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재건축 시장에 예상액만 2조1690억원 규모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다가오면서, 재초환이 개발이익 환수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거래가격 전가·사업 지연·도심 공급 위축을 동시에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조1690억원의 청구서
9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단지는 올해 8월 기준 46곳, 예상 부담금 총액은 2조1690억5099만원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약 1만7816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약 1억2100만~1억2170만원 수준이다. 불과 1년 전 37개 단지에서 9곳 늘어난 것으로, 서울 핵심 재건축 구역의 집값 상승과 사업 진전이 제도의 실제 집행 국면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지별 격차는 더 크다. 서초구 반포3주구는 총 5149억4844만원으로 최대 부담금이 예상되고, 용산구 한강맨션은 4722억5528만원으로 뒤를 잇는다. 반포3주구는 대규모 단지여서 조합원 1인당 예상액이 약 3억2000만원인 반면, 조합원 수가 694명인 한강맨션은 1인당 약 6억8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영등포구 신길10의 예상 부담금은 1435억8029만원, 조합원 1인당 약 2억6000만원이다. 상위 3개 단지 부담금만 약 1조1307억원으로 전체 예상액의 52.1%를 차지한다.
핵심은 ‘2조원’이라는 총액보다 현금 납부의 시간표다. 재건축 사업으로 형성된 자산가치 상승은 입주권·주택 가격에 반영되더라도, 부담금은 원칙적으로 준공인가 뒤 행정절차를 거쳐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자산은 늘었지만 현금흐름이 넉넉하지 않은 장기보유 고령 조합원에게는 수억원대 부담금이 실질적인 유동성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제도는 어떻게 작동하나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조합원 평균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을 때 부과하는 제도다. 초과이익은 사업 종료 시점의 주택가액에서 사업 개시 시점 주택가액,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차감해 계산한다. 초과이익이 클수록 누진 구조에 따라 10%에서 최고 50%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2024년 시행된 제도 개편은 과거보다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었다. 면제 기준은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랐고,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이 6년 이상이면 기간에 따라 10%에서 최대 70%까지 감경받을 수 있게 됐다. 만 60세 이상 1세대 1주택자는 담보 제공 등을 전제로 납부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국토교통부 역시 2024년 하위법령 개정 과정에서 장기보유 1주택자의 감경 요건을 구체화하고, 개발비용 인정 범위를 합리화해 부담금을 추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즉, 현행 재초환은 ‘무조건적 중과’라기보다 면제선 상향, 장기보유 감면, 비용 공제 확대를 반영한 완화형 제도로 이미 한 차례 손질된 상태다.
그러나 집값이 빠르게 오른 고가 정비사업지에서는 완화된 기준도 부담을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초과이익 산정의 출발점과 종료점,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인정 개발비용의 범위가 최종 부담금의 크기를 좌우한다. 따라서 현재 언론에 보도되는 금액은 행정상 확정 처분 이전의 추정치이며, 조합이 제출하는 비용 자료와 지방자치단체의 산정 과정, 행정심판·소송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집값 전가’는 왜 가능한가
재초환이 집값을 직접 올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택 가격은 금리, 공급 전망, 학군·교통, 입지 희소성, 대출 규제, 보유세, 매수 심리 등 복합 요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 현장에서 부담금이 가격 협상의 항목으로 전환되는 이른바 ‘전가 경로’는 현실적인 위험이다.
첫째, 매도인은 미래 부담금을 자신의 매도가격에 포함하려 할 유인이 있다. 반포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에서는 재초환 부담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부 매물에서 예상 부담금을 거래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물 문의 과정에서 중개업계가 예상 부담금을 가격에 포함해 설명하는 사례도 나왔다.
