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K2코리아그룹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NEPA)의 새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단순한 브랜드 매입이 아니라 네파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사실상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면서, K2코리아그룹은 자본 확충과 경영권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 네파가 조달할 자금은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우선 쓰일 전망이어서, 이번 거래는 ‘아웃도어 브랜드 인수’인 동시에 ‘재무구조 정상화 투자’라는 성격이 짙다.
K2코리아그룹은 22일 네파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유상증자 절차가 끝나면 K2코리아그룹은 네파의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한다. 구체적인 증자 규모, 신주 발행 가격, 인수 후 지분율, 거래가치 등 핵심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인수로 K2코리아그룹은 기존 K2와 아이더에 네파까지 더하며 국내 전통 아웃도어 시장에서 복수 브랜드 운영 체제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그룹은 이미 골프 브랜드 와이드앵글·피레티, 스포츠 브랜드 다이나핏,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노르디스크, 산업안전 브랜드 K2세이프티·아이더세이프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네파까지 편입되면 기능성 아웃도어, 스포츠, 골프, 라이프스타일, 산업안전으로 이어지는 멀티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외연이 더 넓어진다.
다만 네파는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고객 기반을 갖췄지만 최근 재무지표는 뚜렷한 개선 과제를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파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3137억원, 2024년 2973억원, 2025년 2888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2023년 14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4년 7억6000만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21억5000만원 영업손실로 확대됐다.
순손익 부담은 더 컸다. 네파의 당기순손실은 2023년 1055억원, 2024년 391억원, 2025년 334억원이었다. 2025년 말 결손금은 약 462억원이며, 인수금융 구조에서 비롯된 금융비용 부담도 네파의 순손익을 압박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비용 누계는 2708억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네파의 유상증자가 확정될 경우, 조달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 투자 재원으로 어떻게 배분할지가 향후 정상화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브랜드 리브랜딩이나 마케팅보다 먼저 재무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K2코리아그룹 입장에서는 네파가 회생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안은 자산이다. 네파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EBITDA는 313% 이상 개선됐다고 밝혔다. 의류·용품 운영 구조를 효율화하고,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재편했으며, 2024년 문을 연 평택 스마트물류센터의 운영 고도화를 통해 올해 1분기 물류비를 전년 동기 대비 약 32% 낮췄다는 설명이다.
K2코리아그룹 자체도 호황기에 인수에 나선 것은 아니다. K2코리아의 2024년 매출은 3743억원,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8.3%, 26% 감소했다. 아이더 역시 2024년 매출 2338억원, 영업이익 14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9%, 37% 줄었다. 주력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실적이 둔화한 상황에서 네파 인수는 단기 외형 확대보다 브랜드별 소비자 층위와 유통 채널을 재배치해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을 만들려는 중장기 포석에 가깝다.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24년 약 5조3000억원 규모였고, 2025년에는 전년보다 4.2% 감소한 5조800억원 수준으로 축소했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2023년 연평균 6~7% 성장했던 시장이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과 다른 소비 영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K2코리아그룹이 네파 인수 이후 유통망 투자와 상품·마케팅 경쟁력 강화, 해외시장 진출 검토를 언급한 것도 성숙기에 접어든 내수 아웃도어 시장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고 아웃도어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국내 스포츠·골프·아웃도어를 합친 스포츠웨어 소비액은 22조6538억원으로 전체 패션 소비의 27.3%를 차지했다. 특히 2025년 겨울 시즌에는 아웃도어 구매액이 2조52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전통 등산복 중심 수요는 약해졌지만 러닝·트레킹·캠핑·여행·웰니스와 결합한 기능성 의류 수요는 여전히 시장의 성장 여지를 만든다는 의미다.
핵심은 K2·아이더·네파의 브랜드 중복을 얼마나 줄이고, 각 브랜드의 고객·가격대·상품군·유통채널을 얼마나 명확히 분리하느냐다. K2코리아그룹이 세 브랜드를 동일한 중장년 등산복 시장에서 경쟁시키면 매출은 내부 이동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K2의 대중적 기능성 아웃도어, 아이더의 프리미엄·프렌치 헤리티지, 네파의 도심형 아웃도어와 리뉴얼된 스타일 경쟁력을 각각 차별화한다면 구매 연령층과 착용 상황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 이는 거래 완료 이후 브랜드 운영 전략을 통해 검증돼야 할 과제다.
이번 인수의 성패를 가를 첫 번째 변수는 재무개선이다. 유상증자로 이자비용과 차입 부담을 낮춘 뒤에도 네파가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K2코리아그룹의 투자는 추가 자금 투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유통 효율화다. 네파가 기존 대리점과 매장에 대한 투자를 예고한 만큼, 무차별적인 점포 확대보다 점포별 수익성, 온라인 전환, 재고 회전율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세 번째는 해외 확장이다. K2코리아그룹은 중장기 해외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시점·진출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K2코리아그룹의 네파 인수는 브랜드를 하나 더 확보한 거래를 넘어, 재무적으로 약해진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에 자본과 운영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조정형 성장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13년 만에 네파 경영권에서 물러나고 K2코리아그룹이 새 주인으로 들어온 만큼, 국내 아웃도어 업계의 경쟁은 단일 브랜드 간 매출 경쟁에서 멀티브랜드 그룹 간 포트폴리오 경쟁으로 한 단계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