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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트럼프 장남 결혼 피로연 비용을 푸틴 측근이 지원?…결혼선물에 드리운 러시아 자금의 그림자

푸틴 측근의 트럼프 주니어 100만 달러대 호화 피로연 지원 파장
‘선물’로 포장된 수십만 달러 사적 피로연…푸틴 측근이 낸 트럼프 주니어 결혼 비용의 함의
섬·불꽃놀이·두바이 법인…푸틴 훈장 받은 복싱계 거물과 트럼프 주니어
“선물은 선물일 뿐” 해명에도…러시아 재벌의 트럼프가 접근, 워싱턴이 묻다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5월 바하마에서 연 결혼 축하행사 비용 일부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 사업가 우마르 크렘레프가 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propublica, eciks, newrepublic, streamlinefeed, theguardian, usatoday에 따르면, 이 사실로 사적 친분과 외국 영향력 행사 사이의 경계가 미국 정가의 새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당사자들은 이를 “친구의 매우 관대한 결혼 선물”이라고 규정했지만, 자금의 규모와 지급 경로, 수혜자의 정치적 위상은 단순한 사교적 호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미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행사 관련 기록과 복수의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크렘레프가 트럼프 주니어와 베티나 앤더슨의 3일간 바하마 결혼 축하행사에 수십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9월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렘레프는 하객 숙박과 피로연이 열린 두 번째 사설 섬의 대여료, 해상 바지선에서 쏘아 올린 불꽃놀이, 행사 기획 비용 일부를 부담했다.

 

이 섬의 대여료는 1박 약 10만 달러, 불꽃쇼 제공업체의 유사 행사 가격은 약 7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두 항목만 합산해도 최소 17만 달러, 한화로 약 2억3000만원 안팎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전체 지출액이 아니라 확인된 대표 항목의 추정 가격이므로, 실제 지원 총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핵심은 단순히 누가 비용을 냈느냐보다 어떤 경로로 돈이 움직였느냐에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결혼 관련 지급이 크렘레프가 회장으로 있는 국제복싱협회(IBA)와 연계된 두바이 법인 ‘IB 챌린저(IB Challenger)’를 통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크렘레프 측은 IBA 자체가 결혼 비용을 부담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해당 두바이 법인을 통한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즉, ‘개인 선물’이라는 해명과 ‘스포츠 단체 연계 법인’이라는 자금 경로 사이에는 여전히 설명이 필요한 간극이 남는다.

 

행사는 5월 22일 가족 중심의 소규모 결혼식으로 시작해 24일까지 이어졌으며, 보도 기준 전체 하객은 약 50명, 결혼식 본행사 참석자는 18명이었다. 크렘레프는 본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후 피로연에는 러시아인 일행과 함께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에는 트럼프 주니어의 동생 에릭 트럼프와 매제 재러드 쿠슈너도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국정 일정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주니어 부부는 보도 직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크렘레프의 지원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들은 크렘레프가 결혼식 뒤 “이틀간의 훌륭한 축하행사를 매우 관대하게 주최했다”며 “우정에는 정치적 동기가 필요하지 않고, 결혼 선물은 때로 단지 결혼 선물일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주니어 측 대변인도 크렘레프를 “돈 주니어의 개인적 친구”라고 표현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사업 관계는 없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은 사냥 관련 지인을 통해 만나 복싱과 야외활동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가까워졌다는 것이 트럼프 주니어 측 설명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논점은 ‘대가관계가 입증됐느냐’가 아니라, 대통령의 성년 자녀이자 실질적 정치 조언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외국 권력 핵심부와 연결된 거액 후원을 받아도 되는가에 맞춰져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트럼프 주니어가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내각 인선 검증에 적극 관여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이 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핵심적인 정치고문”으로 묘사했다.

 

법률상 공직자가 아닌 그에게 연방 공직자와 동일한 선물·이해충돌 규정이 곧바로 적용되는지와 별개로, 가족을 매개로 한 접근 시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안보·윤리상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직 연방수사국(FBI) 고위 방첩관 프랭크 몬토야 주니어는 프로퍼블리카에 “내 결혼 비용을 내준다면 언젠가는 내가 빚을 지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 아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방첩 책임자였던 홀든 트리플렛도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관리뿐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 형성을 시도해 왔으며, “돈은 접근권을 얻기 위한 검증된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이번 지급이 실제 정책 청탁이나 대가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직접적인 대가관계나 불법 행위를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거액의 지원 자체가 잠재적 영향력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핵심 문제 제기다.

 

크렘레프의 이력은 논란의 무게를 더한다. 그는 2020년부터 IBA를 이끌어왔으며, 이 단체는 한때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의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3년 6월 22일 IBA의 거버넌스·재정·심판 문제 등을 이유로 공식 인정을 철회했고, 이에 따라 IBA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복싱 토너먼트도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 IOC는 당시 IBA가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했고, 특정 국영기업에 재정적으로 의존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IBA와 크렘레프 측은 가즈프롬 후원 계약이 2022년 12월 31일 종료됐고 연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공개 판정문에는 IBA의 재정 투명성과 가즈프롬 의존도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으며, IBA의 재정 자료와 가즈프롬 관련 수입 설명을 둘러싼 의문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따라서 “IBA가 지금도 가즈프롬 자금으로 운영된다”는 식의 단정은 정확하지 않지만, 최소한 IBA의 과거 재정구조와 자금 투명성이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 차원에서 심각한 검증 대상이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크렘레프와 푸틴의 관계도 공개적으로 확인된 정황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2026년 4월 22일 크렘레프에게 러시아 국가훈장인 ‘우호훈장(Order of Friendship)’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는 크렘레프가 결혼 행사 직전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기 중국에 있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를 푸틴 및 러시아 보안기관과의 근접성을 이유로 제재했다고 전했다. 크렘레프 측은 푸틴의 중국 방문 당시 자신이 공식 대표단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크렘레프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둔 IOC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지난해 9월 이스탄불 IBA 행사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무대에 섰다는 점 때문에 더 민감하다. 당시 IBA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상징적 동맹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크렘레프가 미국 시장에서 스포츠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점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피로연 지원은 사적 친분의 차원을 넘어 스포츠·사업·외교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접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 역시 그가 실제로 미 행정부에 특정 요구를 전달했거나 정책적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는 아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푸틴과 가까운 러시아 재벌이 왜 대통령 아들의 바하마 결혼식에 수십만 달러를 썼느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의 시민단체 워싱턴책임윤리시민단체(CREW)도 대통령 성년 자녀의 재산·선물 공개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적 관계에 대한 과도한 국가 개입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 가족이 비공식 영향력의 통로로 기능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 투명성은 친분의 진정성을 가르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청탁’ 자체보다, 대통령의 핵심 정치 조언자에게 러시아 권력과 가까운 인사가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고, 그 비용이 국제 스포츠단체 연계 해외 법인을 통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는 구조에 있다. 트럼프 주니어 부부의 해명처럼 순수한 우정의 선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교·안보와 기업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선물은 종종 관계를 제도화하는 비용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이 사건은 불법성의 단정 이전에, 미국 권력 핵심부 주변의 사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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