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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불꽃놀이는 생태계 교란행위"…10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새 1007마리의 죽음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불꽃놀이가 인간에게 축제, 환호의 신호지만, 잠든 새들에게는 예고 없이 닥친 공습 경보와 다를 수 있다.

 

불가리아에서 불꽃놀이 직후 1000마리가 넘는 야생조류가 폐사한 사례가 정밀 부검을 통해 처음으로 구체화되면서, 불꽃놀이를 인간들만의 ‘짧은 오락’이 아니라 소음·빛·대기오염·화학물질을 동시에 배출하는 생태 교란 행위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꽃 아래 1007마리


2025년 1월 1일 오전, 불가리아 스레드나고라 산맥 인근의 한 소도시 등산로. 등산객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연구진은 약 0.5㎢의 숲 구역에서 무더기로 죽은 새들을 발견했다. 수거된 사체는 모두 1007마리, 생존 개체는 31마리였다. 생존 개체 중 6마리는 이후 폐사했고, 나머지는 며칠 뒤 방사됐다.

 

불가리아 트라키아대 수의과대학의 루스코 페트로프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Diversit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집단 폐사의 가장 유력한 원인을 새해맞이 불꽃놀이로 결론지었다. 폐사 개체의 대다수는 유럽에서 보호받는 철새인 되새류(brambling·Fringilla montifringilla)였고, 일부는 되새와 가까운 되새류인 되새목 핀치류였다. 이들은 겨울철 먹이를 찾아 도시 주변 숲에 대규모로 잠자리를 만드는 습성이 있다.

 

사체는 도시 외곽에서 약 1㎞, 가장 큰 지방정부 주최 불꽃놀이가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심에서는 약 1.5㎞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모든 사체를 부검하고 일부는 엑스레이로 확인했다. 그 결과 날개·흉골·두개골 골절, 뇌부종과 뇌출혈, 간·폐·심장 파열, 내부출혈, 심막 내 출혈, 피부 찰과상과 타박상 등 ‘다발성 충돌 외상’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중요한 점은 다른 원인이 상당 부분 배제됐다는 것이다. 살아 있던 개체를 대상으로 한 A형 조류인플루엔자 신속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엑스레이에서는 총탄이나 금속성 이물질 등 밀렵의 흔적이 없었고, 소화관에서도 대량 중독을 의심할 만한 종자나 의심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갑작스럽고 강한 불꽃 소음에 따른 급성 스트레스로 야간에 일제히 이륙한 새들이 나무·지면·다른 개체와 충돌해 둔상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논문은 단일 사건을 분석한 사례연구라는 한계도 분명히 밝혔다. 불꽃놀이의 실제 발사량·음압·세부 위치에 관한 자료, 당시 새들의 직접 행동 관찰, 조직병리와 정밀 독성 분석이 없었다. 따라서 “불꽃놀이가 100% 단독 원인으로 확정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감염병·독성물질·총상 가능성을 배제한 뒤 부검 소견과 거리, 시간적 연관성을 종합해 불꽃놀이 유발 공황비행과 충돌 외상을 가장 개연성 높은 원인으로 제시한 연구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보이지 않는 공황비행’


불꽃놀이의 생태적 피해는 사체가 발견될 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 피해의 상당 부분은 야간에 일어난 뒤, 새들이 다시 숲과 습지로 흩어지면서 기록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류학자들은 레이더를 이용해 밤하늘의 ‘보이지 않는 대피 행렬’을 측정해 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진이 기상레이더로 2007∼2010년 새해 전야의 조류 이동을 분석해 2011년 발표한 연구는 불꽃놀이 직후 수천 마리의 새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현상을 포착했다. 새들은 자정 직후인 오전 0시 5분부터 급격히 이륙하기 시작했고, 0시 15∼25분 사이에 활동량이 최고점에 도달했다. 교란은 약 45분간 이어졌으며, 일부 새들은 지상 500m 안팎까지 상승했다.

 

