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의 아파트 하자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서 제출받은 ‘2026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건설사의 하자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장 많은 하자 판정을 받은 건설사는 제일건설(170건)이었다. 2위와 3위는 대우건설(87건), 태영건설(85건)이 뒤를 이었다.
하자 170건 제일건설, 대우·태영도 상위권
대형 브랜드가 집중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에서도 하자 판정은 적지 않았다. 현대건설 59건, 현대엔지니어링 48건, SK에코플랜트 32건, GS건설 31건, 포스코이앤씨 28건, 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각 14건, 삼성물산 5건, DL이앤씨 3건으로 집계됐다. 하자 판정 건수는 소비자가 분양 단계에서 접하는 브랜드 신뢰와 준공 후 품질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대형 건설사는 공급 세대와 준공 단지가 많아 절대 건수가 커질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소규모 사업자는 적은 세대에서 발생한 복수 세부 하자만으로도 세대 대비 비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절대 건수와 비율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지표다.
‘1건’은 하자 하나가 아니다
하심위 통계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대목은 ‘하자 신청 1건’과 ‘입주민이 체감하는 결함 1개’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 단지 입주민이 집단으로 신청할 수 있고, 하나의 신청 사건 안에 균열·누수·결로·마감 불량·설비 기능 이상 등 다수의 세부 하자가 함께 담길 수 있다. 즉 신청·사건 단위의 건수는 단지 현장의 실제 하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반대로 집단 민원의 집중도를 과장해 보이게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전국 단위 자료도 이 차이를 확인시킨다. 하심위는 2021년부터 2026년 2월까지 총 1만911건의 하자 신청을 심사했고, 이 가운데 7448건을 최종 하자로 판정했다. 최종 판정 비율은 68.3%다. 하자 유형은 기능 불량이 18.0%로 가장 많았고, 들뜸·탈락 15.1%, 균열 11.1%, 결로 9.9%, 누수 7.6%, 오염·변색 6.8% 순이었다.
이는 ‘하자’가 단순히 벽지나 타일의 미관 문제에 한정되지 않음을 뜻한다. 기능 불량과 누수, 결로, 균열은 주거 쾌적성·내구성·유지관리비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특히 결로나 누수는 곰팡이, 단열 성능, 배관·방수, 창호 시공 상태 등 복수 공정의 품질 문제가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어 단순 건수보다 유형별 중대도와 반복성을 따져야 한다.
태영건설의 경우 접수 151건 가운데 85건이 하자로 판정돼 56.3%의 판정 비율을 기록했다. 동부건설은 52%, 제일건설은 46%였던 반면, 대우건설은 8.2%, 현대건설은 5.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하자 신청이 많다”는 사실과 “신청 내용이 하자로 최종 인정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구별돼야 함을 보여준다.
숫자의 역설…집단 민원과 세대수 분모
정부가 최근 공개한 하자 판정 자료는 기존의 ‘건수 순위’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2025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최근 6개월 기준으로는 순영종합건설이 세부 하자 249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 회사의 공급 가구 수는 167가구였고, 세대 대비 세부 하자 판정 비율은 149.1%에 달했다. 빌텍종합건설은 27가구에서 66건이 인정돼 244.4%로 더 높게 나타났다.
여기서 ‘하자율이 100%를 넘는다’는 말은 모든 가구가 하자를 겪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대 수를 분모로, 세부 하자 판정 건수를 분자로 계산하는 방식이어서 한 가구에서 복수 하자가 확인되면 100%를 초과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비율은 입주 가구의 피해 확률이라기보다 가구당 세부 하자 판정의 밀도에 가깝다.
반대로 대형 건설사의 품질을 평가할 때에는 절대 건수만으로도 부족하다. 예컨대 2021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5년 누계 세부 하자 판정에서는 대우건설이 293건, 현대엔지니어링 252건, GS건설 237건, 현대건설 214건, 롯데건설 155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1위는 순영종합건설 383건이었고, 대명종합건설 318건, SM상선 311건, 제일건설 299건이 뒤를 이었다.
이 수치는 시점과 집계 기준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2024년 보도된 2019년 1월~2024년 2월 기준 집계에서는 GS건설의 세부 하자 판정이 1646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룡건설산업 533건, 대방건설 513건, SM상선 계열 413건, 대명종합건설 368건, 대우건설 360건, DL이앤씨 326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 뒤 국토부가 집계·공개 체계와 기준을 바꾸고, 대형사의 세부 하자 건수가 감소하면서 최근 순위는 크게 달라졌다. 국토부는 "2024년 10월의 세 번째 공개 이후 전체 하자 건수가 계속 줄고 있으며, 정기적 명단 공개와 신속한 보수 처리가 품질 관리 강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자 명단 공개’에서 ‘품질 성적표’로
국토부는 하반기부터 하자 판정 결과 상위 건설사 명단을 하심위 홈페이지에 게시할 방침이다. 공개 확대는 필요한 첫 단계다. 그러나 공개의 목적이 단순한 망신주기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 강화와 시공 품질 개선이라면, 건설사별·단지별 품질 성적표로 진화해야 한다.
윤종군 의원은 "세대수 대비 비율만 강조하면 공급 규모가 작은 회사의 문제가 유난히 부각될 수 있고, 절대 건수만 보면 대형사의 대규모 공급에 따른 품질 부담이 희석될 수 있다"면서 "아파트는 소비자에게 가장 큰 단일 자산인 경우가 많다. 이제 ‘어느 브랜드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그 브랜드가 어느 단지에서, 어떤 하자를, 얼마나 자주 내고, 얼마나 빨리 고쳤는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