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 학원가 주변 편의점 44곳에서 팔린 가당음료가 여름방학이 낀 3분기에 집중됐다는 분석은 청소년 식생활 관리정책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학교 안과 통학로에는 상대적으로 촘촘한 규제가 작동하지만, 방학 중 청소년이 장시간 머무는 학원가와 그 주변 편의점은 사실상 별도의 소비 공간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요 편의점 4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2~2025년 판매 실적이 있는 서울 대치·목동·중계동 44개 점포의 지난해 가당음료 판매량은 46만7095개였다. 이 가운데 3분기 판매량은 14만7503개로 전체의 31.6%를 차지했다. 1년 판매량 10개 중 3개 이상이 7~9월에 팔린 셈이다.
같은 점포군에서 3분기 가당음료 판매량은 2022년 15만5578개, 2023년 14만3308개, 2024년 14만9602개, 2025년 14만7503개로 집계됐다. 매년 3분기 판매가 다른 분기보다 많았고, 연간 판매량 중 3분기 비중도 2022년 29.5%에서 지난해 31.6%로 2.1%포인트 상승했다.
판매가 여름방학과 맞물려 반복적으로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더위에 따른 갈증, 장시간 학원 수강, 편의점 접근성, 동료집단 소비문화가 겹치면서 가당음료와 에너지음료가 ‘빠른 휴식’ 또는 ‘집중력 보조재’처럼 소비되는 환경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같은 학생을 7년 추적했더니
학원가 판매 흐름은 청소년 식생활의 장기 변화와도 맞물린다. 질병관리청의 ‘제7차 연도 청소년건강패널조사’는 2019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전국 패널 5051명을 구축해 2025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추적한 결과를 담았다. 1차부터 7차까지 모두 참여한 375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 3회 이상 단맛음료를 마시는 비율은 초등학교 6학년 때 50.9%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 60.9%로 10.0%포인트 높아졌다.
고등학교 3학년의 주 3회 이상 단맛음료 섭취율은 남학생 63.8%, 여학생 57.9%였다. 같은 조사에서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도 초등학교 6학년 20.9%에서 고등학교 3학년 31.4%로 10.5%포인트 올랐다. 건강에 불리한 식생활이 청소년기 후반으로 갈수록 강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고카페인음료 섭취는 별도의 경고 신호다. 고등학교 3학년의 주 3회 이상 고카페인음료 섭취율은 29.3%로, 고등학교 2학년 때의 26.9%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성별로는 남학생 29.5%, 여학생 29.0%로 큰 차이가 없었다.
평균은 기준 안, 일부 집단은 초과
가공식품을 통한 국민 평균 당류 섭취량만 보면 지표는 기준 안에 들어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5년 7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국민의 가공식품 유래 당류 섭취량은 하루 평균 35.5g으로, 하루 총열량의 7.7%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총에너지 섭취량의 10% 미만’ 기준보다 낮다.
그러나 평균은 취약 집단의 문제를 가릴 수 있다. 2023년 가공식품 유래 당류 섭취량은 12~18세 남학생 55.4g, 여학생 46.6g이었다. 열량 대비 비율로 보면 남학생은 9.5%였지만, 여학생은 11.1%로 WHO 권고 기준을 넘었다. 6~11세 여아도 평균 42.1g, 열량 대비 10.2%로 기준을 초과했다.
청소년에게 음료는 핵심 경로다. 식약처는 청소년의 당류 섭취에서 음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국민 기준으로도 가공식품에서 섭취하는 당류의 47%가 음료와 과자·빵·떡류에서 나왔으며, 음료류를 통한 섭취량은 하루 11.4g이었다.
WHO는 성인과 어린이 모두 자유당 섭취량을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10%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한다. 건강상 추가 이익을 위해서는 5% 미만으로 더 낮추는 방안도 제시한다. 하루 2000㎉를 섭취하는 성인을 기준으로 10%는 약 50g, 5%는 약 25g의 당류에 해당한다.
‘학교 200m’ 규제의 한계
현행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은 학교 경계선에서 직선거리 200m 이내를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이른바 ‘그린푸드존’으로 지정·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구역 내 학교매점과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 등에서는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적용의 단위는 ‘청소년이 많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학교와 학교 주변’이다. 따라서 대치·목동·중계처럼 방과 후와 방학 중 청소년 밀집도가 높은 학원가라도, 학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보호구역 안에 있다고 해서 모든 편의점에 동일한 판매 제한이 자동 적용되는 구조도 아니다. 우수판매업소 지정 여부와 적용 대상 식품의 세부 기준이 함께 작동한다.
이 때문에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학원가에서 음료 판매를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청소년 밀집 생활권에 맞춰 건강한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관리체계를 설계하는 데 있다. 예컨대 학원가 편의점과 자판기에 생수·무가당 음료·저당 제품의 진열 비중을 높이고, 고카페인음료에는 청소년 주의 문구와 카페인 함량을 보다 눈에 띄게 표시하며, 학원 사업자와 편의점 본사가 공동으로 건강친화 판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규제보다 필요한 것은 ‘생활권 정책’
학원가 여름방학 판매 급증은 따라서 ‘청소년이 단 음료를 좋아한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급식과 학교매점에서 관리하던 건강정책이 방과 후 학습공간, 상업시설, 편의점 소비문화로 이어지지 못할 때 생기는 생활권의 단절을 보여준다. 청소년의 실제 동선은 학교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방학과 야간 수업, 학원가 체류시간까지 반영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윤 의원이 예고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 논의도 이 맥락에서 검증돼야 한다. 보호구역의 단순 확대가 실효성을 내기 위해서는 적용 업소와 품목의 범위, 편의점 업계의 이행 가능성, 청소년의 구매 대체효과, 저소득층·맞벌이 가정의 접근성, 학교·학원·지자체의 역할 분담을 수치로 설계해야 한다. 학원가 음료 판매 자료는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지, 곧바로 특정 규제의 효과를 보장하는 결론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