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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공화당 이기면 1인당 5000달러”…트럼프의 ‘관세 배당’ 선거전, 1조2000억달러 ‘돈의 정치’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조건으로 성인 시민 전원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미국 정치권이 사실상 ‘현금 공약 선거’ 국면으로 들어섰다. 다만 지급 총액은 약 1조2000억달러에 달하고, 관세 수입만으로 이를 조달하기에는 재원이 크게 모자라며, 의회 예산권·선거법·재정적자·인플레이션이라는 복합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5000달러 공약의 정치적 맥락

 

cnbc, newsweek, reuters, nytimes, washingtonpos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이기면 모든 미국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며 이를 ‘트럼프 배당금(Trump Dividend)’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공화당이 이기면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이기는 것이며 5000달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공약의 설계는 노골적으로 선거 결과와 연결됐다. 단순한 세제 개편이나 복지 확대 방안이 아니라,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라는 정치적 조건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에서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표 매수에 가까운 언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 지급 대상이 공화당 지지자나 투표자에 한정되지 않고, 선거 참여 여부 및 투표 선택과 무관하게 모든 성인 시민으로 설계된다면 형사상 투표 매수죄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번 발언은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고전해 온 중간선거의 구조적 위험을 의식한 전략으로 읽힌다.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당대회에서 “내가 투표용지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하라”고 지지층에 호소했고, 행사 연설자들은 트럼프의 이름을 총 171차례 언급했다.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이 직접 출마하지 않을 때 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투표 참여율이 약해질 수 있다는 공화당의 불안이 반영된 장면이다.

 

‘관세로 충당’은 가능한가


핵심은 재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상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JD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세 수입이 재원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을 통해 거둔 수입을 국민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돌려주겠다는 논리다.

 

로이터는 미 인구조사국 기준 성인 시민 약 2억4000만명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면 총 1조2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 의회예산국(CBO)이 추산한 이번 회계연도 관세 수입은 약 1670억달러다. 관세 수입 전액을 단 한 푼도 다른 용도로 쓰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공약 재원의 약 14%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는 약 1조330억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PBS는 성인 미국 시민을 약 2억4500만명으로 잡아 동일한 지급 공약의 비용을 약 1조2000억달러로 계산했다. 또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기존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식 관세가 2025년 약 1580억달러, 2026년 약 2080억달러의 세수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5000달러 지급안은 관세 수입을 몇 년치 모으는 수준이 아니라, 새 관세로 예상되는 장기간의 수입 대부분을 앞당겨 써야 할 수 있는 규모다.

 

관세는 정부가 외국에 부과하는 ‘외부 수입’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제적 부담은 상당 부분이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 즉 “관세로 번 돈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정치적 표현은 소비자와 기업이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비용 부담을 지고, 정부가 그 재원을 현금 지급으로 되돌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재정정책의 순효과와 물가 영향까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의회 예산권·선거법의 이중 관문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1조달러대 현금 지급을 실행할 수는 없다. 미국 헌법상 연방 지출 권한은 의회에 있고, 지급을 위해서는 세출 법안 혹은 별도 입법에 따른 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더라도 상원에서는 대부분의 일반 법안을 진행하기 위해 60표가 요구될 수 있어, 민주당의 반대가 강할 경우 통과가 쉽지 않다.

 

미 연방법 18 U.S.C. §597은 누군가가 특정 후보를 찍거나, 투표하지 않거나, 특정 후보에게 반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금품이나 지출을 제공·제안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고의적 위반의 경우 벌금과 최대 2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공약이 이 조항에 곧바로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적 쟁점은 지급이 ‘개별 유권자의 실제 투표행위와 교환되는 대가’인지, 아니면 선거 승리 뒤 추진하겠다는 보편적 정책 약속인지에 달려 있다. UCLA의 선거법 전문가 릭 하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수정헌법 1조상 정치적 표현의 보호 논리를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1982년 연방대법원의 Brown v. Hartlage 판결도 후보자가 공직자 보수 삭감 등을 공약한 행위는 정치적 표현으로 보호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따라서 법률적으로는 “명백한 투표 대가 지급”으로 처벌될 가능성보다 “극단적으로 큰 보편 현금 공약”을 둘러싼 정치·헌법적 논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공화당의 당선 여부를 현금 보상의 선행조건으로 걸었다는 언어 자체는 선거의 공정성, 국가재정의 정치적 도구화, 행정부 권한의 한계를 둘러싼 거센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반복된 ‘배당 공약’의 이행력 시험대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성 배당 공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5년 2월 일론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의 예산 절감분을 국민에게 나눠주는 ‘DOGE 배당금’을 지지했고, 당시 목표 절감액 2조달러를 전제로 1인당 약 5000달러 지급 구상이 거론됐다. 그러나 지급은 실현되지 않았다. PBS는 DOGE가 주장한 1100억달러 절감액도 2026년 8월 정부 감시기구 보고서에서 산정 근거가 부정확하거나 뒷받침 자료가 부족한 추정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1월에도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에게 1인당 2000달러 수준의 관세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조세재단은 당시에도 관세 수입이 2000달러 지급에 필요한 2800억~6070억달러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연방정부의 직접 현금 지급은 선례로 존재한다. 미국 의회는 2020년 3월·12월, 2021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성인 1인당 각각 최대 1200달러, 600달러, 1400달러 지급을 승인했다. 의회 감독기구 집계로는 총 4억7600만 건, 8140억달러가 지급됐다. 이조차 대상 소득 기준을 두고 단계적으로 감액한 한시적 위기대응 정책이었다.

 

반면 트럼프의 5000달러안은 코로나 지원금 3차례 총액보다도 약 3860억달러 큰 규모다. 더구나 전쟁·팬데믹 같은 국가적 비상상황 대응이 아니라, 선거 결과와 결부된 공약이라는 점에서 재정 정당성과 정책 목적을 둘러싼 검증 강도는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현금’과 ‘광고’가 만난 경합주 전장


트럼프 진영은 현금 공약과 함께 직접적인 선거 자금 투입도 병행하고 있다.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와 연계된 슈퍼팩(super PAC)은 이번 주 경합이 치열한 상원 선거 7곳의 광고에 약 5000만달러를 집행했다. 미시간주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의원 지원에 가장 큰 금액인 1400만달러가 배정됐고, 오하이오주에는 약 1200만달러가 투입됐다.

 

이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의 핵심 전선을 매우 좁은 경합주 단위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에서 약 35개 의석을 접전 지역으로 보고 직접 유세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근소한 다수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의 경합 의석 결과가 의회 권력 전체를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 정치에서 선거 공약은 대개 감세, 복지 확대, 산업 투자, 규제 완화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통령이 “공화당이 이기면 개인당 5000달러”라는 등식을 전면에 놓고, 같은 시기 친트럼프 슈퍼팩이 경합주 7곳에 5000만달러를 집행했다. 표심을 겨냥한 ‘현금 약속’과 실제 ‘정치자금 집행’이 동시에 작동하는 선거 모델인 셈이다.

 

관건은 단순하다. 1조2000억달러라는 공약이 의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는가, 관세 수입과 재정 여건이 뒷받침되는가, 그리고 유권자들이 이를 실현 가능한 경제정책으로 볼 것인가다. 현재 공개된 수치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관세 배당’은 재원·입법·물가라는 세 개의 벽 앞에서 선거 메시지로는 강렬하지만 정책 설계로는 매우 취약한 공약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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