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서울시가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A·B홀에서 ‘스마트라이프위크 2026(SLW 2026)’을 연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창립자이자 로보틱스앤AI인스티튜트(RAI) 소장인 마크 레이버트가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서면서, 이번 행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시연을 넘어 AI가 실제 도시·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의 상용화 조건을 묻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로봇의 ‘몸’이 서울에 들어온다
서울시는 ‘AI로 그리는 미래도시의 일상(Designing Life with AI)’을 주제로 제3회 SLW 2026을 개최한다. 행사는 10월 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주최는 서울시와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주관은 서울AI재단이다.
올해 행사의 물리적 규모도 커진다. 서울시는 전시 면적을 지난해보다 46% 넓혀 코엑스 1층 A·B홀 전관을 사용하고, 국내외 약 500개 도시·기업과 7만명 이상 관람객의 참여를 예상하고 있다. 단순 전시회가 아니라 도시, 기업, 시민, 투자자, 해외 공공기관을 묶는 대형 스마트시티 비즈니스 플랫폼을 표방한 것이다.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생성형 AI가 아니라 ‘피지컬 AI’다.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디지털 공간에서 작동하던 AI가 로봇, 자율주행, 물류, 돌봄, 도시 안전, 환경 관리 등의 형태로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이동하며 행동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서울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AI 모빌리티, AI 헬스케어·돌봄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과 시민 생활의 적용 가능성을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할 계획이다.
레이버트 방한, 왜 주목받나
마크 레이버트의 기조연설은 10월 6일 개막식에서 열린다. 강연 제목은 ‘사람 중심 도시를 위한 피지컬 AI: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의 미래’다. 서울시는 레이버트가 로봇 기술 발전 현황뿐 아니라 로봇이 일상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할 기술적·문화적 과제, 인지 능력과 신체 능력을 결합한 차세대 로봇의 개발 현황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방한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레이버트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창업해 사족보행 로봇 ‘빅독’, 로봇개 ‘스폿’,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으로 로봇의 동적 보행과 균형 제어, 고난도 이동성을 대중과 산업계에 각인시킨 인물이다. 이제 관심은 로봇이 뛰고 점프하는 데 있지 않다. 로봇이 공장·물류창고·건설현장·도시 인프라 등 예측하기 어려운 실제 환경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1월 CES에서 전기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제품형 모델을 공개하고 즉시 생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6년 생산 물량은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와 구글 딥마인드 공급분으로 이미 배정됐다. 아틀라스는 자재 취급과 주문 이행 등 산업 업무를 목표로 설계됐으며, 56개 자유도, 최대 2.3m 작업 반경, 최대 50kg 적재 능력, 영하 20도~영상 40도 작동 범위를 갖춘다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설명했다.
특히 로봇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하고 작업에 복귀하며, 한 대가 학습한 업무를 전체 로봇군에 복제할 수 있다는 회사 측 설명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 대의 정교한 시연 장비’에서 ‘반복 가능한 산업 설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전시는 ‘아틀라스 실물’ 아니다
SLW 2026의 양재·수서 존에는 현대자동차·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로 개발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목업과 아이엘로보틱스의 ‘H2’ 등이 전시된다. 여기서 ‘목업’은 실제 가동형 상용 로봇의 현장 시연과는 구별해야 한다. 아틀라스의 기능·성능을 직접 검증하는 전시라기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바꿀 생산·물류·도시 서비스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전시에 가깝다.
SLW 쇼룸은 서울의 대표 공간 8곳을 미래 도시의 시나리오로 재구성한다. 세종대로에서는 구글 제미나이와 이이남스튜디오의 생성형 AI 협업 콘텐츠를, DDP에서는 AI 피부 분석·화장품 추천 키오스크를, 북촌한옥마을에서는 체형·얼굴 분석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고 피아노로 연주하는 인터랙티브 AI 피아노를 선보인다. 서울역 존은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한강 존은 AI 수질 분석과 라이다 센서 기반 도시 안전·환경 관리를, 광화문 존은 구글클라우드와 AI 에이전트 중심의 미래 행정 서비스를 주제로 삼는다.
전시 구성은 서울시가 AI를 ‘대화형 서비스’에만 한정하지 않고 도시 운영 체계에 연결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교통·안전·환경·교육·돌봄·행정이 데이터와 센서, 자율 이동체, 로봇으로 결합하는 순간, 도시 AI의 경쟁력은 모델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공 데이터의 품질과 갱신 주기, 센서의 정확성, 개인정보 보호, 장애 발생 시 책임 체계, 시민 수용성까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숫자로 본 로봇 전환기
글로벌 로봇 시장의 기반은 이미 제조업에서 형성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54만2076대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누적 대수는 466만3698대로 전년보다 9% 늘었으며, 신규 설치의 74%는 아시아에서 이뤄졌다.
서비스 로봇도 확산 국면이다. IFR은 2024년 전문 서비스 로봇 판매량이 약 20만 대로 전년보다 9%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운송·물류용 전문 서비스 로봇은 10만2900대로 14% 늘어 전체 전문 서비스 로봇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의료 로봇 판매는 약 1만6700대로 91% 급증했다. 인력 부족, 고령화, 물류 자동화 수요가 로봇 도입을 견인하는 구조다.
SLW 2026의 진짜 성패는 아틀라스 목업이나 화려한 AI 시연의 조회 수가 아니라, 행사장 밖에서 기술이 얼마나 안전하게 작동하고 기업의 매출·생산성, 시민의 편의·안전으로 얼마나 전환되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창립자의 서울 방문은 그래서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도시는 로봇과 함께 살 준비가 돼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