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연간 285만달러, 약 38억원의 보수 기준으로 세계 선출직 지도자 가운데 최고 연봉자로 재확인됐다.
싱가포르 총리실, 미국 연방 법전, 인포바(infobae), 로이터, nytimes, cnbc, euronews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8일 독립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장관급 정치임명직 보수체계를 15년 만에 손질한다고 밝혔다. 웡 총리의 연 보수 기준은 기존 220만싱가포르달러에서 360만싱가포르달러로 140만싱가포르달러, 63.6% 늘어난다. 달러 환산으로는 약 285만달러다.
싱가포르 총리 보수는 장관 초임급 기준인 ‘MR4(110만싱가포르달러에서 180만싱가포르달러)’의 두 배로 정해진다. 이번 싱가포르 정치직 보수체계 개편에 따라 총리는 오는 10월 15일부터 이 기준 연봉을 수령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웡 총리의 보수는 미국 대통령 기본급 40만달러의 7.1배다. 미국 대통령 보수는 연방 법전(3 U.S.C. §102)에 따라 연 40만달러로 고정돼 있으며, 직무 수행 비용을 위한 연 5만달러의 별도 경비수당이 붙는다. 하지만 이 경비수당은 기본급과 성격이 다른 데다 미사용분은 국고로 환수된다. 따라서 국가 정상 간 ‘연봉’ 비교에서는 40만달러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 대통령의 2026년 연봉은 2억7177만원으로 확정됐다. 이를 인포바에가 제시한 약 19만~20만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웡 총리의 보수 기준은 약 14배 안팎이다. 웡 총리의 연 보수는 미국·스위스·호주·캐나다·한국·뉴질랜드 정상 6명의 공식 보수를 합친 액수보다도 많다.
국제 비교 순위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PoliticalSalaries.com 집계에서 홍콩 행정장관의 연 보수는 약 71만9000달러로 웡 총리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스위스 대통령직을 순환 수행하는 연방평의원은 약 60만6000달러, 호주 총리는 약 40만8000달러, 미국 대통령은 40만달러다. 캐나다 총리는 약 31만4000달러, 뉴질랜드 총리는 약 29만7000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중남미권 최고 보수 정상으로는 우루과이의 야만두 오르시 대통령이 거론된다. 인포바에는 오르시 대통령의 월 순소득이 약 54만7000우루과이페소, 연간 약 15만6000~16만8000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총리의 보수 기준은 우루과이 대통령보다도 대략 17~18배 많다. 다만 국가별로 세전·세후 기준, 상여금 포함 여부, 환율 적용 시점이 달라 순위 비교는 ‘공식 연 보수 패키지’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해석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논리는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다. 정부는 정치권이 민간 고소득 인재 및 고위 관료 인재와 경쟁해야 하며, 충분히 경쟁력 있는 보수가 인재 영입과 부패 유인 차단에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장관 초임급 보수의 기준은 싱가포르 내 고소득 상위 1000명의 소득을 토대로 산정하고, 공공봉사 정신을 반영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총리는 이 MR4 기준의 두 배를 받는다.
웡 총리는 “정치 보수는 어렵고 감정적인 문제”라면서도, "역량 있는 인재가 정치에 뛰어들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보수체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총리실은 2012년 이후 장관 보수 기준이 15년 동안 조정되지 않았고, 그 사이 민간·공공·사법 부문의 보수는 상승해 격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8억원’이라는 숫자가 곧바로 모든 장관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총리·대통령·국회의장 등의 기준 보수는 새 체계에 맞춰 조정되지만, 일반 장관급 정치임명직은 10월 15일부터 최대 9%의 일회성 조정을 우선 적용받는다. 이후 보수는 개인별 성과와 책임에 따라 달라진다.
싱가포르식 고액 보수 모델은 ‘숨은 특권 대신 투명한 현금 보수’를 내세운다. 정부는 정치직 보수에 비공개 특전이나 별도의 직책 수당을 두지 않는 ‘클린 웨이지(clean wage)’ 원칙을 강조한다. 공식 급여를 높게 공개하는 대신 외부 이해관계나 퇴직 후 보상에 의존할 유인을 낮추겠다는 설계다.
하지만 정당성 논쟁은 피하기 어렵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5년 싱가포르 정규직 거주자 중위임금은 월 5775싱가포르달러였다. 총리 기준연봉 360만싱가포르달러는 이를 단순 연환산한 금액의 약 52배에 이른다. 고위 정치인의 인재 유치 논리와 시민의 체감 경제 사이 간극이 클수록 ‘유능한 정부를 위한 투자’라는 설명은 더 엄격한 성과 검증과 책임성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웡 총리는 논란을 의식해 향후 5년간 보수 인상분 전액인 연 140만싱가포르달러를 자선·공익 목적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개인의 기부 결정일 뿐, 정부가 새 보수체계에 따라 지급하는 총리 기준연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총리의 ‘38억원 연봉’은 세계 정상 보수 랭킹의 이례적 기록인 동시에, 국가가 정치 리더십의 가격을 어떻게 매길 것인가를 둘러싼 고도의 정책 실험이다. 고액 보수가 인재 확보와 청렴성으로 이어지는지, 또는 시민과 정치 엘리트 사이의 거리만 키우는지는 결국 연봉 숫자가 아니라 정책 성과, 부패 통제, 선거를 통한 국민의 평가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