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지난해 부동산 이상거래 조사에서 관계기관 통보로 이어진 위법 의심 사례가 9895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탈세·편법 증여 혐의로 국세청에 넘어간 거래는 4108건으로 1년 전보다 58.3% 늘었고, 이 가운데 91.3%가 수도권에 몰렸다. 집값 상승과 거래 집중이 ‘자금조달계획서의 빈틈’, 가족 간 차입을 가장한 증여, 허위 실거래가 신고, 해외자금 불법 반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1만건에 육박”한 이상거래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2021~2025년 부동산 이상거래 조사 현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5년 1만8025건의 거래를 조사해 9895건을 위법 의심 거래로 분류하고 국세청·경찰청·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관세청 등에 통보했다. 조사 건수와 통보 건수 모두 해당 통계 집계 기간 중 가장 많았다.
이상거래 조사는 거래가격, 계약일, 자금 출처, 특수관계인 여부, 대출 활용, 자금 반입 경로 등에서 이상 징후를 선별하는 행정 절차다. 한 거래가 탈세·실거래가 허위신고·대출규제 위반처럼 여러 법률 위반 혐의를 동시에 가질 수 있고, 여러 관계기관에 중복 통보될 수도 있다. 실제 정부도 1건의 거래에 복수 법 위반 소지가 있으면 관련 기관 모두에 통보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통보 물량의 급증은 시장의 자금 흐름이 정상적인 소득·대출·세금 신고 체계 안에서 설명되지 않는 거래가 늘었거나, 정부의 감시 범위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두 요인은 동시에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 통보 58% 증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세청 통보다. 탈세 또는 편법 증여가 의심돼 국세청에 전달된 사례는 2024년 2595건에서 2025년 4108건으로 1513건 증가했다. 증가율은 약 58.3%다. 기사에서 표현한 ‘두 배 가까이’는 절대 건수의 급증을 강조한 것이지만, 엄밀한 통계상으로는 전년 대비 약 1.58배 수준이다.
수도권 편중은 더 가파르다. 국세청 통보 4108건 가운데 수도권 사례는 3750건으로 91.3%를 차지했다. 2024년 수도권 비중은 78.8%, 2045건이었으므로 1년 사이 통보 건수는 83.4% 늘었고 비중은 12.5%포인트 뛰었다. 서울·경기·인천의 주택가격과 거래가 특정 지역에 쏠릴수록 세금 회피나 자금조달 규제 우회 수요도 그 지역에 응집되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 속도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지수는 2024년 첫째 주 83.47에서 연말 87.26으로 4.5% 올랐고, 2025년에는 87.26에서 94.86으로 8.7% 상승했다. 2025년 상승률이 전년보다 약 두 배 빠른 셈이다. 가격 상승이 이상거래 증가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매입 자금이 커지고 추격 매수 압력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자금 출처와 세금 신고의 왜곡 유인이 강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편법의 핵심은 ‘자금 출처’
최근 적발·조사 사례를 종합하면 시장 교란의 핵심은 단순한 ‘다운계약서’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친족의 무상 또는 저리 자금 지원을 차입으로 포장하는 변칙 증여, 법인 자금을 개인 주택 매입에 돌리는 행위, 사업자대출의 주택구입 전용, 신고하지 않은 해외자금 반입, 계약 해제를 이용한 시세 부풀리기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정부 합동 발표에 따르면, 한 사례에서는 서울 아파트 매수인이 자기자금 없이 부모에게서 1억원을 증여받고 29억원을 빌려 총 3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신고해 국세청 통보 대상이 됐다. 또 경기도 아파트를 5억8000만원에 거래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당사자 간 계좌이체액은 6억3000만원으로 확인돼 거래금액 허위신고 의심 사례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됐다. 이는 신고가격과 실제 지급액, 차입 계약의 실질, 소득 대비 취득 자금이라는 세 축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출 규제 우회도 문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25년 1~7월 은행권 신규 사업자대출 5805건을 점검한 결과, 사업자대출을 주택 매입 등에 목적 외로 사용한 사례 45건, 대출액 기준 119억3000만원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25건은 38억2500만원의 대출금 환수가 완료됐으며, 나머지 건도 절차가 진행됐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만 촘촘히 설계해서는 자금 우회를 막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계약 뒤 해제 신고가 이뤄진 거래 가운데 2023년 3월부터 2025년 8월까지 425건을 선별 조사하고 있다. 2025년 1~8월 해제 건을 우선 조사한 결과, ‘집값 띄우기’ 의심 정황이 있는 8건은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허위 고가계약을 신고해 시세를 끌어올린 뒤 계약을 해제하는 방식은 거래량이 많지 않은 단지나 특정 평형에서 실거래가 지표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작지 않다.
외국인·초고가 주택도 사각지대
해외자금 반입과 외국인 거래는 자금 추적이 특히 어려운 영역이다. 국토교통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이상거래 605건을 조사하면서 해외자금 불법 반입, 무자격 임대업, 편법 증여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개한 사례에는 서울 아파트를 49억원에 매수하면서 자신이 사내이사로 있는 법인에서 38억400만원을 빌렸다고 신고했지만 회계 처리가 확인되지 않아 법인자금 유용이 의심된 경우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2025년 8월 고가 주택 취득·보유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포착된 외국인 4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과 연관된 아파트는 약 230채이며, 이 중 약 70%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이들이 해외 계좌를 통한 편법 증여, 국내 사업소득 누락, 임대소득 미신고 등의 방식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추정 탈루세액은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제시됐다.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도 늘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외국인은 국내 아파트 2만6244채를 사들였고, 매입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다만 이 수치가 외국인 거래 전체를 불법 또는 투기성 거래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법적 실수요와 투자 거래를 전제로 하되, 자금 반입·소득 신고·임대소득 과세에서 국내 거주자와 동일한 수준의 검증이 가능한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세청은 시장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경우 전년도 거래분부터 순차적으로 전수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가주택 매입은 거래 건수 자체는 적더라도 증여세·법인세·양도소득세·자금세탁 의심 거래가 한 건에 결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 감시의 ‘선별과 집중’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적발’에서 ‘환류’로
이상거래 통보가 대폭 늘어난 것은 감독의 출발점일 뿐이다. 정책의 실효성은 통보 이후 국세청의 과세·추징, 금융당국의 대출 회수와 제재, 지방자치단체의 과태료 부과, 경찰의 송치·기소로 이어지는 후속 성과에서 판가름 난다. 통보 건수만으로 단속의 성공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부동산 감독 추진단을 가동하고, 국토부와 국세청 간 자금조달계획서 정보 공유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국토부는 수도권 이상거래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위반과 편법 증여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의 신뢰는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가, 어떤 돈으로, 어떤 세금을 내고 집을 샀는지를 시장과 감독당국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거래가도 가격 신호로 기능한다. 9895건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단속 실적이 아니라, 수도권 과열 국면에서 자금의 투명성과 과세 형평이 시장 안정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는 경고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