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내 상장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가 1년 새 92.9% 늘어 5400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미성년 주주 수는 오히려 감소했지만, 이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7조3000억원대로 57% 넘게 불어나면서 ‘미성년 주식투자의 대중화’보다 고액 자산의 집중과 평가액 급등이 더 선명한 흐름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상장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는 5400명으로 2024년 말 2800명보다 2600명, 92.9% 증가했다.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 보유자는 같은 기간 4400명에서 1만명으로 127.3% 늘었다. 5000만원 이상 주식 보유 미성년자는 합계 1만5400명으로, 전년의 7200명보다 8200명, 약 113.9% 증가한 셈이다.
‘소액 다수’보다 ‘고액 소수’
금액 구간별 분포는 미성년 주식자산의 양극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1000만원 미만 보유자는 2024년 말 67만6600명에서 2025년 말 60만6800명으로 6만9800명 감소했다. 반면 1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 보유자는 8만9600명에서 14만7300명으로 64.4% 늘었다.
전체 미성년 주식 보유자는 77만3400명에서 76만9600명으로 3800명, 약 0.5% 줄었다. 미성년 주주 수는 2021년 65만6300명, 2022년 75만3300명, 2023년 76만1700명으로 늘어나다가 2025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입자·계좌 기반이 넓어지는 흐름은 멈췄지만, 기존 보유자의 보유금액은 고액 구간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4조6501억원에서 7조3113억원으로
미성년자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평가액은 2024년 말 4조6501억원에서 2025년 말 7조3113억원으로 2조6612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57.2%다. 단순 평균으로 환산하면 1인당 보유 평가액은 약 601만원에서 약 950만원으로 약 58% 상승한다.
10세 미만에서는 이 같은 역설이 더 뚜렷하다. 이 연령대 주식 보유자는 25만4700명에서 23만2100명으로 약 2만2600명 감소했지만, 보유 주식 평가액은 1조2488억원에서 1조8355억원으로 47.0% 증가했다. 보유자 수는 줄고 금액은 늘어나는 구조는 신규 유입보다 기존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 또는 일부 계좌로의 자산 집중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증여 급증’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
이번 수치만으로 미성년자 명의의 편법 증여가 급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예탁결제원의 보유금액은 통상 연말 마지막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되는 평가액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 자체가 보유액 증가를 크게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5년 코스피는 연말 4214.17로 마감해 연간 75.6% 상승했다는 한국거래소 집계가 보도됐다. 미성년 주식 평가액 증가율 57.2%는 같은 기간 시장 급등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 즉, 자금이 새로 유입됐거나 증여가 늘어난 효과와 기존 보유주식의 평가차익 효과를 현 통계만으로 분리해 측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장 상승만으로 모든 변화를 설명하기에도 한계는 있다. 5000만원 이상 보유자 수가 7200명에서 1만54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특히 5000만원~1억원 미만 구간의 증가율은 127.3%에 달했다. 주가 상승이 기존 보유자를 상위 구간으로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부모 세대의 장기투자·사전증여·상속 설계 수요가 함께 반영됐는지는 세무당국과 금융당국이 거래원천·취득 시점·자금 출처 자료로 별도 점검해야 한다.
박성훈 의원은 “미성년자 주식 보유액이 7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제 주식투자가 성인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라면서도, 부모 자산이 자녀 명의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나 자금출처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대형주와 미국지수 ETF로
미성년 계좌의 매수 흐름은 국내 대표 대형주와 미국 지수 추종 ETF에 집중됐다. 한 대형 증권사가 9월 10일 집계한 미성년 계좌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삼성전자가 5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 349억원, 현대차 109억원이 뒤를 이었다. 개별 종목에서는 삼성전자우 41억원, NAVER 38억원, 대신증권우 29억원, 삼양통상 22억원, 두산에너빌리티 21억원, 한국전력과 LS ELECTRIC이 각각 18억원 순이었다. 이는 반도체·자동차·전력인프라 등 한국 증시의 핵심 대형주에 장기 자금을 배치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ETF에서는 TIGER 미국S&P500의 순매수액이 250억원으로 가장 컸고, KODEX 미국나스닥100 139억원, KODEX 미국S&P500 102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 89억원이 뒤를 이었다. 개별 종목을 통한 국내 대표기업 투자와 함께, 미국 대형주·기술주 지수 ETF로 장기 분산투자를 병행하는 ‘자녀 계좌 포트폴리오’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사례는 미성년 주주 기반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말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는 34만3694명으로 전체 주주의 8.19%였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약 1606만주였다. 미성년 주주가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34만명 이상이라는 점은 자녀 명의 투자에서 국민주와 대표지수 상품이 사실상 ‘기본 포트폴리오’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