을 숫자로 제시했다. 미국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2026~2027년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정당화하려면 앞으로 수년 안에 연간 약 3000억달러의 AI 관련 매출을 내야 하며, 15% 수준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을 달성하려면 2028~2030년 3년간 누적 1조4200억달러의 매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Investing, Futuunn, Yahoo Finance, tradingview, thewealthadvisor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경쟁이 ‘기술 패권’의 문제를 넘어 ‘수익 회수’의 문제로 진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미국 대형 하이퍼스케일러가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향후 수년 내 연간 약 3000억달러의 AI 매출을 창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높은 수익률을 위한 목표가 아니라, 우선 대규모 투자비를 만회하기 위한 손익분기점 성격의 추정치다.
골드만삭스의 라이언 해먼드 전략가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매출이 2026년 2분기 기준 AI 도입 이전 추세보다 연율 환산 약 700억달러 높은 수준까지 가속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증가분만으로는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연간 3000억달러의 AI 매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AI 투자 확대가 클라우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투자비 회수라는 관점에서는 아직 초기 검증 단계라는 의미다.
핵심은 AI 관련 매출의 정의와 귀속 범위다. 빅테크는 AI 인프라 임대, 클라우드 사용량 증가, 모델 API, 기업용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광고·검색·전자상거래의 생산성 개선 등 여러 경로로 AI 수익을 얻는다. 다만 사업자별 공시 기준이 제각각이고, 상당수가 AI 매출을 독립 항목으로 세분화해 공개하지 않는다.
2026~2027년 AI 투자만 1조7300억달러
골드만삭스의 계산은 투자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해먼드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2026년 설비투자가 약 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시장 컨센서스는 2027년 지출 규모를 약 1조1000억달러로 예상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를 웃도는 약 1조2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별도 분석에서 골드만삭스는 2026~2027년 2년간 AI 컴퓨팅 설비투자 규모를 약 1조73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 프레임워크에서 산정 대상은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스페이스X 등 6개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다.
골드만삭스의 1기가와트(GW)당 투자비 가정은 약 420억달러다. 이 가운데 약 70%는 GPU·서버·네트워크 장비 등 컴퓨팅 장비에, 약 30%는 부지·건물·전력·냉각 등 데이터센터 기반시설에 투입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컴퓨팅 장비에는 5년, 데이터센터 건물·기반시설에는 15년의 감가상각 기간을 적용하고, 운영비까지 반영했다.
이 전제 아래 6개사의 2026~2027년 투자에서 연율 15% ROIC를 확보하려면 2028~2030년 3년간 누적 매출 1조4200억달러, 즉 컴퓨팅 용량 1GW당 매년 116억달러의 매출이 필요하다. ROIC 목표를 0%로 낮출 경우 필요 누적 매출은 약 9080억달러, 30%로 높일 경우 약 1조8900억달러로 각각 추산된다. 결국 투자자가 요구하는 자본수익률이 높아질수록 AI 인프라 사업자가 채워야 할 매출 문턱도 가파르게 높아진다.
‘수주잔고 1조5000억달러’의 두 얼굴
하이퍼스케일러의 수요가 허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사업자들이 공개한 수주잔고가 1조5000억달러를 넘는다고 밝혔다. 대형 고객의 장기 클라우드 계약이 데이터센터 증설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클라우드 사용량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다.
개별 기업의 공식 실적 발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알파벳은 2026년 2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248억달러를 기록했고, 클라우드 수주잔고는 5140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알파벳은 이 수주잔고의 절반을 조금 넘는 규모가 향후 24개월 내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회사는 2026년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상향했다. 수요가 강하지만, 매출 전환에는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I 수요의 강도를 보여주는 대형 계약을 쌓고 있다. 회사의 2026회계연도 2분기 상업용 잔여이행의무(RPO)는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한 6250억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약 25%가 향후 12개월 내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다. 다만 당시 RPO의 약 45%가 오픈AI와 관련된 계약이라고 회사가 공개한 만큼, 잔고 증가를 전체 기업 고객 기반의 광범위한 수요로 기계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비투자는 375억달러였고, 약 3분의 2가 GPU·CPU 등 단명 자산에 투입됐다.
수주잔고는 수요의 존재를 증명하지만, 곧바로 높은 수익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계약을 실제 매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연결, 데이터센터 준공, GPU 조달, 고객 워크로드 가동, 서비스 가격 유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대형 AI 고객 의존도, 계약 기간, 할인 조건, 고객의 자체 칩 전환 가능성, 모델 효율 개선에 따른 연산 단가 하락 등은 수주잔고의 경제적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다.
AI 앱 시장이 풀어야 할 ‘1조달러’
골드만삭스는 하이퍼스케일러만의 매출 확대가 아니라, AI 애플리케이션 시장 전체의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해먼드는 하이퍼스케일러가 견조한 투자수익률을 확보하고,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도 컴퓨팅 비용을 감당하면서 의미 있는 마진을 남기려면 AI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에 연간 약 1조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화가 ‘GPU 판매 → 데이터센터 임대 → 클라우드 매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종 고객인 기업과 소비자가 AI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 매출 확대, 비용 절감, 신제품 출시 같은 경제적 효익을 얻고, 그 대가로 지속적인 사용료를 지불해야 투자 사슬 전체가 돌아간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지출 규모를 약 1조5000억달러로 비교 제시했다. AI 애플리케이션에만 연간 1조달러가 필요하다는 가정은, 생성형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재편하거나 그 이상의 신규 지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목표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AI 도입 속도와 실질적인 비용 절감·매출 증대 효과가 향후 몇 년간 얼마나 빠르게 증명되는지가 관건이다.
밸류에이션은 먼저 식었다
주식시장은 이미 AI 인프라 투자 회수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인프라 관련 종목의 중간값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월 32배에서 최근 22배로 낮아졌다. 시장이 AI 수요 자체를 부정했다기보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언제 현금흐름과 자본수익률로 연결될지를 더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하이퍼스케일러 주가는 단기적으로 AI 기대감의 수혜를 받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매그니피센트 7’ 추종 ETF인 라운드힐 매그니피센트 세븐 ETF가 한 달간 약 8% 상승해 S&P 500 상승률을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주가 반등과 설비투자의 경제적 타당성은 서로 다른 문제다. 전자는 미래 기대를 반영할 수 있지만, 후자는 실제 매출 전환률과 마진, 감가상각, 자본비용, 고객 유지율로 검증된다.
골드만삭스의 메시지는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수요가 본격화되는 초기 국면에서 공급 증설이 선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가깝다. 그러나 AI 인프라 경쟁의 승패는 더 이상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했는가”만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누가 전력·칩·데이터센터에 투입한 자본을 가장 빨리, 가장 높은 단가의 반복 매출로 전환하는가가 향후 하이퍼스케일러 경쟁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