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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SK하이닉스 '솔리다임', 9조 인수에서 210조 IPO 몸값까지…"HBM 다음은 SSD" 최태원의 AI 스토리지 독립 실험

SK하이닉스의 9조원 베팅, 210조원 상장으로 돌아오나…솔리다임 1500억달러 상장카드 '만지작'
은행들 줄 세운 솔리다임…SK하이닉스, 미국서 ‘AI 스토리지 독립’ 시동
“결정된 건 없다”지만…솔리다임 210조원 IPO설이 던진 세 가지 질문
GPU·HBM 뒤의 숨은 병목, SSD…솔리다임이 노리는 1500억달러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기업용 SSD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이 이르면 2027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면서, 최대 1500억달러(약 210조원) 기업가치와 약 150억달러(약 21조원) 공모 조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이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솔리다임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Reuters, investing, theglobeandmail, moomoo, stocktitan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0년 약 90억달러를 들여 인수하기로 한 인텔 낸드플래시·SSD 사업이 6년 만에 최대 1500억달러 가치의 미국 IPO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 당시 거래가의 약 16.7배에 이르는 몸값이다. 단순 계산으로 150억달러를 공모한다면 전체 지분의 약 10%를 시장에 내놓는 구조가 가능하다.

 

로이터는 9월 25일 복수의 사안 정통 관계자를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르면 2027년 미국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으며, 최대 1500억달러의 기업가치와 150억달러 조달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이번 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투자은행 프레젠테이션 경쟁, 이른바 ‘베이크오프(bake-off)’도 열었다. 이는 상장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자문사·주관사 후보군을 상대로 기업가치와 투자 포인트를 점검하는 실무 절차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이번 상장이 현실화하면 규모 면에서 최근 반도체 IPO를 크게 뛰어넘는다. 로이터는 ARM이 2023년 나스닥 상장 당시 약 540억달러,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가 2026년 IPO 당시 완전희석 기준 약 56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비교했다. 솔리다임의 최대 목표치 1500억달러는 ARM 상장 당시 가치의 약 2.8배, 세레브라스의 약 2.7배에 해당한다. ‘역대 최대 반도체 IPO’라는 표현은 공모 조달액 기준인지, 상장 시 기업가치 기준인지에 따라 별도 검증이 필요하지만, 150억달러 조달이 성사될 경우 반도체 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거래가 될 가능성은 높다.

 

9조원 인수의 결말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메모리·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법인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2월 1차 거래 종결 당시 인텔 SSD 사업과 중국 다롄 낸드 공장 자산을 70억달러에 인수했고, 이후 낸드 웨이퍼 설계·제조 관련 지식재산권(IP), 연구개발 인력, 다롄 공장 인력 등 잔여 자산을 포함해 총 90억달러를 지급하는 구조라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솔리다임은 인텔 출신 SSD 사업을 운영하는 독립 미국 자회사로 만들어졌다.

 

이 거래의 전략적 핵심은 명확했다.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가진 모바일 낸드와 인텔 계열이 보유한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를 결합해, 낸드 사업의 체질을 소비자·모바일 중심에서 고수익 서버 스토리지 쪽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인수 발표 당시 솔리다임의 기업용 SSD 경쟁력과 자사의 낸드 기술·생산 역량의 결합을 통해 낸드 사업 경쟁력을 D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IPO 검토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선다. 시장이 솔리다임을 SK하이닉스의 연결 자회사라는 틀보다 ‘AI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전문기업’으로 별도 평가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지분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기업용 SSD 사업의 독립 밸류에이션을 확보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상장 이후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낸드 생산, 제품개발, 고객 대응, 수익 배분 구조를 얼마나 명료하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된다.

 

‘AI 스토리지’가 만든 프리미엄


솔리다임의 핵심 투자 포인트는 AI 연산 자체가 아니라 AI 연산을 위해 쌓이고 이동·보관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업용 SSD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고용량·저지연 스토리지까지 대규모로 필요로 하면서 낸드 업황의 수익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솔리다임은 데이터센터용 D5-P5336 SSD를 최대 122.88테라바이트(TB) 용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이 제품이 AI 및 데이터 집약적·읽기 중심 워크로드에 맞춘 고밀도 QLC 기반 제품이며, 1U 서버에 32개의 E1.L SSD를 구성할 경우 최대 4페타바이트(PB)의 저장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용량 SSD는 서버 랙당 저장밀도를 높이고,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공간과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 국면의 수혜 제품으로 꼽힌다.

 

시장 수치도 기업용 SSD 쪽으로의 쏠림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을 합친 SK그룹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2025년 2분기 33억4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52.5% 늘었고, 시장점유율은 16.6%에서 21.1%로 상승해 2위에 올랐다. 2025년 4분기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그룹 낸드 매출이 전 분기보다 47.8% 증가한 약 5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2분기 글로벌 상위 5개 기업용 SSD 브랜드의 합산 매출이 출하량 증가와 계약가격 상승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103.6% 급증한 375억9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수치는 시장조사업체의 추정치이므로 실제 결과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AI 서버와 클라우드 사업자의 조달 확대가 기업용 SSD 가격과 출하량을 동반 견인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1500억달러의 조건과 리스크


1500억달러 평가는 아직 검증된 시장가격이 아니라 익명 취재원들이 전한 최대 희망 가치다. SK하이닉스나 솔리다임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SEC에 제출한 6-K 공시에서 약 5조원 규모의 솔리다임 프리IPO 투자 유치설과 관련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명시했다. 구체안이 확정되거나 공시 시한이 도래하면 추가 공시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는 프리IPO와 미국 상장 모두 공식 의사결정 단계로 넘어간 사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솔리다임이 미국 내 낸드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며 뉴욕주 북부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만약 대규모 미국 생산시설 투자가 병행된다면 IPO 자금은 단순 재무구조 개선이 아니라 공급망 현지화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재원 성격까지 띨 수 있다. 그러나 공장 신설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수요 예측 오차라는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상장 스토리의 상승 요인이면서 동시에 자본지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 '핵심 수혜자' 

 

솔리다임 상장이 현실화하면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솔리다임의 독립 기업가치가 SK하이닉스의 연결 자산가치와 성장 기대를 높일 경우 핵심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SK스퀘어가 공개한 2026년 6월 말 기준 순자산가치(NAV)에서 SK하이닉스 지분 가치는 268조8200억원으로 전체 NAV 272조8300억원의 약 98.5%를 차지해, 솔리다임 상장 성패가 SK스퀘어의 밸류에이션에도 사실상 직접 반영된다.

 

다만 외부 투자자 유입으로 솔리다임의 경제적 지분이 희석되면 기존에 SK하이닉스 연결 실적으로 귀속되던 낸드·SSD 사업의 이익과 현금흐름 일부를 외부 주주와 나눠야 하므로, SK하이닉스 및 그 지주격인 SK스퀘어 주주에게는 ‘중복상장 할인’ 논란도 생길 수 있다. 결국 SK스퀘어의 주가 재평가 여부는 솔리다임 IPO 자체보다 조달 자금의 활용처, SK하이닉스의 지분 유지 수준, 모회사 주주를 위한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원칙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솔리다임 IPO 검토는 SK하이닉스가 ‘HBM 중심 AI 메모리 기업’이라는 현재의 시장 평가를 ‘AI 시대 데이터 저장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시험대"라며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확보한 기업용 SSD 플랫폼이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과 맞물리며 독립 법인 가치로 재평가받을 기회를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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