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앤트로픽이 자사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미사일 유도 소프트웨어, 자폭형 드론 군집, 국가 단위 통신감청과 반체제 인사 추적 등에 실제 활용되려 한 사례를 공개했다. AI가 단순한 문서 작성 도구를 넘어 무기개발·사이버 침투·감시 관료제의 생산성을 확대하는 ‘실행 인프라’가 됐다는 경고다.
anthropic, axios, unite, politico, theregister, thenextweb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AI 오용 탐지 및 대응: 2026년 9월’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에서 2025년 12월부터 2026년 8월까지 탐지·차단한 사례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사이버 작전, 영향력 공작, 감시, 사기·금융범죄, 생물학적 오용, 재래식 무기 개발, 불법 모델 증류 등 7개 위험 영역을 다뤘다. 이번 공개는 AI가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의 역량을 ‘속도·규모·정밀도’ 측면에서 끌어올리는 이른바 AI 역량 증폭(uplift)의 구체적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예멘서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동원된 클로드
가장 민감한 사례는 북예멘에 기반을 둔 위협 행위자 집단이다. 앤트로픽은 이들이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사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대체재처럼 활용해 유도 로켓, 다단계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활공체를 포함한 미사일 계열의 유도·항법·제어(GNC)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집단이 목표로 제시한 다단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2,000㎞ 이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집단은 유도 로켓을 실제 시험 발사했다. 다만 앤트로픽은 이 시험이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실전 배치가 가능한 완성 무기가 성공적으로 개발·운용됐다는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래식 무기 개발 관련 적발 사례는 총 6건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중국 3건, 러시아 2건, 예멘 1건이다. 러시아 기반의 프리랜서 성격 행위자는 클로드를 이용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표적을 식별하고 폭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1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 군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행위자는 우크라이나 전장 영상을 수집해 시각 분류기를 훈련시키려 했으며, 표적 범주에는 ‘사람(person)’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례가 던지는 핵심은 AI가 무기 자체를 생산했느냐가 아니라, 소수 인력의 개발팀이 항법·제어·표적인식·소프트웨어 통합 같은 고난도 공학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느냐에 있다. 과거에는 분야별 엔지니어와 장기간의 개발 환경이 필요했던 작업 일부를 AI 보조 코딩과 반복 검증으로 압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말리 2,500만 회선 감시 정황…“한 명의 컨설턴트가 국가급 플랫폼 구축”
감시 분야에서는 AI가 조직 규모를 급격히 줄이는 양상이 포착됐다. 앤트로픽이 추적한 ‘GTG-50027’ 사례에서 말리 수도 바마코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단독 컨설턴트는 국가정보기관 ANSE를 위해 ‘라카나 360(Lakana 360)’이라는 대규모 감청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말리 내 3개 이동통신 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약 2,500만 개 SIM 카드와 연계된 통신·가입자 정보를 수집하고, 표적별 신상파일(dossier)을 만드는 용도로 설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플랫폼의 표적 신상파일 생성 기능에서 영장 요건이 사업자 요청에 따라 제거됐다는 내용은 법적 통제장치가 기술 설계 변경만으로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앤트로픽이 관련 계정을 차단한 뒤에도 말리 측은 다른 모델을 현지에서 구동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계속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AI 기업의 접근 차단이 감시 사업 자체의 중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국에서는 종교 업무와 연계된 정보기관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의 정치적 민감도를 분류하고, 강압적 조사나 동선·통신 감시 강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추려내는 데 클로드를 사용한 정황이 보고됐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기존에는 여러 분석팀이 수행하던 업무가 AI 보조 도입 후 단일 사무실 체제로 축소됐으며, 매달 수천 건의 조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중국 기관은 AI 감시 운용을 위한 내부 매뉴얼까지 만들고 일일 정보보고서 작성과 정부 감시 데이터베이스 질의 자동화에 AI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란 관련 사례에서는 클로드가 소셜네트워크 이용자 신원을 수집하는 악성 파이어폭스 확장 프로그램 개발·배포와 대규모 온라인 여론 분석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앤트로픽은 이란 및 페르시아만 지역 주민을 감시하기 위한 상업용 플랫폼 개발 사례도 지난 6월 차단했다고 밝혔다.
AI가 바꾼 것은 ‘표적’보다 감시의 비용 구조
제이컵 클라인 앤트로픽 위협 인텔리전스 총괄은 Axios 인터뷰에서 AI가 국가가 누구를 감시할지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 기존 감시 업무를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수십 명의 분석관이 나눠 맡던 데이터 수집, 번역, 정치적 민감도 분류, 표적 우선순위 선정, 보고서 초안 작성이 소수의 공무원이나 외부 계약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이버 분야의 수치도 AI의 자동화 효과를 보여준다. 앤트로픽은 러시아 국가 연계 가능성이 있는 ‘GTG-20006’이 우크라이나·유럽·중동·아시아의 정부기관, 방산기업, 외교조직 등 20개 이상 조직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 행위자는 AI 기반 워크플로를 통해 정찰, 피싱 인프라 구축, 침투, 자격증명 수집, 데이터 반출, 탐지 회피용 악성코드 수정·재배포를 자동화했다. 북아프리카의 한 정부 기술기관에서는 30만 건 이상 국가 신원기록과 50만 개 이상 기업 등록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됐다.
금전 목적 해킹그룹과 연계된 사례에서는 AI가 공격의 처리량을 키웠다. 프랑스어 사용 운영자 1명은 AWS EC2 인스턴스 10대로 구축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안드로이드 APK 180만 개를 대량 수집·분석했고, 공급망 공격에서는 약 200개 하위 고객 조직의 데이터에 접근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약 34시간 동안 40개 이상 기업 테넌트에 걸친 2,100개 이상 Azure AD 토큰 세트를 덤프한 사례도 공개됐다.
“차단은 했지만,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공개한 모든 사례에서 관련 활동을 차단하고 계정을 정지했으며, 탐지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기관·산업 파트너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악용된 모델은 클로드 하이쿠(Haiku), 소네트(Sonnet), 오퍼스(Opus)였고, 회사가 더 강력한 안전장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한 ‘Fable’과 ‘Mythos’ 계열에서는 악성 사이버 활동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앤트로픽은 영향력 공작도 9건 적발했으며, 러시아·터키·이란 등에서 시작된 작전이 6개 대륙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몰도바와 케냐 등의 선거 시기와 맞물려 전개됐다고 밝혔다. 다만 적발된 AI 생성 콘텐츠 대부분은 차단되기 전까지 실질적 이용자 반응을 거의 얻지 못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AI가 콘텐츠 생산량과 현지화 속도는 높였지만, 곧바로 여론 장악의 성공으로 연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