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을 공식적으로 반대(oppose)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do not support)”는 표현보다 한 단계 강한 요구로, 대만 문제를 무기판매와 무역, 기술 협상에 연결하려는 중국의 외교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이날 양자회담이 끝난 직후 대만 관련 발언을 먼저 부각했다. 반면 백악관은 대만 의제에 관한 별도 회담 결과를 즉각 공개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표현을 바꿀 계획이라는 근거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비지지’와 ‘반대’ 사이의 정책 거리
미국의 기존 대만 정책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양안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도 반대한다”는 원칙을 병행해 왔다. 이는 중국의 대만 영유권 주장을 승인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의 법적 독립 선언을 공개적으로 후원하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의 핵심 장치다. 미 국무부의 대만 관계 설명도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이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성명, 레이건 행정부의 6개 보장에 의해 규율된다고 밝히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반대한다’는 표현은 워싱턴이 단순한 비지지 입장을 넘어 대만 내 독립 지향 정치세력이나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제동을 거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당국자들이 대만 독립에 대한 명시적 ‘반대’ 표현을 오랫동안 피해 왔다고 전했다. 이 표현이 바뀔 경우, 미국의 대만 방위 의지와 대중 억지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의회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중국의 대만 주권 주장을 단지 “인식(acknowledge)”할 뿐 승인하거나 지지하지 않으며, 대만의 주권 귀속에 대한 공식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제도권의 공식적 해석이다.
법과 안보 공약이 만드는 제약
트럼프 대통령이 언어를 조정하더라도 대만 정책 전체를 단독으로 재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TRA)은 미국이 대만에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어용 무기와 방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만 주민의 안보·사회·경제 체계를 위협하는 무력 또는 강압에 저항할 역량을 유지하는 것을 미국 정책으로 규정한다. 다만 이 법은 중국의 공격 시 미국이 자동으로 대만을 방어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아, 군사개입 여부에는 전략적 모호성이 남아 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대만에 제공한 6개 보장은 더욱 직접적인 제약이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종료 시한을 정하지 않았고, 대만 무기판매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으며, 대만관계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즉, 시 주석의 요구는 표현 문제에 그치지 않고 대만 무기판매와 미국의 대중 억지 체계를 재조정하라는 압박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가장 민감한 변수는 약 140억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대만 무기판매 패키지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패키지를 보류 중이라고 밝혔고, 이를 “매우 훌륭한 협상 카드”라고 언급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은 2026년 6월 의회 청문회에서 이 패키지가 여전히 검토 중이라면서도 중국과 대만 무기판매를 협의하지 않으며, 대만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미국은 2015년 이후 대만에 대해 390억달러가 넘는 대외군사판매(FMS)를 의회에 통보했다. 이 가운데 2025년 12월 통보된 8건, 총 111억달러는 대만 대상 무기판매로는 최대 규모였다. 대만 입장에서는 140억달러 후속 패키지의 처리 자체가 미국의 실제 대만 정책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군사 압박은 줄었나, 방식이 바뀌었나
중국의 대만 압박은 단순히 정상회담 발언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만 국방부 자료를 인용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은 3764회로, 2024년보다 22.4% 증가했다. 2024년 5월 라이칭더 총통 취임 이후 2025년 말까지의 월평균 진입은 319회로, 2022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의 월평균보다 129% 많았다.
다만 2026년 들어 월별 군용기 진입 횟수는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전쟁연구소(ISW)는 2026년 8월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진입이 125회로, 2024년과 2025년 같은 달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의 대만 압박이 후퇴했다기보다, 군사적 과시를 줄이는 대신 외교적 고립, 정보전, 경제·정치적 압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조정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의 군사 활동이 중장기적으로 누적돼 온 점도 중요하다. 대만 국방부는 2025년 1∼9월 중국 군용기 3003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남서·동부 공역에 진입했고, 중국 군함 2000척이 대만 방공식별·대응 구역에서 활동했다고 집계했다. ‘중간선’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외교적 표현 하나가 안보 현장의 위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대만은 대응 차원에서 방위비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대만 정부가 편성한 2026년 국방 관련 예산은 해경과 퇴역군인 지출 등을 포함해 9495억대만달러, 약 310억80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3.32%다. 전년보다 22.9% 증가한 수치이며, GDP 대비 비중이 3%를 넘는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무역 휴전의 대가가 될 수 있나
이번 정상회담의 공식 전면 의제는 대만만이 아니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중 양국이 11월 10일 만료 예정이던 관세 휴전을 2027년 1월 10일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관세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희토류 공급을 포함한 경제 현안을 협의할 시간을 확보했지만, 포괄적 합의가 성사된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만 문제가 협상 카드가 될 위험이 커진다. 중국은 무역 안정, 첨단기술·인공지능 협의, 이란 문제 등 광범위한 의제에서 미국과의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 역시 세계 2위 경제대국과의 관세 충돌을 장기화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만 독립 ‘반대’ 문구나 무기판매 보류가 경제·통상 양보의 반대급부로 활용될 경우, 대만은 협상 당사자가 아닌 상태에서 미중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비용도 뚜렷하다. 첫째,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에 기초한 기존 안보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 둘째, 미국 의회의 초당적 대만 지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중국이 다음 단계로 무기판매 중단이나 대만과의 안보협력 축소를 요구할 유인을 얻게 된다.
국제정치분야 전문가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시 주석이 무엇을 요구했는지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백악관·국무부 공식 문서에서 어떤 표현을 사용하고, 140억달러 무기판매 패키지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