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육군 25사단 간부 3명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로 다쳤다. 군은 폭발물이 국군의 기존 매설 지뢰인지, 북한군이 최근 설치했거나 집중호우에 떠밀려온 지뢰인지를 조사 중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50분께 서부전선 DMZ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하던 육군 25사단 소속 간부 3명이 폭발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2명은 응급헬기로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됐으며, 군 소식통에 따르면 1명은 발목 절단을 포함한 중상을 입었다. 다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유엔군사령부(UNC)와 협조해 헬기를 DMZ 내부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폭발 원인을 “미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지뢰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군이 검토하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수색로를 새로 개척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미확인 지뢰를 밟았을 가능성이다. 둘째, 북한군이 최근 매설한 지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다. 셋째, 집중호우와 지형 변화로 북한 측 또는 기존 매설 지뢰가 유실·이동했을 가능성이다. 어느 하나도 현재 단계에서 단정할 수 없으며, 폭발물 잔해의 종류·기폭 방식·매설 상태·토양 교란 흔적에 대한 현장 감식이 결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단순히 “지뢰가 있었느냐”가 아니다. 어떤 지뢰가, 언제, 누가, 어디에, 어떤 경로로 존재하게 됐는지를 입증하는 문제다. 국군이 과거 매설한 지뢰일 경우에는 군의 지뢰지대 관리, 지도 정확도, 수색로 개척 전 탐지 절차가 검증 대상이 된다. 북한군 지뢰로 밝혀진다면 정전협정 위반 여부와 함께 유엔군사령부 차원의 조사·통보·대응 문제가 부상한다. 반면 유실 지뢰라면 장마와 산사태, 계곡 수계 변화가 지뢰 방호선의 위치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군 당국은 최근 DMZ 남측 일부에서 지형 변화 징후를 포착하고, 북한군의 지뢰 매설 가능성을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왔다. 다만 사고 지점이 북한군이 MDL 남쪽에 조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뢰지대와 인접했다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합참은 두 지점이 떨어져 있다고 반박했다.
유용원 의원 측은 "육군 25사단 경계구역에서 북한군 지뢰지대가 MDL을 약 10∼15m 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점이 6곳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 군은 보안상 구체적인 위치와 거리, 확인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경선 요새화’와 지뢰 변수
이번 사고는 북한의 최근 DMZ 경계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2024년부터 MDL 인근에서 철책 보강, 방벽과 대전차 장애물 설치, 전술도로 정비, 지뢰 매설 등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한국 군과 국제 지뢰 감시기구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는 북한이 2024년 4월 이후 MDL을 따라 철책과 장애물을 보강하고 지뢰를 매설해 왔다고 전했다.
국제 지뢰 감시기구인 랜드마인 모니터(Landmine Monitor)는 북한이 2023년부터 2025년 초까지 자국 영토와 남북 접경지역에서 대인지뢰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2024년 초 경의선 인근 경계초소 주변에 지뢰를 설치한 정황이 포착됐고, 같은 해 4월에는 DMZ를 통과하는 도로 3곳에, 5월에는 MDL 북측 산악지대와 들판에까지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됐다. 2025년 봄 이후에도 북한군의 DMZ 지뢰 매설과 철책 설치 활동이 재개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특히 지뢰는 설치 순간보다 이동 순간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지뢰대는 원래 지도·표지·통제구역을 전제로 작동하지만, 폭우와 토사 유실, 산사태, 계곡 범람이 발생하면 지뢰는 원래의 매설 좌표를 이탈한다. 한국지뢰행동검토보고서(Mine Action Review)는 북한이 DMZ에 설치한 대인지뢰가 호우 때 남측으로 떠내려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지뢰 가운데 나뭇잎 모양의 플라스틱 지뢰가 폭약 약 40g을 담고 있으며, 한국 측에서 이미 발견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목함지뢰 계열 지뢰 역시 과거 해안과 하천변으로 떠내려온 사례가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지뢰가 이동하면 ‘지뢰지대’의 개념도 달라진다. 지도상으로는 안전지대였더라도 실제 지상에서는 위험지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기존 지뢰지대의 경계선은 의미를 잃는다. 