둘째, 매수인이 부담금을 승계하거나 사실상 떠안는 특약 거래가 확산할 수 있다. 법률상 부담금 납세의무자와 민간 거래계약상 경제적 부담자는 다를 수 있다. 조합원 지위 승계, 입주권 양수도, 매매계약의 특약 문구에 따라 경제적 비용이 매수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 경우 ‘세금 또는 부담금이 가격을 낮춘다’는 일반적 기대와 달리, 희소한 신축·재건축 입주권 시장에서는 오히려 매도 호가 상승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 부담금 불확실성은 매물 잠김을 유발할 수 있다. 부담금 산정 전에 매도할지, 확정 후 매도할지,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를 둘러싼 계산이 복잡해지면 조합원은 거래 자체를 미룰 수 있다. 거래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희소 매물의 호가만 높아지는 현상은 실거래가 상승과 구별해 볼 필요가 있지만, 시장 참여자에게는 가격 상승 기대를 증폭시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공급정책과 충돌하는 지점
재초환의 정책적 정당성은 분명하다. 재건축으로 생긴 이익에는 조합의 사업 노력뿐 아니라 도로·철도·공원 같은 공공 인프라, 용적률과 정비계획 등 공적 결정, 주변 지역 상승세가 함께 반영된다.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해 공공에 귀속시키겠다는 논리는 조세·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성립한다. 법 개정 이유에도 부담금의 국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귀속 구조가 명시돼 있으며, 과거 기준으로 국가 50%, 시·도 20%, 시·군·구 30%의 배분 구조가 제시돼 있다.
문제는 공급 확대가 절박한 시점에 ‘부담금의 수준’보다 ‘예측 가능성’이 사업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사업은 통상 장기간 진행되고, 공사비·금리·인허가·분양가·일반분양 수입이 변한다. 여기에 준공 무렵 수억원의 재초환이 확정될 수 있다는 위험이 겹치면 조합의 의사결정은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의 수도권 연평균 29만4000호 공급 목표가 최근 5년 평균 착공 물량 약 18만1000호의 1.5배 이상을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나왔지만, 재초환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같은 사업성 핵심 변수는 대책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급 목표가 인허가 단축만으로 달성되기 어렵고, 민간 정비사업의 수지와 위험 배분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국제기구의 한국 주택정책 평가도 비슷한 맥락을 시사한다. OECD는 한국이 과거 주택 부족을 완화하고 주거 품질을 높이는 데 성과를 냈지만, 현재는 주택 가격과 부담가능성 문제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공공 부문만으로 해결하기보다 민간·지역사회 주체를 포함한 공급 기반 확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재초환 논쟁 역시 특정 고가 단지의 세 부담 문제를 넘어, 공공 환수와 민간 공급 유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된다.
폐지냐, 정교한 개편이냐
정치권에는 전면 폐지, 인구감소지역·소규모 재건축 예외, 장기보유 1주택자 감경 보완 등 서로 다른 방향의 법안이 병존한다. 하지만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의 이분법만으로는 공급과 형평의 충돌을 풀기 어렵다.
정책 논의의 우선순위는 세 갈래가 될 수 있다.
첫째, 확정 전 추정액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사업 단계별로 부담금 예상 범위, 산정 변수, 비용 인정 기준을 공개해 조합원과 매수인이 불확실성을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실현이익과 납부능력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장기 실거주 1주택자와 현금흐름이 취약한 고령 조합원에게는 단순 감면을 넘어 매각·상속·증여 등 이익 실현 시점까지의 납부유예, 분할납부, 담보 조건 완화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투기적 단기 보유자에게까지 무차별 적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셋째, 공급 기여도와 공공환수를 연동해야 한다. 역세권 고밀개발, 공공임대·공공분양 제공, 기반시설 기부채납, 신속한 착공·준공 등 공공 기여가 큰 사업에는 부담금 조정 또는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고가 단지 특혜’ 논란을 피하면서도 필요한 지역의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절충안이다.
결국 재초환은 집값을 잡는 만능 장치도, 공급을 가로막는 절대 악도 아니다. 현재 서울 46개 단지에 집중된 약 2조1690억원의 예상 부담금은 제도가 실제 청구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환수의 원칙을 포기할지 여부보다, 수억원대 미실현 이익 부담이 거래가격·조합 갈등·사업 지연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면서도 공공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정교한 산정·납부 체계를 만드는 데 맞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