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바이트댄스가 AI 경쟁의 무대를 서비스와 알고리즘에서 데이터센터·컴퓨팅 인프라·해외 자본 조달로 넓히고 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는 최근 약 30개 은행으로부터 296억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 대출을 확보했다. 이는 2026년 아시아 달러화 대출 가운데 소프트뱅크그룹의 400억달러 브리지론 다음으로 큰 거래다.
비상장사 바이트댄스의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창업자 장이밍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자산 1050억달러를 넘어 고탐 아다니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자로 올라섰다.
이번 자금 조달은 단순한 운영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이트댄스가 그동안 광고와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으로 성장한 플랫폼 기업에서 벗어나,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자산인 연산능력과 데이터센터 용량을 선점하려는 ‘AI 인프라 투자자’로 변모하고 있음을 금융시장이 인정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대출은 씨티그룹과 JP모건이 공동 주관했으며, 중국·미국·유럽·싱가포르 금융기관들이 참여했다. 대출의 최초 만기는 3년이지만, 추가로 2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 중국계 은행이 전체 대출액의 60% 이상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는 대주단에 자금 용도를 ‘일반 기업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복수의 소식통은 실제 자금이 중국 밖 AI 사업 및 관련 인프라 투자에 주로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동남아시아가 핵심 거점으로 거론된다. 바이트댄스는 동남아에서 건설 중인 다수 데이터센터의 전력·서버 용량을 장기적으로 구매하는 오프테이커(offtaker)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직접 모든 데이터센터를 건설·소유하는 방식보다 초기 투자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AI 서비스 확장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미리 확보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68bp’가 보여준 신용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숫자는 대출 규모만이 아니다. 바이트댄스의 이번 대출은 SOFR에 68bp를 더한 조건으로 시작됐다. 2024년 108억달러 규모 역외 대출 당시 적용된 약 85bp보다 17bp 낮다. 단순 비교하면 가산금리 기준으로 약 20% 낮아진 셈이다. 금리 환경이 과거보다 우호적이지 않은 국면에서 가산금리가 축소됐다는 점은 은행들이 바이트댄스의 현금창출력, 글로벌 플랫폼 경쟁력, 비상장 주식가치 및 AI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음을 시사한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9월 16일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25bp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달러화 차입의 기준이 되는 단기 금리 자체가 높아진 상황에서 바이트댄스는 차입금리의 ‘기준금리 위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700억달러 AI 투자’의 금융 퍼즐
이번 차입은 바이트댄스가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된 대규모 AI 투자 계획의 한 조각이다.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복수 매체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2026년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최대 700억달러를 지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2027년에는 이 규모가 최대 1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296억달러는 최대 700억달러로 거론된 올해 AI 인프라 투자액의 약 42.3%에 해당한다.
물론 신디케이트론 전액이 AI 투자에 직접 투입된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회사 측의 공식 자금 용도는 일반 기업 목적이며, 대출은 통상 기존 투자·운전자본·해외법인 자금·시설투자 등을 포괄하는 유동성 재원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자금의 실질적 용도가 해외 AI 확장에 맞춰져 있다는 로이터의 보도와 동남아 데이터센터 오프테이크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차입은 대규모 AI 자본지출을 떠받칠 핵심 재무 기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바이트댄스가 주력하는 AI 서비스는 챗봇 ‘두바오’와 동영상 생성 도구 ‘씨댄스’ 등이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구축한 대규모 사용자 접점, 콘텐츠 데이터, 광고·커머스 수익 기반에 생성형 AI 제품을 접목하고, 그 뒤를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로 받치는 구조다. AI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 성능뿐 아니라 GPU·서버·전력·데이터센터 확보 능력으로 이동하면서, 바이트댄스도 빅테크식 자본지출 경쟁에 본격 합류한 셈이다.
장이밍의 1050억달러, ‘비상장 AI 가치’의 결과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순자산이 1050억달러를 넘어서며 아시아 최고 부자에 올랐다. 43세인 장이밍은 인도 아다니그룹의 고탐 아다니를 제쳤으며, 세계 부호 순위에서는 18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장이밍의 재산은 403억달러 증가했고, 9월에만 120억달러 이상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의 재산 증가는 바이트댄스가 상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승보다 사모시장 가치평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블룸버그는 블랙록,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T. 로 프라이스 등의 최신 평가를 반영해 장이밍의 자산을 산정했고, 비상장사인 바이트댄스의 가치 산정에는 10%의 위험 할인도 적용했다.
재산 추정에는 기관마다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36Kr 보도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는 장이밍의 자산을 1050억달러 이상으로 산정한 반면, 같은 시점 포브스 실시간 부호 순위는 약 840억달러로 제시했다. 200억달러 이상 차이가 난 것은 장이밍의 지분이 대부분 비상장사 바이트댄스에 연결돼 있고, 그 회사의 평가가 비교 가능한 공개시장 가격이 아니라 최근의 사모거래·투자기관 장부가치·유동성 할인 가정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이밍의 1050억달러’는 확정된 현금 자산이나 실현 가능한 매각가라기보다, 특정 시점의 비상장 지분 평가를 반영한 추정치로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2019년 3월 블룸버그가 장이밍의 재산을 130억달러로 추산한 이후 7년여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관전 포인트…AI 낙관론과 차입 리스크
바이트댄스의 대출 흥행은 현재 금융시장이 AI 인프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은행들은 미국의 틱톡 규제 리스크, 미·중 기술 갈등, 비상장사 가치평가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금을 공급했다. 당초 200억달러 목표였던 대출이 296억달러로 증액된 배경에는 30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 수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거래를 AI 투자 성공의 보증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투자는 선행 자본지출이 막대한 반면, 수익화는 구독·광고·기업용 AI 서비스·콘텐츠 제작 도구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야 한다. 특히 글로벌 AI 산업의 경쟁은 모델 개발비뿐 아니라 반도체 조달, 전력 확보, 서버 감가상각, 국가별 데이터 규제, 해외 서비스 규제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바이트댄스의 선택은 명확하다. 금리가 다시 오르는 환경에서도 자금 조달 창구가 열려 있을 때 장기 유동성을 먼저 확보해, AI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296억달러 신디케이트론은 단지 틱톡 모회사의 대형 차입이 아니라, 중국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AI 공급망과 금융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신뢰를 회복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