이번처럼 새 수색로를 내는 작전은 이 불일치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탐지 장비와 절차가 있어도 매설 깊이, 토양 수분, 금속 성분 유무, 식생 변화, 이동 여부에 따라 탐지 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측이 관리하는 확인위험지역 가운데 DMZ에는 786개 지점, 약 10.03㎢에 약 38만발의 지뢰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인통제선(CCZ) 일대는 면적이 약 114.79㎢로 더 넓고, 확인 지뢰지대 257곳과 미확인 지역 176곳이 포함된다. DMZ와 민통선, 제한보호구역, 후방지역을 합한 국내 확인위험지역은 1,308곳, 면적은 약 128.16㎢, 지뢰 수는 약 82만8,000발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수치가 지뢰 위험의 ‘전부’는 아니다. Mine Action Review는 남북한이 과거 매설한 지뢰의 총량과 정확한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지뢰 수를 국경 전반에 걸쳐 약 200만발로 추산한 연구도 있으며, 랜드마인 모니터는 DMZ에만 100만발 이상이 매설됐을 수 있다고 본다. 즉, ‘82만8,000발’은 한국 측 공개자료에 잡힌 확인·관리 대상 중심의 수치이고, 남북 전체의 실제 오염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제거 실적도 위험 규모와 대비된다. 한국은 2024년 대인지뢰 167발, 2023년 767발을 제거했다고 국제회의에서 보고했지만, 어느 지역의 몇㎡를 조사·해제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 보고서는 한국의 지뢰 제거 면적, 탐사 자료, 위험지역 해제 성과가 종합적이고 최신의 방식으로 공개되지 않는 점을 정보 공백으로 지적했다.
2015년 ‘목함지뢰’와의 차이
이번 사고는 2015년 8월 4일 경기 연천 DMZ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목함지뢰 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지뢰 인명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3발이 국군 순찰로에서 폭발해 하재헌 하사는 양다리를, 김정원 하사는 한쪽 다리를 잃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당시 북한군이 정전협정 6·7·8항을 위반해 남측 DMZ의 알려진 국군 순찰로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결론 내렸고, 지뢰가 최근 설치됐으며 강우나 토양 이동에 따른 기존 지뢰의 이동일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폭발물 실체와 설치 주체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북한군 지뢰, 국군 기존 지뢰, 유실 지뢰, 미확인 잔존 지뢰”라는 복수의 가설이 병존한다.
다만 군 당국이 지난해 11월 DMZ에서 발생한 지뢰 탐지 임무 중 사고를 이미 경험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당시 장병 1명이 발목 골절 추정 부상을 입었고, 이번 사고는 그로부터 약 10개월 만에 발생했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우발적 위험의 재현인지, 또는 DMZ 남측 일부에서 새롭게 형성된 지뢰 위험과 연결되는지는 조사 결과로 판별해야 한다.
‘평화의 공간’이 아닌 관리 실패의 위험지대
DMZ는 법적으로 비무장지대지만, 실제로는 지뢰·철책·감시초소·포병·장애물·정찰자산이 중첩된 고위험 군사공간이다. 이번 사고가 보여준 것은 지뢰의 위협이 과거 전쟁의 잔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의 경계 요새화,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와 토사 이동, 오래된 지뢰지도, 공개되지 않는 위험정보가 겹치면 지뢰는 정적인 방어수단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이동형 위험’으로 바뀐다.
한국은 2024년 2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과 별도로 지뢰 제거를 포함한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2025년에는 국가 지뢰행동기준 초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국제 평가에 따르면 2025년 6월까지 지뢰 대응을 총괄할 지뢰대응활동위원회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고, 전국 단위의 최신 오염 현황과 제거 성과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장비와 로봇, 인공지능 탐지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설 정보의 통합, 최신 지형자료 반영, 수해 뒤 재탐사, 유엔군사령부와의 공동 검증, 정보 공개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결국 이번 폭발사고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지뢰를 묻었나”에만 머물지 않는다. 군은 이미 존재하는 위험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고, 새로 생긴 위험을 얼마나 빨리 지도에 반영했으며, 장병을 그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체계를 갖췄는가라는 질문이다. 원인 규명은 책임 소재를 가르는 절차인 동시에, 다음 사고를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다. 현 단계에서 북한 지뢰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단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DMZ 지뢰 관리체계의 구조적 공백까지 미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