이 연구는 네덜란드의 습지와 호수 보호구역에서 정점 시 약 100마리/㎢의 새가 공중에 떠 있었고, 일부 고밀도 구역에서는 최대 1000마리/㎢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네덜란드 전역으로 외삽할 경우 새해맞이 불꽃놀이 때문에 즉각 이륙하는 월동 물새가 수십만 마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새가 날아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야행성 이동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은 주행성 조류에게 한밤중의 갑작스러운 이륙은 수면·휴식·먹이활동을 깨뜨리는 비상 상황이다. 어둠, 연기, 섬광, 폭음 속에서 날아오른 새는 방향을 잃기 쉽고, 나무나 전선, 유리 건물, 절벽, 다른 새와 충돌할 위험이 커진다. 살아남더라도 예상 밖 비행에 에너지를 소진해 이후 먹이활동, 월동, 번식 성공률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도 2023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심의 새들이 농촌·습지 조류보다 불꽃에 둔감하리라는 통념을 뒤집었다. 버밍엄 도심 상공을 관측한 L밴드 레이더 자료에 따르면, 디왈리와 본파이어 나이트, 새해 전야 불꽃놀이 시간대의 조류 비행 활동은 비교 기준 기간보다 뚜렷하게 늘었고, 비행 고도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특히 새해 전야 자정부터 30분 동안 기록된 조류 비행 궤적은 1146건으로, 비교 기간의 분당 평균 6.7건보다 불꽃놀이 시간대에는 분당 평균 38.2건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조류의 실제 개체 수와 레이더 궤적 수를 일대일로 환산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평소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대에 도시 조류가 불꽃을 계기로 더 많이, 더 높게 비행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40dBA에 반응, 불꽃은 160dBA


야생동물에게 소음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포식자 접근, 공격, 위험을 알리는 생존 신호다. 불가리아 연구진은 육상 야생동물이 약 40dBA 수준부터 행동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반면, 불꽃놀이는 순간적으로 최고 160dBA에 이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는 단순히 “시끄러운 행사”가 아니라 "동물의 위험 회피 체계를 강제로 가동시키는 강한 자극"이라는 뜻이다.

 

불꽃의 위력은 데시벨 숫자만으로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데시벨은 로그 단위이기 때문에 10dB 증가는 음의 강도가 10배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불꽃은 일정하게 이어지는 도로 소음과 달리, 예측할 수 없는 시간 간격으로 폭발음과 섬광을 반복한다. 동물 입장에서는 익숙해질 시간을 주지 않는 ‘불규칙한 위협’에 가깝다.

 

2015년까지의 연구와 관찰 사례를 검토한 문헌은 88개 조류 분류군에서 133건의 불꽃 반응 사례를 확인했다. 관찰된 반응은 둥지 포기, 공황비행, 불꽃 발사장 인근 서식지의 일시적 회피 등이었다. 불가리아 연구진이 해당 문헌을 인용해 정리한 바에 따르면, 기록된 비행 반응 가운데 약 3분의 1은 공황비행으로 분류됐고, 보고된 폐사 사례의 10건 중 9건은 놀라서 날아오른 새가 장애물과 충돌하는 형태였다.

 

생리적 반응도 확인됐다. 영국 연구진은 불꽃 교란에 노출된 그리폰독수리의 심박수가 안정 상태 분당 50회에서 교란 중 분당 170회로 거의 4배 증가한 기존 연구를 인용했다. 또한 거위류에서는 새해 불꽃놀이에 따른 반복적 비상비행이 하루 에너지 소비를 1∼10%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겨울철이나 장거리 이동 직전·직후의 조류에게 이 에너지 손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 및 번식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반려동물·바다까지 흔든다


피해는 하늘을 나는 새에 국한되지 않는다. 불꽃은 반려동물에게도 강한 공포와 도피 반응을 유발한다. 영국수의사협회(BVA)는 불꽃 소리를 들은 개의 약 45%가 공포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PDSA의 2018년 반려동물 복지 보고서는 개 40%, 고양이 34%, 토끼 18%가 불꽃을 두려워한다고 집계했다.

 

최근 조사에서는 체감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난다. 영국 RSPCA가 2025년 Savanta 조사 결과를 인용해 공개한 자료에서는 응답한 견주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자신의 개가 불꽃놀이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불꽃 공포가 소수의 예외적인 반응이 아니라 상당수 반려동물에서 관찰되는 복지 문제라는 점이다.

 

불꽃의 영향권은 해안과 수면 아래에도 닿는다. 202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서 진행된 연구는 새해 불꽃놀이 당시 하틀로브갈매기와 케이프물개를 관찰했다. 물개는 불꽃이 시작되자 수면·휴식 상태에서 경계 행동과 이동 행동을 늘렸고, 두 종 모두 불꽃 종료 직후 발성량을 늘렸다. 공중에서 발생한 불꽃 소리가 이들 동물의 의사소통 주파수 대역과 겹쳐 신호를 가리거나 교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같은 연구에서 불꽃 소리는 항만 수중에서도 약 143dB re 1µPa의 음압으로 기록됐다. 연구진은 이번 측정에서 불꽃 소리가 항만 전체 수중 음환경에 미친 기여도는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공중 폭발음이 수중으로 전파된다는 사실과 보호·위협종이 있는 연안에서 단기 행동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공중의 잔해, 물과 토양으로


