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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이슈&논란] "5분 만에 AI 노래로 아티스트 프로필 하이재킹"…스포티파이 실존 밴드 '이름 도용’의 민낯

AI 한 곡·월 3.75달러면 끝…AI 음악 시대의 새 보이스피싱
“내가 만든 적 없는 신곡입니다”···AI가 뚫은 스트리밍 음악의 신원확인 공백
스포티파이 공식 페이지에 가짜 AI곡이 떴다…5분짜리 업로드가 만든 저작권 사기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음악 한 곡이 실제 밴드의 공식 스트리밍 페이지에 버젓이 올라가고, 팬들의 재생 수익이 가짜 업로더에게 돌아갈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404media, engadget, BBC, dynamoi, getsonx, doldurmusic, jackrighteous에 따르면, 문제의 본질은 AI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유통사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누가 해당 아티스트의 음원을 올릴 권한이 있는가’를 사전에 검증하지 못하는 아티스트 신원확인 실패에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404 Media의 에마누엘 마이버그 기자는 9월 17일(현지시간) AI 음악 생성 서비스 우디오(Udio)와 AI 이미지 도구를 이용해 만든 가짜 곡을 브루클린 펑크 밴드 ‘레이드 오브 헤븐(Lathe of Heaven)’의 이름으로 배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기자가 만든 ‘Riding High’는 실제 밴드의 동의나 인지 없이 Spotify·Apple Music·Amazon Music·Tidal·Deezer 등 실존 밴드의 공식 아티스트 페이지에 신곡처럼 게시됐다.

 

“당신의 밴드인가”라는 질문에 체크만 했다


마이버그 기자가 공개한 절차는 놀랄 만큼 단순했다. 그는 우디오에 “남성 보컬이 있는 펑크곡을 만들어 달라”는 취지의 프롬프트를 입력해 음원을 생성하고, 챗GPT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이어 디지털 유통 서비스 디스트로키드(DistroKid)에 월 3.75달러짜리 계정을 개설한 뒤, 아티스트명란에 실제 밴드명인 ‘Lathe of Heaven’을 기입했다. 

 

디스트로키드는 해당 명칭과 연결된 기존 Spotify·Apple Music·Tidal·Amazon Music의 밴드 페이지를 자동으로 찾아 제시했고, 기자는 그것이 자신의 밴드라는 취지로 선택했다. 이후 작곡자·프로듀서·레이블 정보도 입력하고, “나는 이 음악을 녹음했고 전 세계 판매 및 로열티 수령 권한이 있다”, “다른 아티스트의 이름을 허가 없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확인란에 체크했다. 그러나 유통사와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 진술의 사실 여부나 실제 밴드와의 관계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하루 만에 가짜 곡과 AI 앨범 커버는 여러 글로벌 플랫폼의 실제 밴드 페이지에 올라왔다. 일반 청취자는 이를 밴드의 공식 신보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고, 해당 곡의 스트리밍 수익은 원래 아티스트가 아니라 업로드 계정으로 귀속될 수 있다. 404 Media는 이 방식이 유명 아티스트보다 관리 주체가 부재하거나 페이지 모니터링이 느슨한 인디 뮤지션, 활동이 중단된 음악가, 사망한 예술가에게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otify(스포티파이)도 매체에 “활발하게 관리되지 않는 프로필은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는 사기 비용을 ‘거의 0’으로 낮췄다


이른바 ‘아티스트 프로필 하이재킹’은 AI 이전에도 존재하던 메타데이터·권리 검증 문제다. 다만 생성형 AI는 음원 제작, 보컬 생성, 앨범 커버 제작, 다량 배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급격히 낮추면서 이 문제를 자동화 가능한 사기 모델로 바꿨다.

 

404 Media에 따르면 음악 듀오 오데트 차일드(Odette Child)는 지난 7월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 브로드웨이 공연자, 사망한 재즈 뮤지션,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 유명인 등을 사칭한 AI 생성 음악 300곡 이상을 확인했다. 일부 사망한 흑인 재즈 뮤지션의 앨범 커버에는 백인 AI 인물이 등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하루 5만 곡’이라는 수치는 Spotify의 전체 업로드량이 아니라 프랑스 음원 플랫폼 Deezer에 매일 들어오는 완전 AI 생성 음원 기준이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Deezer는 2025년 11월 기준 매일 5만 곡 이상의 완전 AI 생성 트랙이 유입되며, 이는 해당 플랫폼 일일 신규 음원 유통량의 34%를 넘는다고 밝혔다. 즉, AI 음악의 물량 공세는 이미 일부 플랫폼에서 신규 공급의 3분의 1 수준까지 커졌다.

 

Deezer는 404 Media에 매일 10만 곡 이상 새 트랙을 처리하며, 검토가 편집·카탈로그 팀의 수동 점검과 권리자·이용자 신고에 크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레이블이나 유통사를 바꾸는 일이 음악 산업에서 흔하고, 동일한 이름을 쓰는 동명 아티스트도 있어 정상 배포와 사칭 배포를 자동으로 가르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로열티 풀을 겨냥한 ‘트래픽 사기’


이 문제는 단순히 가짜 곡 한 곡이 등록되는 차원을 넘어선다. 유명 혹은 기존 아티스트의 페이지에 신곡을 끼워 넣으면, 사기 업로더는 축적된 팬덤과 추천 알고리즘, ‘신곡 발매’ 알림 효과를 무임승차할 수 있다. 청취자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작이라고 믿고 재생한 횟수가 곧 허위 업로더의 수익이 되는 구조다.

