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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HD현대로보틱스·삼성벤처투자가 앞다퉈 에이딘에 베팅한 진짜 이유…“로봇의 눈 다음은 손” 센서 스타트업 선택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HD현대가 로봇의 ‘팔과 몸체’에 이어 ‘손끝 감각’을 내재화하는 전략에 나섰다. HD현대의 로봇 솔루션 계열사 HD현대로보틱스는 힘·촉각 센서 스타트업 에이딘로보틱스에 13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취득했다. 삼성벤처투자도 30억원을 별도로 투입하면서 에이딘로보틱스의 이번 전략적 투자 유치액은 총 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투자보다 조선·중공업 작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피지컬 AI’ 로봇의 핵심 부품과 데이터를 공동 확보하려는 전략적 제휴에 가깝다. HD현대로보틱스는 자사의 산업용 로봇 플랫폼과 에이딘로보틱스의 힘·촉각 센서 및 제어 기술을 결합하고,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할 조선·중공업 특화 5지(指) 로봇 손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130억원의 의미…‘몸체 기업’이 센서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반복 동작의 정확도만이 아니다. 표면의 굴곡, 공구의 진동, 작업물의 무게 변화, 접촉 압력, 미세한 미끄러짐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힘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선박 블록, 배관, 곡면 구조물처럼 형상이 일정하지 않은 조선소에서는 비전 카메라만으로 작업 위치와 접촉 상태를 완벽히 판단하기 어렵다. 힘·토크·촉각 센서가 이른바 로봇의 ‘손끝 신경계’로 불리는 이유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정전용량 방식의 힘·촉각 센서를 자체 설계·생산하고, 로봇 관절이나 말단부에 장착돼 여러 방향의 힘과 회전력을 감지하는 6축 힘·토크 센서를 주력으로 개발한다. 회사 측과 국내 보도에 따르면 이 센서는 독일·프랑스·스페인·중국·일본 등을 포함한 10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향후 힘·토크 센서 등을 연간 3만대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는 양산 체제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6축 힘·토크 센서는 로봇이 물체를 쥘 때 과도한 힘을 가해 대상물을 파손하지 않도록 하거나, 연마·그라인딩 과정에서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데 쓰인다. 다시 말해 같은 작업 궤적을 수천 번 반복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작업물 상태에 맞춰 힘을 보정하는 ‘접촉 지능’을 구현하는 부품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과 조선소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손가락 관절 구동 기술만큼 이런 감각·제어 기술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이번 130억원은 HD현대로보틱스가 기존의 산업용 로봇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센서, 제어, 현장 데이터까지 묶는 방향으로 사업 축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5년 매출 2630억원을 기록한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선도 업체라고 회사가 밝히고 있다.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조선·자동차·물류·제조 현장별로 특화된 로봇 솔루션을 확보해야 글로벌 휴머노이드 및 AI 로봇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조선소 손’이 먼저다…휴머노이드보다 표면가공 자동화


양사의 첫 번째 사업 무대는 범용 휴머노이드 시장이 아니라 조선·중공업 현장의 표면가공 자동화다. HD현대로보틱스와 에이딘로보틱스는 연마와 그라인딩 등 표면처리 작업을 수행할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해 국내 조선소에 적용한 뒤, 국내 제조업 전반과 미국 조선업 등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는 상용화 경로 측면에서 현실적인 접근이다. 조선소의 연마·그라인딩은 분진, 소음, 진동, 고소 작업과 중량물 취급이 결합되는 대표적인 고강도 작업이다. 작업 품질은 접촉 압력과 공구의 자세에 좌우되지만, 선박 구조물은 대형 곡면과 용접 비드, 장애물이 혼재해 있어 로봇이 정해진 궤적만 따라가서는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힘 센서와 제어 알고리즘은 이 구간에서 로봇이 작업물과의 접촉 상태를 읽고, 압력·자세·속도를 보정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아시아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올해 한국 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업이 인력 부족 대응 차원에서 자동화를 진전시키고 있으며, 표면 불균일과 배관 등 장애물 때문에 자동화가 특히 어려운 작업으로 꼽혀 온 갑판 용접에서도 로봇 적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AMRO는 조선업의 인력난이 지속되는 만큼 노동 절감형 기술에 대한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HD현대 입장에서는 대형 조선소라는 내부 수요처와 실증 환경을 보유한 점이 차별점이다. 로봇 손과 센서 기술을 연구실·전시회 수준에서 검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박 건조 현장의 진동·분진·고온·불규칙한 구조물 환경에서 데이터와 신뢰성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딘로보틱스도 조선소를 실증 무대로 확보해 표면가공 과정에서 수집되는 힘 제어 데이터와 작업 노하우를 향후 휴머노이드용 고중량 5지 핸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조선소용 5지 로봇 손의 구체적인 하중, 방진·방수 등급, 반복 정밀도, 상용화 일정, 실제 공급 계약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협력의 성과는 센서 기술 자체보다도 현장 생산성, 작업 품질 균일성, 공정당 인력 절감, 유지보수 비용을 얼마나 수치로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460억원 이상 누적 투자…삼성·HD현대가 고른 감각지능


에이딘로보틱스는 2019년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혁렬 교수와 제자인 이윤행 대표가 창업했다. 2022년 45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한 뒤, 2024년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포스코기술투자·CJ대한통운·삼성넥스트·GS벤처스 등이 참여한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당시 시리즈A부터 시리즈B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2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번 160억원을 더하면 공개 투자 기준 누적 자금은 최소 360억원 이상이다. 2024년 당시 보도된 ‘시리즈B까지 200억원 이상’이라는 수치와 이번 160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최소 360억원이라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시드 투자와 개별 라운드의 포함 여부에 따라 총액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 구성을 보면 물류(CJ대한통운), 철강·소재 및 제조(포스코기술투자), 대기업 전략투자(삼성넥스트·삼성벤처투자), 조선·산업용 로봇(HD현대로보틱스)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에이딘로보틱스가 휴머노이드라는 단일 테마보다 제조·물류·중공업 로봇의 공통 병목인 힘 제어와 촉각 센서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삼성 계열 투자 주체가 2024년 삼성넥스트에 이어 이번에는 삼성벤처투자로 참여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에이딘로보틱스를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Lab Outside’에 선정한 바 있다. 다만 삼성 측의 구체적 사업 협력 범위나 지분율, 향후 추가 투자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1800억원 조달 뒤 130억원 투자…HD현대의 ‘피지컬 AI’ 퍼즐


HD현대로보틱스의 에이딘로보틱스 투자는 대규모 자본 조달과 맞물린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5년 10월 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총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했으며,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약 1조8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조달 자금은 피지컬 AI 기술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130억원 투자는 확정 투자금 1800억원의 약 7.2%에 해당한다. 대규모 자금의 상당 부분은 AI 기반 산업용 로봇 고도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에 쓰이겠지만, 에이딘로보틱스 투자처럼 핵심 부품·기술 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는 빠르게 기술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HD현대가 노리는 것은 범용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사람과 닮은 외형’을 먼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선소에서 실제 돈이 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의 손과 감각을 먼저 완성하는 것이다.

 

센서, 제어, 로봇 플랫폼, 대형 조선소 실증 환경을 한데 묶는 이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5지 로봇 손의 개발 발표를 넘어 연마·그라인딩 공정에서 작업시간, 불량률, 안전사고 위험, 인력 투입량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공개된 현장 지표로 증명해야 한다. 피지컬 AI 경쟁의 승부처는 결국 투자 금액이 아니라, 거친 산업 현장에서 축적되는 접촉 데이터와 반복 가능한 생산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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