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강원 춘천 검봉산에서 열린 블랙야크 산악마라톤 행사에서 46세 남성 참가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숨진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돌발 질환 여부를 넘어 대규모 산악 스포츠 행사의 응급의료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했는지를 검증해야 할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주최사 블랙야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조치와 사고 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개요
사고는 9월 19일 낮 12시 6분께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 검봉산 육개봉 인근에서 발생했다. MBC보도에 따르면, ‘2026 블랙야크 클럽데이’의 산악마라톤 또는 트레일러닝 프로그램에 참가한 A씨(46)가 산길에서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구조당국은 A씨를 심정지 상태로 발견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이후 소방헬기로 춘천 지역 병원으로 옮겼으나 A씨는 결국 사망했다.
행사는 엘리시안 강촌과 검봉산 일대에서 열렸으며, 트레일러닝 외에 팀 단위 등반, 가족·입문자 대상 프로그램 등이 편성됐다. 참가 예정 인원은 2,5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행사는 오후 1시 30분께 중단됐다.
핵심은 ‘사망 원인’과 ‘도달 시간’
이번 사건에서 구분해 봐야 할 질문은 두 갈래다. 하나는 A씨가 왜 쓰러졌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쓰러진 뒤 구조·제세동·이송이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졌는가다.
현재 A씨의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심정지 상태는 심장의 기계적 박동이 멈추거나 실질적 순환이 소실된 임상 상태를 뜻할 뿐, 급성 심근경색·치명적 부정맥·열질환·저체온증·외상·폐색전증·탈수 등 구체 원인을 곧바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까지 기저질환, 부검 여부, 현장 의무기록, 기온과 습도, 고도 변화, 운동 강도, 발견 당시 활력징후 등 수사·의학적 자료가 확인되기 전이다.
다만 보도된 시간 정보는 응급대응 체계를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 준다. 소방당국은 신고 뒤 약 1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지형에서 구조대가 접근하는 시간과, 참가자·안전요원·의료인력이 최초로 환자를 발견해 CPR 또는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기까지의 시간은 구분해야 한다. 아직 공개 보도만으로는 최초 목격 시각, 현장 CPR 개시 시각, AED 배치 장소와 실제 사용 여부, 민간 안전요원 및 의료진의 선착 여부를 알 수 없다. 이 부분이 경찰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확인 대상이 될 전망이다.
3분의 기준, 1시간의 현실
국제 스포츠 응급의료 권고는 심정지 대응에서 ‘분 단위’의 초기 처치를 강조한다. 2026년 발표된 스포츠행사 심혈관 응급상황 관련 의학적 입장문은 심정지를 인지하고 치료하며 가능한 경우 AED 제세동을 시작하는 시간 간격이 3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해당 권고는 대규모 행사에서 AED의 가시적 배치, 정기 점검, 응급차량 접근로 확보, 접근 곤란 지점의 이동수단 확보 등을 함께 요구한다.
마라톤 등 대규모 지구력 스포츠 행사에는 의료지원소를 약 1~1.5km 간격으로 두고, 참가자 1,000명당 응급처치 인력 5명, 참가자 2,500명당 전문소생술(ALS) 훈련 의사 1명, 참가자 500명당 기본소생술(BLS) 구급차 1대와 ALS 구급차 1대를 갖춰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특히 2,500명 이상이 모이는 산악 행사라면 오히려 평지 대회보다 촘촘한 관찰 지점과 신속한 초동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완주’보다 먼저 설계해야 할 것
트레일러닝은 도심 마라톤보다 코스 이탈, 고도 변화, 미끄러운 지면, 기상 급변, 통신 음영, 참가자 간 간격 확대 등 구조적 위험이 크다. 대회 운영의 성패를 완주율이나 참가자 수가 아니라 ‘가장 먼 지점에서 발생한 심정지에 몇 분 안에 CPR과 AED를 도달시킬 수 있는가’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는 개인의 건강상태와 별개로, 국내 트레일러닝 시장이 참가자 확대 속도에 맞는 응급의료 인프라를 갖췄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사망 원인과 법적 책임은 향후 경찰 조사 및 의학적 판단으로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2,500명 이상이 모이는 산악 행사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첫 수분을 누가, 어디서, 어떤 장비로 책임졌는지는 지금 즉시 공개·검증할 수 있는 운영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