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1개월 반의 신규 영업정지 제재를 마친 롯데카드가 영업 재개 직전 382억원의 첫 중간배당을 의결했다. 배당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정보보호 실패의 책임을 수습해야 할 시점에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약 229억원이 귀속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주주환원’과 ‘책임경영’의 충돌이 선명해지고 있다.
382억원의 배당, 절반 이상은 MBK로
롯데카드는 9월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총 382억원 규모의 현금 중간배당을 의결했다. 롯데카드가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분구조는 MBK파트너스 측 60%, 우리은행 20%, 롯데쇼핑 20%로 알려져 있다. 단순 지분율 기준으로 보면 MBK 측 몫은 약 229억2000만원, 우리은행과 롯데쇼핑은 각각 약 76억4000만원이다.
이번 배당액은 지난해 결산배당 약 236억원보다 약 146억원, 비율로는 약 62% 많다. 2025년 롯데카드는 실적 부진으로 전년보다 배당을 축소했는데, 올해에는 결산을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경영실적 하락으로 결산배당이 감소한 점,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따른 주주환원, 올해 예상 실적, 자본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현재 추가 배당 계획은 없으며, 연말 결산배당을 하더라도 중간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성향을 3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업정지 종료일’과 겹친 배당 시계
논란은 배당의 규모보다 시점에 집중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31일 롯데카드에 업무 일부정지 1개월 반과 과징금 50억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해킹으로 고객 297만명의 신용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제재다. 금융당국이 해킹·정보유출 사안을 이유로 금융회사에 업무정지를 부과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업무정지 기간은 8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였다. 이 기간 롯데카드는 신규 고객에 대한 신용·체크·선불카드 발급을 할 수 없었다. 다만 기존 회원의 결제, 포인트 사용, 카드 갱신·재발급,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신청 등 대부분 서비스는 허용됐다.
따라서 중간배당 이사회가 열린 9월 15일은 신규 영업 제한이 끝나는 날이었고, 정상적인 신규 카드 발급은 이튿날인 9월 16일부터 재개됐다. 법적으로 배당을 할 수 없는 기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297만명 규모의 신용정보 유출에 따른 제재가 마무리되는 바로 그 날, 창사 첫 중간배당을 의결했다는 사실은 소비자와 감독당국이 바라보는 기업의 우선순위와 충돌할 여지를 남긴다.
특히 금융위가 당초 금융감독원의 4개월 반 업무정지안을 1개월 반으로 줄인 배경에는 기존 제재와의 형평성, 회사의 사후 수습 노력,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에 미칠 영향이 고려됐다. 제재 감경의 전제가 된 사후 수습과 소비자 보호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상황에서 대주주 현금환원이 먼저 부각됐다는 점은 롯데카드와 MBK 모두에 평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실적 회복은 사실, 배당 여력은 검증 대상
롯데카드의 상반기 이익은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416억원보다 55.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957억원으로 76.6% 늘었다. 반면 영업수익은 1조5808억원으로 1.7% 감소했다. 외형 성장보다 우량고객 중심 포트폴리오 조정, 대손비용 안정화, 비용 효율화가 이익 개선에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회사와 시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중간배당 382억원은 상반기 순이익 647억원의 약 59.0%에 해당한다. 상반기 이익만 놓고 보면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결산 전에 현금으로 배분하는 셈이다.
쟁점은 ‘합법성’보다 이해관계 관리
이번 사안은 배당의 적법성보다 지배주주와 금융소비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배당은 이사회 결의와 배당가능이익, 재무건전성 요건 등 법·회계 기준을 충족하면 가능한 정상적 주주환원 수단이다. 롯데카드도 자본 적정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의 구체적인 배당가능이익, 배당 후 자본비율 변화, 정보보호 투자 확대 계획, 고객 보상·피해 예방에 투입될 재원은 공개된 자료만으로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
더구나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와 관련한 사회적·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이번 중간배당은 최대주주 MBK의 요청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는 홈플러스의 구매전용·법인카드 관련 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사안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의 선제적 건전성 관리 조치일 뿐, 특정 주주사와 연계한 자금지원이라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역시 의혹 제기와 회사 반박이 공존하는 사안인 만큼, 채권 발생·손실분류·회수 현황 및 이해상충 관리 과정에 대한 객관적 공시가 뒤따라야 논란을 줄일 수 있다.
기업재무 전문가들은 "시장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은 ‘배당을 하지 말라’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정보유출 재발방지와 고객보호를 위해 얼마를 투자했는지, 배당 후에도 자본여력이 충분한지, 대주주 요청이 있었다면 이사회가 어떤 독립적 판단과 견제 절차를 거쳤는지를 숫자와 문서로 보여달라는 요구"라며 "롯데카드가 영업 재개의 첫 메시지를 ‘고객 신뢰 회복’이 아니라 ‘대주주 현금환원’으로 읽히게 만들었다면, 배당의 회계적 정당성과 별개로 경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