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전자 보통주 718만8793주를 약 1조9374억원에 장외 매수한다. 표면적으로는 특수관계인 간 지분 이전이지만, 12조원 안팎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축적된 가족 지분·담보대출·현금화 수요가 다시 한번 삼성전자 주식으로 집약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9일 삼성전자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월 12일 홍 명예관장 보유 지분 0.11%에 해당하는 보통주 718만8793주를 장외에서 사들일 예정이다. 예정 매매단가는 9월 8일 종가인 주당 26만9500원이며, 총 예정 거래액은 1조9373억7971만원이다. 거래가 계획대로 종결되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은 기존 9755만1953주에서 1억474만746주로 7.37% 늘어나고, 지분율은 1.47%에서 1.58%로 0.11%포인트 상승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이 1억주를 넘어서는 것은 처음이다.
‘경영권 강화’보다 지분 이전
이번 거래의 핵심은 지분율 상승 폭보다 거래의 성격이다. 이 회장이 1조9000억원 이상을 투입하지만, 삼성전자 전체 발행주식 기준 추가 지분은 0.11%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증분만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나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유의미하게 재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시상 거래 목적도 ‘특수관계자로부터 주식 양수’로 기재됐다. 삼성전자 최대주주 체계 자체가 바뀌는 거래라기보다, 홍 명예관장이 보유하던 상속자산 일부를 장남인 이 회장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현금을 확보하는 가족 내부의 자산 재배치에 가깝다.
또한 이번 매매는 거래소 장내매매가 아니라 장외거래로 예정돼 있다. 홍 명예관장이 대규모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할 때 생길 수 있는 대량 매물 부담과 수급 충격을 줄이면서, 이 회장은 직접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는 방식이다. 시장 충격 최소화라는 측면에서는 장외거래가 합리적이지만, 실질 거래단가·수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봐야 한다. 공시에 따라 최종 거래 규모는 예정액의 70~130% 범위에서 달라질 수 있다.
12조원 상속세, 5년간 이어진 ‘현금화’
거래 배경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조달했던 자금의 정산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뒤 삼성 일가는 약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담했고, 2021년부터 5년간 6회에 걸쳐 분할 납부해 올해 4월 납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는 삼성 계열사 지분 매각, 주식담보대출, 블록딜 등이 병행됐다. 홍 명예관장은 올해 4월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해 약 3조800억원을 확보했고, 당시 지분율은 1.49%에서 1.24%로 낮아졌다. 이번 매각 역시 회사가 공식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그간 상속세 납부를 위해 활용했던 금융권 대출을 상환하거나 가족 자산구성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거래에서 홍 명예관장은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고,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직접보유 지분을 늘린다. 상속세 납부라는 긴 자금조달 국면이 일단락된 뒤, 현금·채무·지분을 가족 구성원별로 재배치하는 ‘사후 정산’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약 1조9000억원의 매입 재원을 마련하는지, 홍 명예관장이 매각대금을 실제로 어디에 사용할지는 현재 공개된 공시만으로는 알 수 없다.
1억주 돌파의 상징성과 한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1억주 돌파는 상징성은 크지만, 지배력의 절대적 강화와는 구분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보유하는 순환적·계열사 출자 구조와 각 계열사의 지분관계, 이사회 운영, 금융계열사 규제 등이 함께 작동한다.
따라서 이번 매입은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확대하고, 가족 내부에서 핵심 자산인 삼성전자 주식의 소유를 이 회장 쪽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1.47%에서 1.58%로의 변화만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축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거나, 경영권 안정성이 본질적으로 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