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애플이 의류에 클립으로 고정하거나 목에 거는 카메라 탑재 인공지능(AI) 웨어러블 ‘핀·펜던트’ 개발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 기기 하나가 카메라와 음성 AI를 상시 수행하는 방식보다, 애플워치·에어팟·스마트안경 등 기존 및 차기 제품군에 기능을 분산하는 전략이 사업성과 사용자 수용성 측면에서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gadgetreview, apple, support.apple, macrumors, techcrunch, appleinsider에 따르면,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2026년 9월 22일(현지시간) 애플이 카메라를 탑재한 AI 펜던트 프로젝트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후속 보도들에 따르면 이 기기는 옷에 부착하거나 목에 걸 수 있는 화면 없는 소형 장치로 구상됐고, 크기는 에어태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카메라가 사용자의 주변 장면을 포착해 시리에 시각적 맥락을 전달하고, 사용자는 아이폰을 꺼내지 않은 채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또는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다만 이 제품의 디자인, 소재, 물리 버튼, 정확한 기능과 출시 일정은 애플이 공개한 정보가 아니다. 애플은 펜던트형 AI 기기의 존재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고, 프로젝트를 왜 멈췄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개발 중단’보다는 향후 재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개발 보류 또는 연기로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애플의 선택은 단순한 제품 취소라기보다, AI 웨어러블의 기능을 기존 제품군에 이식하는 ‘분산형 AI’ 전략으로 읽힌다. 애플은 9월 애플워치 시리즈 12와 애플워치 울트라 4에 ‘오디오 인텔리전스(Audio Intelligence)’ 기능군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시리 리캡(Siri Recap)’은 사용자가 기능을 켜면 대화의 핵심 내용을 고수준으로 요약하고, 제목과 핵심 포인트를 시리 앱에서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애플은 시리 리캡과 ‘라이브 리와인드(Live Rewind)’가 2026년 말 베타 형태로 영어부터 제공될 예정이며,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하는 아이폰 16 이상 기기와의 페어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이폰 16e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애플 지원 문서에 따르면 사용자가 저장하지 않은 요약은 7일 뒤 자동 삭제된다.
애플은 프라이버시 논란을 의식한 보호장치도 내세웠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시리 리캡은 원시 음성 녹음 파일을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디오를 기기 내 보안 영역인 시큐어 인클레이브(Secure Enclave)에서 처리하고 즉시 삭제하는 구조다. 기능은 기본 활성화가 아니라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켜는 옵트인 방식이며, 특정 시간대에만 작동하도록 설정하거나 제어센터에서 언제든 비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 대화를 상시 또는 반상시적으로 AI가 요약한다는 기능 자체는 개인 정보와 제3자 대화권 침해 논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맥락에서 AI 핀은 애플워치의 ‘귀’ 역할을 보완할 ‘눈’ 역할을 맡을 후보였다. 하지만 애플은 카메라를 에어팟과 안경 같은 더 익숙한 착용형 기기로 옮겨갈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맥루머스는 애플이 카메라 탑재 에어팟과 카메라 탑재 애플워치용 칩을 개발해 왔으며, 이들 제품이 이르면 2027년을 목표로 준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카메라는 사진이나 페이스타임용보다 주변 사물·장소·손동작 등을 인식해 온디바이스 AI에 시각 데이터를 제공하는 용도로 거론된다.
그러나 카메라 탑재 에어팟의 2027년 출시 역시 확정된 일정은 아니다. 거먼은 2026년 8월 카메라 내장 에어팟이 AI 및 공급망 문제로 2027년까지 지연됐다고 전했고, 제품 내부 코드명으로 B790과 B798 두 가지 버전이 개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공식 발표가 아닌 취재에 근거한 보도인 만큼, 실제 제품화 여부와 사양은 변동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별도 통신망과 구독료, 배터리, 앱 생태계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독립형 AI 하드웨어보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애플워치·에어팟·안경을 연결하는 방식이 실패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의 2025회계연도 ‘웨어러블·홈·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356억8600만달러로 전년 370억500만달러보다 4% 감소했다. 시장 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새 하드웨어 폼팩터 하나만으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휴메인 사례가 남긴 경고
AI 핀이라는 형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립형 기기 모델이 남긴 상업적 실패 사례는 애플의 신중론을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이 투자했던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은 499달러짜리 ‘Ai Pin’을 판매했지만, 저조한 평가와 주문 부진 끝에 2025년 2월 핵심 자산을 HP에 1억1600만달러에 매각했다. 로이터는 휴메인이 핀 사업을 접고 HP에 자산을 넘긴다고 보도했다.
휴메인의 Ai Pin은 2025년 2월 28일부터 서버 연결이 끊겨 전화·문자·AI 질의·클라우드 접근 등 주요 기능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사는 판매를 즉시 중단했고, 고객에게 사진과 데이터의 이전을 권고했다. 구독형 클라우드 인프라에 크게 의존한 독립형 AI 기기가 사업 철수와 함께 사실상 핵심 기능을 상실한 사례다.
시장 반응도 냉정했다. 더버지는 2024년 5~8월 휴메인의 Ai Pin 반품 수량이 판매량을 웃돌았고, 6월 기준 실제 고객이 보유한 기기는 약 8000대, 이후 약 7000대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출하된 핀과 액세서리는 약 1만개였고, 누적 매출은 900만달러를 약간 웃돌았지만 반품 규모는 100만달러 이상이었다. 이는 휴메인이 첫해 약 10만대를 출하하려 했다는 초기 목표와 큰 격차를 보인 것이다.
애플의 보류 결정이 휴메인 실패의 직접적 결과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두 회사의 제품 전략도 다르다. 휴메인의 Ai Pin은 스마트폰 대체를 표방한 독립형 단말이었고, 애플의 펜던트는 보도상 아이폰·시리 생태계의 보조 기기로 설계됐다. 그럼에도 화면 없는 카메라 장치의 용도 불명확성, 짧은 배터리 시간, 발열, 개인정보 보호 우려, 월 구독료에 대한 저항은 양쪽 모두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험이다.
‘폼팩터’보다 ‘생태계’의 시험대
애플은 펜던트 외에도 AI 스마트안경과 화면 없는 피트니스 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스마트안경은 카메라·마이크·스피커와 음성 AI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화면 없는 피트니스 밴드는 후프(Whoop)나 핏빗 계열처럼 건강 데이터 수집에 초점을 맞춘 제품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역시 애플이 공식화한 제품이 아니며, 단기간 출시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화면 없는 피트니스 밴드는 빠르면 2028년 이후에나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핵심은 애플이 ‘AI 기기 하나’를 출시하는 경쟁보다, 사용자의 손목·귀·시야·주머니에 흩어진 기기들이 각기 다른 감각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리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애플워치는 대화와 주변 소리를, 카메라 내장 에어팟이나 스마트안경은 시각 정보를, 아이폰은 연산·개인화·앱 생태계를 맡는 식이다. 이는 제품 하나의 흥행에 의존하는 구조보다 안정적일 수 있으나, 반대로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 데이터가 수집되는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라는 더 큰 사회적 시험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애플 AI 핀의 보류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멀어졌다는 신호라기보다, 그 도착 방식이 독립형 핀 하나가 아니라 기존 하드웨어 생태계의 단계적 AI화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이 AI 웨어러블 경쟁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단지 카메라와 마이크를 더 많이 넣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새 기기를 착용할 이유를 납득하게 만들고, 주변인의 프라이버시까지 보호할 수 있는 신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더 본질적인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