불꽃은 폭음과 섬광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색을 내기 위한 금속염, 연소를 돕는 산화제, 미세입자, 연기, 낙하 잔해가 대기·토양·수계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불꽃은 ‘순간적 소음 공해’이면서 동시에 ‘사후적 화학 공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대기오염 연구에서 불꽃은 PM2.5와 PM10을 단시간에 끌어올리는 대표적 행사성 배출원으로 지목된다. 콜롬비아 메데인 광역권을 분석한 연구는 특정 축제와 새해 전야 불꽃 사용 뒤 PM2.5·PM10 농도가 일부 지역에서 50∼100㎍/㎥ 증가한 사례를 확인했다. 선행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불꽃 행사 때 오염물질 농도는 평상시보다 통상 2∼8배 높아질 수 있으며, 바륨(Ba)·구리(Cu)·납(Pb)·크롬(Cr)·스트론튬(Sr) 같은 금속성 성분의 농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가시거리는 최대 92%까지 낮아진 사례도 보고됐다.

 

슬로베니아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는 새해 첫날 알루미늄·바륨·스트론튬·구리 농도가 1월 3∼31일의 일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았고, 스트론튬은 140배 이상 급증했다. 불꽃이 특정 시간대에 배출하는 미세입자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금속성 초미세입자를 포함한 오염 사건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 디왈리 기간의 대기질 연구에서는 PM2.5가 해당 지역의 24시간 기준보다 34.3배, PM10은 22.3배 높아졌으며, 전날과 비교해 PM2.5 내 바륨은 56.72배, 구리는 79배, 카드뮴은 16.67배, 납은 14.86배 높게 관측됐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불꽃 연소가 금속성 미세입자 농도를 급격히 바꾼다는 물질적 메커니즘이 여러 나라의 관측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수질 영향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러시모어산 국립기념관에서 1998∼2009년 매년 열린 독립기념일 불꽃쇼 이후의 영향을 조사했다. 2011∼2015년 지하수·지표수 표본 106개를 분석한 결과, 일부 배수 유역의 과염소산염(perchlorate) 농도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당시 잠정 식수 건강권고 기준인 15㎍/L를 웃돌았다. USGS는 배수 유역에서 관찰된 불꽃 잔해와 대체 오염원의 부재를 근거로, 과거 불꽃놀이가 과염소산염 오염의 가장 개연성 높은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과염소산염은 불꽃의 연소를 돕는 산화제로 쓰일 수 있는 물질이다. 불꽃의 환경 비용을 대기 중 연기와 소음으로만 한정해서는 안 되며, 낙하 잔해와 화학성분의 토양·지하수 이동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경고다.

 

식물 피해를 둘러싼 과장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확보된 연구들 가운데 불꽃놀이가 특정 식물종을 직접 대량 고사시킨다는 인과관계를 대규모 현장조사로 확정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불꽃 한 번이 숲을 죽인다’고 단정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불꽃 잔해와 금속성 미세입자, 산화제 성분이 토양·수계로 침적될 수 있고, 산불 위험과 서식지 교란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식물과 토양 생태계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제의 기술을 바꿀 때


불꽃놀이는 수백 년 동안 국가 행사, 종교 축제, 도시 브랜딩, 새해 의례의 상징으로 작동해 왔다. 공동체가 같은 시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감정을 공유하는 장치라는 문화적 의미도 분명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인간 중심의 평가만으로 그 비용을 지워서는 안 된다. 한밤중의 10분짜리 장관이, 야생동물에게는 비상 탈출과 충돌, 에너지 고갈, 서식지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은 ‘모든 축제를 금지하자’는 이분법에만 있지 않다. 불가리아 연구진은 "조류의 집단 잠자리·번식지와 가까운 장소에서는 불꽃을 생략하거나 저소음 불꽃, 드론 라이트쇼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 연구진도 조류 잠자리와 수역에서 최소 이격거리를 두고, 건물·절벽 등 반사면 인근 발사를 피하며, 발사 시간과 장소를 더 엄격히 통제하는 방식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권고했다. 특히 이동철, 번식철, 습지·하천·해안·산림 인접지에서는 행사 허가 단계부터 조류·박쥐·해양포유류·반려동물·주민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생태영향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이젠 불꽃놀이같은 대형 행사 뒤의 조류 행동, 수질·토양 잔류물, 초미세먼지 성분, 반려동물 안전사고를 체계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사체가 없으니 피해도 없다’는 판단은 밤하늘에서 흩어진 공황비행과 구조되지 못한 개체, 기록되지 않은 에너지 손실을 놓칠 수 있다.

 

불꽃은 빛을 소비하는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의 어둠을 잠시 빼앗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제 도시의 축제는 얼마나 높고 크게 터뜨렸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생명과 공기를 희생시키며 감동을 만들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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