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성장축으로 내세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이 ‘상장 스토리’보다 ‘상용화 성적표’를 먼저 요구받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내년인 2027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의 발언은, 로봇 기술력에 대한 기대와 사업성 검증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로이터통신은 9월 14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2027년 IPO 가능성을 두고 쉽지 않을 것(It won’t be easy)”이라며 “여건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임원은 아틀라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직 대규모로 배치되지 않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배경으로 들었다.
reuters, neoteo, tipranks, cryptopolitan, retailnews, finance.biggo, techtimes에 따르면, 이번 발언은 시장이 ‘아틀라스 공개→공장 투입→외부 판매 확대→IPO’라는 직선형 성장 시나리오를 재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영상 속 동작 시연이나 제한된 실험 환경에서의 과제 수행과 달리, 자동차 제조 현장의 반복 작업·중량물 취급·돌발 상황 대응·안전 인증·고장률 관리 등에서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결국 상장에 필요한 것은 기술 화제성이 아니라 공장 현장에서 축적되는 가동률, 생산성 향상, 유지보수 비용, 인력 대체 또는 보완 효과와 같은 실증 지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양산형 전기식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피지컬 AI’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당시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우선 부품 시퀀싱 작업을 맡긴 뒤 안전성과 품질 개선 효과가 확인되는 범위에서 적용 공정을 단계적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는 부품 조립 작업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틀라스의 제원 자체는 산업 현장 활용 가능성을 겨냥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촉각센서가 장착된 사람 크기의 손을 갖췄고, 최대 50kg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의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으며, 엔비디아 및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로봇의 안전성과 효율성, 실제 현장 적용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 사양이 곧바로 경제성이나 대량 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3만대 생산’과 ‘3만대 배치’는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로봇 공장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계획상 생산능력(capacity)이지, 현재 시장에서 확보한 판매량이나 실제 가동 물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조지아 공장 투입도 2028년부터 시작되는 일정이어서, 2027년 IPO 시점까지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는 현장 운영 데이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현대차가 2028년 조지아 공장 배치를 시작한 뒤 로봇을 그룹 제조 네트워크 전반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로봇이 초기에는 부품 시퀀싱을 맡고, 보다 복잡한 조립과 중량물·반복 작업으로의 확장은 2030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상업적 검증은 2028년 이후에야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IBK자산운용의 김현수 수석 펀드매니저가 “로봇이 춤추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공장 제조 공정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봇의 동작 완성도와 제조현장에서 요구되는 신뢰성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손실 5284억원, IPO의 비용 회수 논리도 약해져
재무지표는 더 냉정하다. 현대글로비스 공시를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5년 528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손실은 약 1조7000억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약 11%를 보유하고 있다.
로봇 기업의 초기 대규모 적자는 연구개발(R&D), 하드웨어 생산체계 구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학습, 실증 프로젝트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낯선 일은 아니다. 다만 IPO를 성공시키려면 적자 자체보다도 적자가 언제, 어떤 경로로 매출 성장과 규모의 경제로 전환되는지를 투자자에게 설득해야 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아틀라스의 판매가격, 대당 제조원가, 고객별 주문량, 반복 매출 구조,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 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기업가치 기대는 이미 상당히 높다. 삼성증권은 시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치 추정 범위가 50조원에서 100조원 사이라고 봤다. IBK증권은 2030년 매출 약 11조원을 전제로 기업가치가 최대 141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수치는 확정된 기업가치가 아니라 미래 매출과 상용화 전제를 반영한 증권사 추정치다. 실제 기업가치는 로봇 양산 일정, 생산단가, 고객 수요, 안전성과 가동률, 경쟁사의 기술 진전, 자본시장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 주가, ‘미래가치’에서 ‘실행력’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IPO 기대는 현대차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올해 1월 아틀라스 양산형 공개 이후 한때 두 배 이상 뛰었지만, 이후 구체적인 로보틱스 전략 업데이트가 제한되면서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현재 현대차 주가는 연초 대비 약 25% 상승에 그쳐, 약 60% 오른 한국 증시 전체 상승률을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고, 올해 7월에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약 10% 지분을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발표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결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IPO 시계는 멈춘 것이 아니라, ‘기술 이벤트’의 시간에서 ‘산업 검증’의 시간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의 김준성 연구원은 현대차가 외부 고객에게 로봇을 광범위하게 판매하기 전에 현장 운영 데이터를 대량 축적하고 로봇 성능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IPO 시점을 2029~2030년으로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동차 제조업의 자동화 구조를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상장 시장에서 고평가를 받으려면 먼저 현대차그룹 공장 안에서 ‘보여주는 로봇’이 아니라 ‘성과를 내는 로봇’임을 증명해야 한다. 2027년 IPO 난항은 로보틱스 전략의 후퇴라기보다, 시장 기대가 양산·배치·수익성이라는 더 높은 기준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