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메타 플랫폼스가 미국과 프랑스를 잇는 약 7000㎞ 길이의 대서양 횡단 해저 케이블 ‘페탈(Petal)’을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engadget, newsquawk, businessinsider에 따르면,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이 시스템은 초당 1페타비트, 즉 1000테라비트의 전송 능력을 목표로 하며, 메타는 이를 “대양 간 거리에 페타비트급 용량을 제공하는 첫 해저 케이블”이라고 규정했다.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센터·반도체에 이어 국제 통신망의 물리적 기반까지 수직계열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7000㎞ 바다 밑에 1Pbps
페탈은 프랑스와 미국을 연결하는 총연장 약 7000㎞, 약 4300마일의 해저 광케이블이다. 메타가 밝힌 목표 전송 용량은 1Pbps로, 1 Pbps=1000 Tbps다. 이는 현재 최상위권 대양 횡단 케이블이 같은 거리에서 제공하는 용량의 약 두 배라는 설명이다.
핵심 기술은 멀티코어 광섬유다. 기존 광섬유가 섬유 하나에 하나의 코어를 두는 방식이라면, 페탈에는 두 개의 코어를 넣은 ‘2코어 광섬유’가 적용된다. 메타에 따르면 24개 광섬유쌍에 2코어 구조를 적용해 실질적으로 48개 광섬유쌍에 상응하는 전송 능력을 구현하는 설계다. 단순히 케이블 굵기나 광섬유 수를 두 배로 늘리지 않고도 전송량을 배가시키는 접근이다.
메타는 이 방식이 전력 소비와 케이블의 물리적 규모를 비례적으로 키우지 않으면서도 용량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저 케이블은 수천㎞ 해저 구간에서 신호를 증폭하는 리피터와 전력 공급 설비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용량을 더 적은 설비 증가로 구현하는 것은 건설비와 운용비, 해저 포설 난이도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NEC는 시스템 설계·제조·설치까지 맡는 턴키 공급자로 참여한다. 스미토모전기공업은 초저손실 2코어 광섬유를 공급하며,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는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케이블 육양과 유럽 지상망 접속 계획을 메타와 공동으로 추진한다. 즉 미국 빅테크가 수요자이자 투자·설계 주도자로 나서고, 일본의 케이블·광섬유 기술 기업과 유럽 통신사가 제조·접속망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다.
AI 경쟁의 새 전선
페탈은 단순한 통신 인프라 투자가 아니라, 생성형 AI 시대의 연산·데이터 병목을 미리 해소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광고 추천, 영상·메시지 서비스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이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낮은 지연시간으로 이동시키는 네트워크를 요구한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GPU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대륙 사이 데이터센터와 이용자를 잇는 장거리 네트워크의 처리량도 경쟁력의 일부가 됐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 투자 강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는 2026년 자본적지출(Capex) 예상 범위를 1300억~1450억달러로 제시했으며, 이는 서버·데이터센터·네트워크 등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투자다. 페탈은 이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서 ‘해저 구간’까지 직접 확보하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해저 케이블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국제 통신 분석기관 텔레지오그래피는 해저 케이블이 대륙 간 데이터 트래픽의 99% 이상을 담당한다는 통념이 사실상 맞다고 확인했다. 위성은 미국 국제 통신 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7%에 불과한 것으로 인용되며, 대륙 간 디지털 연결의 대부분은 여전히 바닷속 광케이블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페탈의 의미는 ‘속도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메타가 AI 데이터와 콘텐츠 트래픽이 오가는 핵심 경로의 용량, 복원력, 비용 구조를 외부 통신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설계·확보하려는 신호에 가깝다. 특히 유럽은 AI 규제와 데이터 보호 규범이 강한 시장인 만큼, 미국과 유럽 사이의 대용량·저지연 연결은 메타의 AI 서비스 배포와 데이터 운영 전략에서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업 전략에 대한 분석이며, 메타가 구체적인 트래픽 배분이나 데이터 운영 계획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
‘워터워스’와 ‘오로라’로 잇는 해저망
페탈은 독립 프로젝트라기보다 메타가 구축 중인 글로벌 해저망의 한 축이다. 메타는 2025년 2월 미국·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대륙을 연결하는 총연장 5만㎞ 규모의 ‘프로젝트 워터워스(Project Waterworth)’를 발표했다. 메타는 이를 수십억달러가 투입되는 다년간 프로젝트이자 세계 최장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로 소개했다.
대서양에는 ‘오로라(Aurora)’도 추진 중이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메타 자회사 에지 케이블 홀딩스 USA는 지난 8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오로라의 케이블 육양 허가를 신청했다. 오로라는 미국 뉴저지주 마나스콴과 덴마크 블로베르를 약 7268㎞로 연결하며, 설계용량은 약 497Tbps, 목표 서비스 개시일은 2028년 1월 15일이다.
이를 단순 비교하면 페탈의 목표 용량 1Pbps는 오로라 설계용량 497Tbps의 약 두 배다. 다만 두 사업은 완공 시점, 노선, 기술 사양, 사업 구조가 다르므로 이를 동일 조건의 성능 경쟁으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2028년 오로라, 2029년 페탈이 계획대로 가동될 경우 메타는 북미–북유럽과 북미–프랑스를 포괄하는 복수의 대용량 대서양 축을 갖게 된다.
커넥트의 ‘하드웨어’와 페탈의 ‘인프라’
메타는 23~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 ‘메타 커넥트’를 연다. 공식 프로그램은 AI 기술, AI 안경, 가상현실을 핵심 의제로 내걸고 있으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기조연설은 23일 오후 4시(미 서부시간)에 예정돼 있다. 한국시간으로는 24일 오전 8시다.
행사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카메라를 뺀 AI 안경 ‘루나(Luna)’에 쏠린다. 로이터는 더 인포메이션 보도를 인용해 메타가 루나라는 내부 코드명의 카메라 없는 스마트 안경을 올가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카메라 대신 6개의 내장 마이크와 스피커, 전용 메타 AI 호출 버튼을 갖추고 메타 AI 및 소비자 AI 에이전트 ‘뮤즈(Muse)’와 음성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카메라를 제거하는 전략은 웨어러블 AI 확산의 최대 장벽 중 하나인 주변인의 촬영·감시 우려를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6개의 마이크를 통한 음성 상호작용은 별도의 개인정보 이슈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카메라 제거가 프라이버시 논쟁을 완전히 종결한다기보다, 영상 수집 중심의 우려를 음성 데이터 수집·처리와 이용자 고지의 문제로 옮겨 놓는 조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제품이 공식 공개된 이후 실제 녹음 표시, 데이터 보관, 동의 절차, 제3자 음성 처리 정책을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