 

글로벌 녹음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피해의 경제적 의미도 작지 않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녹음음악 매출은 전년보다 6.4% 증가한 317억달러였고, 이 중 스트리밍 매출은 220억달러를 넘어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유료 구독 스트리밍만으로도 전체 시장 매출의 52.4%를 차지했다.

 

Spotify는 2024년 자사 음악 지급액이 100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히며, 대량 업로드·중복곡·검색 최적화(SEO) 조작·비정상적으로 짧은 곡·인위적 스트리밍 등이 로열티 풀을 희석하고 정상 창작자의 수익 및 노출을 잠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개월간 스팸성 트랙 7500만 곡 이상을 삭제했다고도 밝혔다.

 

AI의 확산이 장기적으로 창작자 수익에 미칠 충격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은 현행 조건이 유지될 경우 2028년 생성형 AI 음악이 전통적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수익의 약 20%를 차지할 수 있으며, 음악 창작자 수익의 24%가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2024~2028년 5년간 음악 창작자 수익 손실 가능액은 누적 100억유로로 제시됐다. 이는 AI 사용 자체가 모두 불법이라는 뜻이 아니라, 학습·권리·신원·보상 체계가 정비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 가치가 창작자에서 AI 사업자와 무단 이용자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경고다.

 

Spotify의 대응, ‘사후 신고’에서 ‘사전 승인’으로 가나


Spotify는 AI로 만든 음악을 일괄 금지하는 방식 대신, 무단 음성 복제·사칭·스팸·기만적 배포 행위를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Spotify는 허가 없이 다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복제하거나 모방한 음악을 삭제 대상으로 규정한다. AI 음성 복제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무단 보컬 사칭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회사는 또 유통 단계의 사칭 배포를 막기 위해 주요 유통사와 예방 조치를 시험하고, 아티스트가 정식 발매 전에도 ‘콘텐츠 불일치(mismatch)’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량 업로드·중복곡 등 저품질·스팸성 행위를 식별해 추천에서 제외하는 음악 스팸 필터도 도입했다.

 

가장 직접적인 방어 장치는 ‘Artist Profile Protection’이다. 이 기능은 자신의 이름으로 음원이 전달될 때 아티스트에게 알림을 보내고, 공개 전 또는 공개 후 28일 이내에 해당 릴리스에서 자신을 제외하도록 할 수 있다. 일부 계정에는 새 릴리스가 아티스트 프로필에 연결되기 전에 승인하도록 하는 고급 설정도 제공된다. 다만 현재 이 기능은 제한된 그룹만 이용할 수 있는 베타 단계다. 아티스트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당 릴리스는 예정대로 공개된다.

 

Spotify의 AI 크레딧 표기 역시 완전한 검증 장치는 아니다. Spotify는 레이블·유통사·권리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컬·작사·프로덕션 등에서 AI가 사용된 내역을 곡 크레딧에 표시하는 베타 기능을 운영한다. 회사는 매일 수만 건의 AI 관련 크레딧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지만, 자진 신고 구조이기 때문에 AI 표기가 없다고 해서 AI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명시했다.

 

핵심은 ‘AI 탐지’보다 ‘권한 인증’


이번 사례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노래가 AI로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누구의 이름으로 음원을 유통할 권리를 갖는가”다. AI 탐지 기술은 모델 업데이트나 간단한 오디오 후처리만으로 회피될 수 있고, 오탐은 정상 창작자의 배포를 막을 수 있다. 실제 Spotify도 AI 생성 음악의 신뢰성 높은 탐지는 업계 전반에서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며, 탐지 모델의 오탐이 실제 아티스트를 해칠 수 있다고 404 Media에 설명했다.

 

따라서 대안은 사후적인 AI 판별보다 배포 단계에서의 다층적 신원 인증으로 수렴한다. 최소한 기존 아티스트 프로필에 새 음원을 연결할 때는 유통사가 단순한 자기확인 체크박스에 의존하지 않고, 등록된 권리자·레이블·매니지먼트 계정과의 전자적 대조, 고유 아티스트 키, 사전 알림 및 일정 기간의 이의제기 창구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사망 아티스트, 독립 뮤지션, 장기간 활동이 뜸한 뮤지션의 카탈로그에는 기본값으로 강화된 승인 절차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AI 음악은 창작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존 아티스트의 이름과 명성, 팬의 신뢰, 그리고 스트리밍 로열티를 무단으로 빌려 쓰는 순간 그것은 창작의 문제가 아니라 신원 사칭과 부당이득의 문제가 된다. ‘누구나 5분 만에 올릴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플랫폼의 AI 라벨이나 사후 삭제만으로는 아티스트 페이지 하이재킹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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