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반도체발 성장·근원물가 압력에 선제 대응한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은 ‘추가 긴축의 필요성’과 ‘취약부문 충격의 관리’가 정면으로 맞선 회의였음을 보여준다. 표결은 6대 1이었으나, 정책의 다음 국면은 추가 인상 자체보다 그 시기와 속도를 둘러싼 내부 논쟁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7월 2.50%에서 2.75%로 인상한 뒤 두 회의 연속 올린 결정이다. 인상안에는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만 2.75% 동결 의견을 냈다.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따른 예상보다 강한 성장,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흐름,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위험을 인상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15일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 내부의 핵심 쟁점은 ‘경기가 충분히 강한가’가 아니라 ‘강한 경기와 물가 압력이 추가 긴축을 서두를 만큼 구조적인가’에 있었다. 다수 위원은 선제적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기대가 고착되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봤고, 소수의견은 이미 시장금리가 높아진 가운데 중소기업과 취약차주의 연체 부담이 누적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맞섰다.
반도체 호황이 바꾼 한은의 판단
금통위 다수파의 판단을 뒷받침한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를 축으로 한 성장률의 급격한 상향이다. 한국은행은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5월의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고, 2027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상향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수혜를 받고, 소득 여건 개선을 바탕으로 소비 회복도 확대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물가 지표도 통화 긴축 논리를 강화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둔화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개인서비스 및 내구재 가격 오름세 확대로 2.6%까지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근원물가가 올해와 내년 모두 2.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5월 전망치인 올해 2.4%, 내년 2.3%보다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올해 2.7%, 내년 2.3%로 유지됐다. 그러나 한은은 비용 상승 압력의 전가가 이어지고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점차 커지면서, 물가가 상당 기간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8월 인상은 단순히 당월 소비자물가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내구재를 중심으로 한 기조적 물가 압력과 경기 회복의 결합을 경계한 조치로 해석된다.
황건일의 반론, “정책은 취약부문을 봐야”
황건일 위원은 성장의 상방 위험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의사록에 따르면 그는 중동 정세 불안에도 반도체 경기 호조로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본 이유는 금리 인상의 비용이 경제 주체별로 균등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선반영해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의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 위원은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4분기부터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원화의 상당폭 절상으로 고환율 대응을 위한 제약적 통화정책의 부담이 완화됐다는 취지의 견해를 냈다. 원·달러 환율 하락, 다시 말해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및 환율발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춘 만큼, 앞선 긴축의 시차 효과를 점검할 여지가 생겼다는 논리다.
그는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미래 정책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어떻게 바꿀지, 양극화 심화와 취약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리 수준만이 아니라 추가 인상 신호가 가계·자영업자·한계 중소기업의 차환 부담과 대출 심리에 미칠 영향을 통화정책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3.25% 점도표, ‘한 번 더’와 ‘멈춤’ 사이
시장 관심은 이제 연말 또는 내년 초 추가 인상 여부로 옮겨갈 전망이다. 8월 금통위의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는 중앙값 3.25%를 가리켰다. 위원별 전망 21개 가운데 3.25%가 10개로 가장 많았고, 3.50%가 6개, 현 수준인 3.00%가 5개였다. 현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제시한 점은 16개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금통위 다수는 추가 1회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러나 이 점도표는 ‘연속 인상’의 확정 신호라기보다, 추가 긴축의 문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3.25%가 최빈값과 중간값이지만 3.00% 유지 전망도 5개가 존재했고, 3.50%까지의 장기 긴축 경로에는 위원들 사이에 뚜렷한 합의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로이터는 이 같은 분열이 향후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시장은 이후 한은의 소통에서 물가 매파와 금융안정·취약부문을 중시하는 신중파 중 어느 쪽이 우위를 갖는지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중간 전망도 2027년 1분기 한 차례 추가 인상 뒤 적어도 2027년 말까지 동결하는 경로에 맞춰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