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금융회사의 이해상충과 내부통제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6년 7개월간 임직원 147명이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매매 관련 규정을 위반했지만, 인사관리규정상 정식 징계를 받은 사람은 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자의 97.3%가 주의·경고로 종결된 구조는 감독기관의 자기통제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묻게 한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자본시장법 및 금감원 임직원 행동강령상 주식투자 관련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임직원은 147명이다. 이 가운데 감봉 2명, 견책 2명 등 정식 징계를 받은 인원은 4명뿐으로 징계율은 2.7%에 불과했다. 나머지 143명은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적발은 매년, 중징계는 ‘0명’
이번 수치는 금감원 임직원의 자기매매 규정 위반이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상시적 관리 리스크임을 보여준다. 연도별 적발 인원은 2020년 31명, 2021년 11명, 2022년 28명, 2023년 14명, 2024년 22명, 2025년 23명, 2026년 1~7월 18명이다. 2020년 이후 단 한 해도 위반 적발이 끊기지 않았다.
특히 제재의 질적 수준은 더 문제다. 감봉과 견책은 모두 경징계에 해당하며, 면직·정직·강등 등 중징계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앞서 2025년 국정감사 국면에서도 2020년부터 2025년 중반까지 적발된 금감원 임직원 113명 가운데 감봉·견책을 받은 사람은 4명뿐이었고, 109명(96.5%)은 경고 또는 주의촉구에 그쳤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당시에도 중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
2026년 7월 기준 147명 중 정식 징계 4명이라는 이번 집계는, 2025년 공개된 113명·정식 징계 4명 수치와 비교해도 사후관리의 강도가 실질적으로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낳는다. 다만 적발 인원과 제재 인원의 단순 비교만으로 각 위반의 고의성·거래 규모·직무연관성·미공개정보 이용 여부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금감원이 위반 유형별 세부 내역과 제재 판단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경고 종결이 적정했는지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
보유액 56% 증가…감독 리스크도 커졌다
문제는 위반 적발이 이어지는 동안 금감원 임직원의 신고 대상 금융투자상품 보유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보유액은 2020년 195억5200만원에서 2025년 305억6000만원으로 110억800만원, 5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유 인원은 587명에서 833명으로 246명, 41.9% 늘었다.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보유액은 2020년 약 3331만원에서 2025년 약 3669만원으로 약 10.1% 증가했다. 총 보유액의 증가 폭 56.3%가 보유 인원 증가율 41.9%보다 컸다는 것은, 보유자 수뿐 아니라 개인별 평균 익스포저도 확대됐음을 뜻한다.
물론 보유 자체가 곧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은행·증권사·보험사·자산운용사 등의 건전성과 영업행위, 불공정거래 의혹, 기업 공시와 자본시장 이슈를 검사·감독하는 기관이다. 임직원이 직무상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의 민감도와 시장 파급력을 고려하면, 일반 금융회사보다 더 엄격한 사전 차단·상시 모니터링·사후 제재 체계가 요구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법의 취지와 현실의 간극
자본시장법상 금융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금감원 임직원에게는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보고 의무가 적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자본시장 감독체계 평가에서 금감원 임직원의 거래에 대해 분기별 거래보고, 거래 횟수 제한, 직무와의 이해상충 금지, 미공개정보 이용 금지 등의 장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준으로 금감원 직원은 신용거래를 할 수 없고, 분기당 거래 횟수는 50회 이내여야 하며, 연간 거래금액도 근로소득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러나 규정의 존재와 집행의 실효성은 별개의 문제다. 2024년에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미신고 계좌 사용 또는 분기별 매매명세 미통지 등의 사유로 금감원 직원 8명에게 총 13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사실도 공개됐다. 개인별 과태료는 70만원에서 45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확인된 위반은 분기별 거래내역 미통지 6명과 복수 증권사·계좌 이용 2명으로 구성됐다.
미국 SEC는 ‘보유 제한+사전승인+자동 보고’
해외 감독기관과 비교하면, 한국 금감원의 과제는 단순히 징계 수위를 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거래 가능 범위를 좁히고, 사전승인과 데이터 기반 감시를 결합하며, 위반 발생 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의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모든 직원과 배우자·미성년 자녀의 증권 보유·거래에 윤리 규정을 적용한다. SEC 직원은 원칙적으로 증권 거래 전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최소 보유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조사 중인 기업의 증권 거래, 공매도, 파생상품 거래, 마진거래, IPO 직후 7일간의 매수도 금지된다.
SEC는 2024년 규정을 개정해 직원이 직접 감독하는 증권사·투자자문사 등 금융회사 주식뿐 아니라 금융업종 집중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 범위로 확대했다. 기관이 “실제 이해상충”뿐 아니라 “이해상충으로 보일 위험”까지 관리 대상으로 본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이 직원의 보유·거래 데이터를 SEC에 자동 전송할 수 있도록 해, 임직원 개별 신고에 의존하던 감시의 한계를 줄이는 방안도 도입했다.
금감원에도 계좌 신고와 거래 보고 의무는 존재한다. 하지만 반복 적발과 낮은 정식 징계 비율은 신고 중심 체계만으로는 억지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감독·검사·조사 부서와 개인 투자계좌 간의 연결고리를 사후 점검에 맡기는 방식은, 미공개정보나 직무 관련 정보의 이용 의혹이 제기된 뒤에야 작동하는 ‘사후형 통제’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주의·경고’의 기준부터 공개해야
박성훈 의원은 “금감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제 식구 감싸기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임직원의 주식 보유 규모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금융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금감원 임직원이 주식을 보유했다는 데 있지 않다. 시장의 심판자이자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요구하는 기관이 자신의 이해상충 위험을 어느 수준으로 관리하고, 규정 위반에 어떤 책임을 묻는지에 있다. 적발 147명, 정식 징계 4명이라는 숫자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요구해온 내부통제 기준을 자기 조직에도 같은 강도로 적용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